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부동산] 경매낙찰, 점유자 명도에 좀 더 관대해져라
[별별★부동산] 경매낙찰, 점유자 명도에 좀 더 관대해져라
  • 승인 2014.11.1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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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의 일이다. 어느 경매컨설팅업체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낙찰 받은 아파트 소유자와의 원만한 명도협의를 통해 이사비용과 이사 날짜를 맞춰놓았는데 이사하기로 한 하루 전날 낙찰자가 갑자기 이사비용으로 합의한 200만원은 못주고 100만원만 주겠다며 생떼를 쓰더라는 것이다.

얘기를 들은 즉 이렇다. 당초 5백만원의 이사비용을 요구하던 소유자와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통해 겨우 200만원으로 이사비용을 맞춰놓았는데 이제 와서 그 200만원도 내놓지 못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밤늦게까지 낙찰자와 통화하면서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다.

그간 마음 고생한 것이며, 대금납부하고도 한 달 보름씩이나 명도가 걸린 것에 대한 불만, 이후 발생하는 체납관리비까지 왜 낙찰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도명령 신청과 점유이전금지가처분 당시 업무를 진행했던 법무사 직원의 불친절함, 그간 컨설팅업체가 하라는 대로 이끌려 다니기만 했다는 등등.. 이유 같지도 않은 억지를 부렸지만 어찌됐든 경매 문외한이었던 낙찰자로서는 못마땅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렇게 임박해서 명도협의를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대단한 몽니가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워낙 심각해서 내일 집을 비워주기로 했던 점유자(소유자)에게 전화를 해서 급변한 사정 얘기를 했더니 노발대발이다. 이사짐 센터 다 맞춰놓고 이사할 곳 잔금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그러면 어떻게 하겠냐는 것이다.

내일 명도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낙찰자도 점유자도 서로 악감정만 남기 때문에 결국 강제집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약정 기일에 원만하게 이사를 마무리해야 낙찰자도 점유자도 서로 해피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밤늦게까지 낙찰자, 점유자와 번갈아가면서 통화를 시도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컨설팅업체가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을 듯했다. 하여 컨설팅업체에 낙찰로 받기로 했던 수수료 중 잔금이 있다면 100만원을 이사비용으로 대신 지급하고 나머지 수수료만을 받거나 이미 다 받았다면 100만원을 컨설팅업체에서 부담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낙찰자도 마지못해 동의를 했다. 낙찰자로서도 동의를 안 해줄 명분이 없었던 게다. 원하던 1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으니까. 결국 다음 날 낙찰자로부터 입금된 200만원(컨설팅업체가 대신 부담하기로 한 100만원 포함)을 지참하고 무사히 명도를 완료할 수 있었다. 컨설팅업체는 고맙다는 한마디 인사도 없이 수수료 잔금에서 100만원을 제하고 잔금을 지급받았음은 물론이다. 43평형 아파트를 낙찰 받은 국내 굴지의 모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으로부터 말이다.

이처럼 명도(협의)는 경매절차에 있어 최종 관문이자 입찰자들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선 점유자(소유자 또는 임차인)를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렵지만 만나서 어떻게 협의를 이끌어내야 할지 그리고 협의가 됐다고 해도 이사 시점, 이사비용은 물론 위와 같이 낙찰자나 점유자의 돌발행위로 중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편하게 인도명령이나 명도소송을 통해 강제집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어디 사람일이라는 게 그리 매몰차게만 할 수 있을까! 가급적이면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되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그래야 낙찰자도 점유자도 주변 시선 의식하지 않고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는 법이다.

명도협상의 당사자들 중 낙찰자는 가급적 명도기간을 짧게 하고 명도비용을 최소화하려 하고, 반면 점유자는 그 반대의 모습을 이끌어내려 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면서 당사자간 의견을 조율하고 조율해서 원만한 명도를 이끌어내는 것이 또한 명도협상의 기술이다.

그렇지만 가끔 낙찰자든 점유자든 욕심을 지나치게 부릴 때가 있다. 이중 더 애를 먹이는 건 점유자의 욕심보다는 낙찰자의 욕심이다. 점유자의 욕심이야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낙찰자는 인도명령이나 명도소송이라는 법적 수단이 강구돼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경직되게 원칙에 입각한 명도를 이끌어내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약자는 분명 점유자이다. 물론 점유자 중에도 악의의 점유자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은 낙찰대금 중 한 푼 건지지 못하는 소유자(채무자)이거나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게 되는 임차인들이다. 자의건 타의건 살던 집, 생계수단이던 상가를 떠나 또 다시 밑에서부터 재기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경매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낙찰받은 낙찰자가 인지상정 차원에서 가급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관행적인 이사기간이나 이사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아무리 경매에 문외한인 사람도 주변에서 듣거나 컨설팅업체 조언을 받아 입찰 전에 낙찰대금 납부하고 명도협의(이사기간이나 이사비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예상 비용 내지 명도시점에 대해 나름 인지하고 있었을 터이다.

위 사례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게다가 낙찰대금 완납 후 불과 한 달 보름 정도의 기간만에 명도를 하고, 이사비용도 200만원으로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보면 최상의 명도협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중간에야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명도비용 중 절반을 컨설팅업체가 부담했다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경매투자에 있어서도 일정한 질서가 있다. 이 질서를 마구잡이로 흔들려고 한다면 낙찰자든 점유자든 아님 다른 제3자이든 피해자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낙찰자로서는 입주 및 비용에 대한 조급함보다는 승자에 대한 여유와 관대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질서가 유지되고, 명도협의 당사자간 win-win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법이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

사진=부동산태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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