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스타] 웹툰작가 김보통…"나의 그림이 나의 얼굴이다"
[라이징스타] 웹툰작가 김보통…"나의 그림이 나의 얼굴이다"
  • 승인 2014.12.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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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가린 웹툰작가 김보통, "만화 외적인 이야기를 하는게 괴롭다"

[SSTV 권민정 인턴기자] 웹툰 작가 김보통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인터뷰 섭외 과정에서도 그는 몇 번이나 ‘얼굴 공개는 없는 것’으로 조건을 달았다.

왜 일까? 궁금했던 기자는 만나자마자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캐나다 출신 DJ ‘데드마우스’는 쥐모양의 가면이 공식적인 얼굴이듯, 그림을 그린 얼굴이 나의 공식적인 얼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면서 "특히 사생활 공개는 하고 싶지 않다. 만화 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괴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에 알던 사람들이 ‘(김보통이)너 아니냐’고 물으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한다. 최대한 공개 안 할 수 있을 때까지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사실 숨기고 싶다기보다는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SSTV는 그림으로 승부하겠다는 '윕툰작가' 김보통의 얼굴을 그림으로 대체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얼굴을 가려도 그의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는 가려지지 않았다.

   
 

"몇 번의 명함을 거치든 결국 도서관장으로 살아가고 싶다"

“몇 번의 명함을 거치더라도 결국엔 도서관장이었으면 좋겠다.” 웹툰 작가 김보통의 꿈이다.

그의 삶은 다이나믹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선언한 뒤 백수로 지내다 우연한 계기로 웹툰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 직업을 거쳐 가는 직업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몇 번의 명함을 거치든 결국 도서관장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참 엉뚱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 오히려 소신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거쳐 가는 직업으로 웹툰 작가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가 아마추어 같은 마음으로 웹툰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선의 색이 회색인지, 검정색인지 또는 열린 선인지 닫힌 선인지, 파스텔톤인지 흑백톤인지같은 것들의 사소하지만 무의식중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느낌이 그리는 사람이 고민한 ‘집합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예민하면서 섬세함을 느꼈다.

사실 그의 첫 작품 ‘아만자’는 캐릭터 중심의 귀여운 그림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두 번째 작품 ‘D·P’는 명암을 살리는 그림이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그림스타일의 변화는 아마도 그의 발전된 그림 실력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림을 그리는데 실력으로 인한 제약이 사라질수록 그가 추구하는 그림이 나온다. 물론 진행되는 이야기의 구조상 이러한 그림스타일로 그려야 함도 있지만, 그도 스스로 그림 실력의 발전에 대해 긍정의 답을 주었다.

   
▲ 웹툰 작가 김보통 트위터 캡쳐

"이렇게 주체적으로 게으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는 최근 그의 트위터에서도 “어제 친구에게 일 년 전 그림과 지금의 그림을 보여주며 ‘발전한 것 같다’고 했더니 ‘화력발전소급이다’라고 했다”며 자신의 그림실력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사실 지켜보는 사람이야 ‘그림 실력이 늘었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뒤에는 그의 독특한 노력이 있다.

“지금까지 약 560장 정도 (사진을) 그림으로 그렸고 2-300여 장의 사진이 남아있다. 현재는 사진을 받고 있지 않지만, 차후 받은 사진들에 대한 그림을 다 그려주고 나면 다시 사진을 받을 생각이에요.”

일명 ‘트위터리안’(트위터를 자주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인 그는 웹툰 연재가 결정되고 그의 트위터 친구들에게 인물사진을 받아 그림으로 그려주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다 못 그린 그림들이 너무 많다며 “게으르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렇게 주체적으로 게으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작곡, 도서관장, 작가, 웹툰...그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다

인터뷰 당일에도 기자가 20분가량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이에 김보통 작가는 “자료사진 취재를 위해 겸사겸사 일찍 나온 것”이라 말했다.

그는 스스로 게으르다 말했지만, 기자가 바라보기에 그는 게으르지 않다. 오히려 그는 부지런하다. 대신에 그는 할 일이 많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니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시간은 부족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으니 스스로를 ‘게르으다’ 칭하는 것 같다.

“음악을 하고 싶다.”, “도서관장이 되고 싶다.”, “원래는 글을 쓰려고 생각했다.”, “웹툰 작가이다.”

기자가 김보통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게 많다고 느낀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음악과 책과 글과 그림 이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그에게 하루는 너무 짧으니까 말이다.

그는 웹툰 연습을 위해 사진을 받아 그림을 그려주고, 음악을 만들고 싶어 런치패드를 샀다. 그는 실제로 음악 공유사이트에 자신의 음악을 올려놓기도 했다. 또, 그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책을 기증받은 적이 있다. 현재는 집안이 ‘책 포화상태’라 받을 수 없는 처지라 했지만, 공간만 생긴다면 그는 다시 책 기증받기를 시작할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하면서 웹툰 작가로 매주 그림을 그리며 먹고 살고 있다.

   
 

그가 팬들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자, 지금까지의 김보통 작가를 보며 누가 그를 게으르다 평할 수 있을까. 오직 김보통 그 자신뿐이다.

그는 현재 30대다. 하지만 그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여느 50대의 중소기업사장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그가 이 모든 프로젝트를 소화할 수 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기자는 우려가 생긴다. 그가 지쳐 포기하면 소중한 작가를 하나 잃어 버릴는게 아닐까...

“달리는 댓글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모든 댓글을 외웠어요. 심지어 한창 연재할 때는 ID까지 외웠어요. 메이저포털사이트 작가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죠.”

기자는 김보통 작가가 웹툰 작가로서의 삶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는 기자와 댓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흥분하며 말했다. 팬들은 그의 원동력이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그가 팬들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내 만화를 보고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사람을 봤을 때, ‘살면서 정말 큰 일을 했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는 ‘자살시도를 했지만 저지당했고 다시 자살하겠다 마음먹었었는데 만화를 보고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살면서 몇 번이나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냐며 뿌듯해 하면서 말이다. 김보통 작가가 훗날 도서관장이 되어서도 팬들 곁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사전 질문지요? 질문을 몰라야 재미있죠" 그는 훈남이었다

SSTV가 만나본 김보통 작가는 훈남이다.

그는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사전질문을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질문을 몰라야 재미있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모든 겪지 않은 일들을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재미있게 풀어나갈 줄 아는 사람이다.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아직 묻지 못한 말이 많다. 그는 다시 한 번 인터뷰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웹툰 작가 김보통 인터뷰 / 사진 = 고대현 기자 / 영상 = 조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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