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엔저 장기화 조짐…국내기업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아베노믹스, 엔저 장기화 조짐…국내기업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 승인 2014.12.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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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정찬혁 인턴기자] 아베 정권의 총선 압승으로 국내업체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이 일본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국내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되면 풍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에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어서다.

여기에 원자력발전소나 정유·석유화학 복합개발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공종은 일본업체들이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유가하락에 따른 중동발주 감소도 현실화되고 있어 내년 국내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달러·엔 환율은 15일 현재 (외환은행 고시 기준) 118엔으로 업계는 경기부양을 목표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온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총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당분간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이 내년부터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종료할 예정이어서 달러·엔 환율이 조만간 120엔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엔화 약세는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던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엔화가치 하락은 일본업체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기업들은 ‘환헤지’ 차원에서 공사 계약을 달러나 유로로 하기 때문에 엔저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은 없다. 문제는 발주가 예정된 공사에서 기술력이 앞서는 일본업체에게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1달러에 100엔 하던 것이 1달러에 120엔으로 엔화가 평가절하 되면 일본 경쟁사들은 인건비와 자재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이는 일본업체들 역시 국내기업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진행되는 공사 임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달러·엔 환율이 100엔일 때 임금이 연간 1000만엔이라면 10만 달러를 지급하면 됐지만 엔화 약세로 달러·엔 환율이 120엔까지 상승하면 8만3000 달러만 주면 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업체들은 해외 인력 1인당 1만7000 달러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일본업체가 해외수주를 따낸 후 자국 자재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일본 경쟁사들은 플랜트 공사를 진행할 때 자국에서 생산된 자제를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60%까지 사용한다. 일본업체가 자국에서 생산된 자재비를 달러로 지급하면 엔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그만큼 부담해야할 금액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원가율이 개선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고 일본업체 입장에서는 그만큼 입찰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국내 건설기업에 비해 기술력이 우위라고 평가받는 일본업체에게 국내기업이 밀릴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실제 국내기업들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총 38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했지만 풍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일본업체들에게 수주를 뺏기며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 중 하나인 원전에서도 일본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삼성물산, SK건설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이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4호기 수주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일본 도시바의 수주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올킬루오토 원전 4호기 공사에 대한 입찰은 3호기 시공사인 프랑스의 아레바사(社)와 발주처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잠시 미뤄진 상태다.

건설기업 관계자는 “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업체에 이어 일본업체들도 입찰가격을 낮춰 잡으며 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수주경쟁력이 상당히 약화됐다”면서 “유가하락으로 수주텃밭인 중동 발주 물량도 줄고 있어 내년에는 수주기근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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