[SS 인터뷰] '순수의 시대' 하얗게 불태운 신하균… "일년 뒤, 십년 뒤가 궁금해지는 연기자 꿈꿔요"
[SS 인터뷰] '순수의 시대' 하얗게 불태운 신하균… "일년 뒤, 십년 뒤가 궁금해지는 연기자 꿈꿔요"
  • 승인 2015.03.1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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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김나라 기자] ‘하균신(神)’이라 불리는 연기자 신하균은 별명에 꼭 맞는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내뿜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평소 그가 즐겨 마신다던 막걸리 같은 구수한 향이 묻어나는 남자사람이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는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면서도 평소 모습은 프라모델 조립과 피규어 수집을 즐기고 ‘베르세르크’ ‘멋지다 마사루’ ‘20세기 소년’ ‘몬스터’ ‘플루토’ 등 애니메이션을 줄줄이 읊는 영락없는 동네 형이다.

개성 넘치는 배우 신하균을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신하균은 5일 개봉한 ‘순수의 시대’를 통해 데뷔 16년 만에 처음 사극에 도전, 극 중 장군 김민재 역을 맡아 전군을 발아래 거느린 장수의 카리스마와 영화의 큰 축인 멜로 라인을 끌고 가는 연인의 모습까지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이질감 없이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스크린에 수놓았다.

“민재는 감정 표현을 안 하는 사람이에요.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드러낼 상대도 없는. 임팩트가 있는 다른 캐릭터들에 반해 민재는 절제된 인물이라 연기로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민재의 존재감을 내가 어떻게 보여줘야 될까’라는 점이 굉장히 어려웠죠. 외적인 부분은 보여줄 게 많아서 승마, 검술 등도 배우고 처음 해보는 것들이라 힘들었지만 재밌었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다는 거에 만족감은 있는데 항상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먼저 보이네요.”

   
▲ '순수의 시대'에서 장군 김민재를 열연한 신하균과 기녀 가희로 분한 강한나

단 한 번도 스스로 무엇을 원했던 적이 없는 김민재는 매혹적인 기녀 가희(강한나 분)에게서 어릴 적 잃은 자신의 어미를 떠올리고 향수를 느끼며 결국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처음으로 그 누군가를 원하게 된 김민재.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고 싶다는 그의 순수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로 몰아간다.

“민재를 연기하면서 상대방이 거짓이든 아니든 어찌 됐든 간에 끝까지 밀고 가는 그런 사랑, 순정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됐어요. 현실 속 저라면 민재 같은 순애보 사랑을 못 할 거 같아요. 그래서 민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고요. 사실 말로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고들 하잖아요. 영화니까 아 저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라는 걸 관객들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랑의 정의요? 너무 어려워요. 안 한지 오래돼서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할지 모르겠어요. 사랑, 배울 수 있다면 배우고 싶네요.(웃음)”

   
 

신하균의 절제된 감정연기와 더불어 숱한 화제를 모은 ‘신경질적인 근육’은 ‘순수의 시대’ 속 놓치지 말아야 할 1순위 관람 포인트로 꼽힌다. 그는 촬영 3개월 전부터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며 기초 체력 만들기에 몰입했고 액션스쿨에서 본격적인 트레이닝과 승마를 통해 결국 무술감독과 안상훈 감독이 원하는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신하균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단호하게 말한다. 관객들은 더 이상 자신의 근육에 새로움을 느끼지 않을 거라며 고개를 젓는다. 뭇 여성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의 남모를 고충을 들어보면 질색할 만하다.

“작업하는 스태프, 동료들과 함께 고생하고 힘든 부분이 있으면 같이 풀어내고 해소하는 시간도 중요한데 이번에는 그런 시간을 자주 못 가져서 굉장히 아쉬워요. 선배 입장에서 제가 후배들에게 더 다가갔어야 했는데 식단 조절한다고 술도 안 마시고 밥도 안 먹고 하니까 어울릴 시간이 별로 없었거든요. 또 지방질이 다 빠져서 너무 빨리 지치고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더라고요. 오히려 몸이 더 안 좋아졌죠.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식단 조절은 다시는 못 하겠어요.”

   
 

‘순수의 시대’에서 신하균, 장혁의 까마득한 후배 강한나, 강하늘은 차세대 충무로 스타답게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상업영화 주인공 자리를 꿰찬 신예 강한나는 매일 촬영일지까지 작성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렇다면 ‘하균신’ 신하균의 신인시절 모습은 어땠을까. 적는 거는 별로 안 좋아한다며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전 선배들과 있는 시간을 좋아했어요. 촬영하면서 함께 식사하고 술 한 잔 할 때 선배들의 경험담이나 작품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영화 현장이 그렇잖아요. 3~4개월 동안 함께 잠자고 밥 먹고 촬영하고 술도 마시고 홍보활동 등 마무리 작업도 같이하고, 이런 모든 과정이 다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공부한다는 입장이라기보다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오고 그냥 마냥 좋았죠. 특히나 저는 어릴 때부터 선배들하고 많이 작품을 해 와서 그분들의 작품 분석하는 태도가 저한테도 쌓이고 쌓여 재산이 됐어요.”

선배 덕을 톡톡히 본 신하균은 정작 자신은 후배들을 살갑게 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실소를 터트리게 했다. 이런저런 조언이 잔소리처럼 들릴까 걱정하는 모습에서 의외의 귀여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나이 들수록 말을 아끼라고 하잖아요. 후배들 대하는 게 좀 더 어려운 거 같아요. 연기할 때 기억에 남는 감독의 디렉션이나 선배들의 이야기, 저의 경험담 등 이런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연기가 어렵다’며 방법을 묻는다면 그건 저도 답해줄 수 없어요. 저도 모르니까요. 저 역시 아직도 연기를 더 잘하고 싶고 공부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제 능력이나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껴요. 제 성향이 화려하게 주목받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쇼맨십도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연기하고 있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16년째 쉼 없이 관객들을 만나온 탓에 슬럼프를 느낄 새도 없었다. 신하균은 오히려 작품을 쉬고 있을 때 기분이 다운되고 리듬이 처진다며 매 작품 끝난 뒤가 슬럼프라면 슬럼프라고 말한다. 일 년 뒤, 십년 뒤가 궁금해지는 연기자를 꿈꾸기에 관객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경험을 쌓아 성숙된 연기를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1년 주기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2015년 새해라고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건 없고 작품 끝날 때마다 ‘한 작품 끝났으니 또 새로운 작품하고 싶다’ 이런 생각만 해요. 원래 거창한 미래 계획을 세우지도 않고 세워도 뭐, 계획대로 된다고 생각 안 하고요. 지금은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어요. 아무도 찾지 않으면 못하겠지만 계속해서 자리가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 꾸준히 촬영에 임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 다해 살다 보면 돌아봤을 때 보람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물론, 항상 아쉬움은 있겠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에너지를 쏟고 싶어요.”

사진 = 고대현 기자, 영화 ‘순수의 시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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