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이슈]‘초이노믹스’ 100일…“과감한 경기 부양” vs “한국경제의 재앙”
[킬링이슈]‘초이노믹스’ 100일…“과감한 경기 부양” vs “한국경제의 재앙”
  • 승인 2014.10.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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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킬링이슈]‘초이노믹스’ 100일…“과감한 경기 부양” vs “한국경제의 재앙”

[SSTV l 특별기획팀] ‘초이노믹스(Choinomics)’로 상징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가계소득 증대세제 등의 정책을 쏟아내면서 ‘초이노믹스’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살아날 듯 살아날 듯 하던 경기가 다시 침체 분위기로 돌아서고 저성장·저물가 경제흐름이 이어지면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마저 커져 ‘초이노믹스’는 다시 시험대에 서게 됐다.

최 부총리 취임 후 새 경제팀은 이전보다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41조원+α’의 재정 보강 패키지를 발표했고,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20조 2000억원(5.7%) 늘어난 376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정부의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에 화답했다.

정부는 또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완화했고 재건축 아파트 연한 단축 등을 위한 9·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가계 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기재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 '3대 패키지 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배당과 임금 등으로 외부로 흘러나가게 하는 조치다.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에 시장도 반응

 ‘초이노믹스’는 처음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과감한 정책기조 전환에 시장도 반응하는 듯 했다. 2000 선을 오르내리던 코스피 지수는 7월 말 2080 선까지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도 3분기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점차 늘고 매매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들어 ‘최경환 효과’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외국계 자금이 대규모로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1900선까지 내려앉았다. 중국과 유럽의 경기 부진, 엔저 등의 여파로 수출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 개선추세도 미약하다. 7월과 8월 50만명 대를 기록했던 취업자 수는 9월 들어 45만명대로 감소했다. 반면 실업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18.0%나 늘었다. 또 늘어나는 일자리는 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일용직 및 임시직에 집중되고 있다. 청년 고용률은 여전히 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생산과 소비, 투자 관련 지표들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저물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를 기록하며 지난 2월(1.0%)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과 6월 1.7%까지 올랐다가 ▲7월 1.6% ▲8월 1.4% ▲9월 1.1% 등 3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5~3.5%)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2012년 2.2%, 2013년 1.3%)이 3년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수요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추가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4분기 5조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한국은행도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인하했다. 정부는 4분기를 거치면서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부양에 올인하더니 진짜 길을 잃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초이노믹스’에 대해 “한국경제의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한다. 그 중심에 새로 선출된 우윤근 원내대표가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최경환 부총리가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면서 경기부양에 올인하더니 진짜 길을 잃었다”며 초이노믹스를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초이노믹스 100일 동안 한국경제는 재앙적 수준이었다. 100일만에 한계를 드러낸 초이노믹스를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며 “일자리창출과 서민중산층이 든든해야 경제가 살아난다. 서민중산층의 소득을 늘리는 가계소득중심의 신경제정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계소득을 높이고 생활비를 낮추는 것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재물이 만인에게 흩어지면 백성이 모인다는 대학의 가르침을 박근혜 정부는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반전을 맞은 국정감사에서도 ‘초이노믹스’는 난타당하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과는 감정싸움까지 치달았다.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의원은 “전세계적으로 대통령 이름에 노믹스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장관 이름에 노믹스를 붙이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최부총리가 단기적으로는 '7.30 재보궐선거'를 위해 경기부양책을 쓰려다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폄하했다.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의원의 질의를 듣는 최경환 부총리

박영선 의원 “초이노믹스, 대기업과 부자를 선택하는 초이스"

특히 박영선 의원은 “이같은 실정으로 인해 ‘초이노믹스를 대기업과 부자를 선택하는 초이스’라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최 부총리를 몰아부쳤다.

이에대해 최 부총리는 “과도한 추측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말을 많이 하신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박 의원이) 거짓말했다고 하는데 거짓말한 적이 없다.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않느냐"며 "그럼 모든 경제정책에서 틀리면 다 거짓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의원은 다음날인 17일에도 “기재부가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정리가 안돼있다. 좌측 깜빡이를 켜는척 하다가 우측으로 가고 있다”며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가계소득으로 내수를 증대하겠다고 해놓고 한 것이 없다”고 날선 공세를 이어갔다.

야당 뿐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린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초이노믹스’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 16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막대한 빚을 내면서 정부와 가계, 기업의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자산시장 활성화와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소비·투자 심리 개선을 통한 내수 진작이 필수적 

최경환 경제팀의 앞길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초이노믹스’의 성패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의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실질성장률 4%에 물가상승률 2%를 합쳐 경상(명목)성장률 6%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성장률 6%는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의 단기 목표이자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단기 부양책을 통해 위축된 경기를 살려 놔야 장기적인 구조 개혁과 재정건전성 개선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투자 심리 개선을 통한 내수 진작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0여개 ‘경제활성화 법안’들은 사실상 표류 상태다. 여야를 설득해 예산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들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시급하다.

또 내년부터는 박근혜 대통령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기반 마련)’ 목표 달성을 위한 구조개혁 작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의 구조 개혁 방안은 ▲규제 개혁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공기업 개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야당과 각종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나가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아베노믹스가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반면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초이노믹스)는 경제흐름을 정상수준으로 복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획재정부는 “금리인하 여력, 높은 재정건전성 등을 기반으로 기업소득과 가계소득간 선순환, 유망서비스업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SSTV 특별기획팀 sstvpress@naver.com

사진=뉴시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영선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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