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혁 “매 순간 날 내던졌다”
[SS인터뷰] ‘운명처럼 널 사랑해’ 장혁 “매 순간 날 내던졌다”
  • 승인 2014.09.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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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l 이아라 기자] 하룻밤 인연으로 맺어진 잘생긴 재벌 3세 남자와 심성이 고운 여자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연출 이동윤 김희원|극본 주찬옥 조진국)는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하지만 이 평범한 소재는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 중심에 배우 장혁(39·본명 정용준)이 있었다.

극 중 재벌가 9대 독자 ‘까칠남’ 이건으로 열연한 장혁과 지난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어진 장혁의 장발은 이건의 웃음소리와 더불어 트레이드마크가 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팬들은 영화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교수를 연상시키는 머리스타일에 ‘건네이프’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독특한 캐릭터에 개성을 보태주는 장치로 생각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으로 담백했다.

“사실 처음엔 짧은 머리를 하고 싶었어요. 당시 영화 촬영이 겹치는 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더라고요. ‘긴 머리카락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웃긴’ 무기 한 번 만들어본 거죠. 사실 장발을 했던 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긴 머리스타일이었다가 자르니까 오히려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웃음)”

극 중 이건은 외모와 재력, 애인까지 다 가졌지만 30대에 단명하는 가족력이 있으며, “음하하하”라고 과장되게 웃어대면서도 대를 이어야 하는 막중한 의무가 있는 종손이었다. 코믹함과 진지함이 줄곧 교차된 캐릭터였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던 건 장혁의 밀도 있는 캐릭터 연구와 감독을 향한 그의 믿음이 컸기 때문이리라.

“올해 들어와 리듬감을 지닌 캐릭터를 하고 싶었어요. 원작인 대만 드라마를 미리 봤는데 캐릭터에 ‘정박’적인 느낌이 있더라고요. 원작을 두 번째 보니 이 캐릭터를 ‘엇박’으로 표현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메이크 작품 특성상 원작과 비슷할 수 있지만, 연출자와 배우의 연계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이건과 김미영(장나라 분)이 남녀로서의 사랑을 키워나가면서도 ‘진짜 가족’으로 단단해져 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때론 진지하게 담아냈다. 장혁은 그 과정에서 이건의 모습이 잘 녹아들 수 있었던 공을 감독과 동료 배우들의 배려로 돌렸다.

“저희 드라마가 가족드라마였기 때문에 코미디와 로맨스, 휴머니즘을 전부 가져가야 했어요. 코미디 요소를 갖고 있는 캐릭터라 감독님께 하나만 약속해달라고 했죠. ‘돌아올 수 있게만 해 달라’고. 감독님과 장나라 씨가 잘 해줘서 가능했어요. 같이 널뛰면 힘든데 얘기하면서 함께 만들어간 부분이에요.”

   
 

장혁에게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어느덧 서른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KBS 2TV 드라마 ‘추노’와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등을 통해 주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고,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등에 출연하며 남성성을 어필한 장혁으로선 이건은 다소 특별한 캐릭터일 것이다. ‘건이 앓이’라는 신드롬을 양산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기에 캐릭터에 대한 여운이 강하지 않을까.

“이건 캐릭터에 공감과 호응을 해주시니 기분은 정말 좋지만 끝나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전 캐릭터를 덜어내는 게 빠른 편이에요. 다음 캐릭터로 나아가려면 이전 캐릭터를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떡방아 장면과 쌀보리 장면은 한국 드라마 베드신 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재기발랄한 연출이 돋보여 여러 번 회자됐다.

“(베드신과 관련해) 원작에서도 핵미사일이 발사되거나 기차가 터널로 왔다갔다하는 특이한 장면이 있었어요. 하나(떡방아 장면) 던지니 또 비슷하게 가야하는 느낌이라 심의가 허용되는 수준에서 제작진이 공을 많이 들였죠.(웃음)”

   
 

그는 왜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한다고 생각했을까. 장혁의 대답에서 이 드라마의 강점과 특별함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원작을 본 후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고맙습니다’를 합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가족드라마와 코미디를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이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착하다’라는 거예요. 원작도 무시무시한 주제로 흘러가지 않고 가족애로써의 복귀, 가족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잖아요. 원작의 장점이었지만 리메이크를 하면 전형적으로 될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을 독특함으로 채우려 했던 게 인기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회가 거듭할수록 이건과 김미영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극 초반 다니엘(최진혁 분)과 이건의 6년 연인인 강세라(왕지원 분)가 이건과 김미영의 관계에 있어 크고 작은 영향을 줬던 것과 사뭇 다르다.

“사실 인물들이 중심에 있고 거기서 사건이 펼쳐지는 게 제일 좋죠.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중심에 있는 게 아니라 선두에 있어서 다른 인물들이 필요에 의해 사건을 만든 식이었어요. 작품을 전체적으로 봤을 땐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장혁과 장나라는 지난 2002년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로 호흡을 맞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장혁과 장나라의 12년 만의 재회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파트너였던 장나라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명랑소녀 성공기’ 때 만났던 장나라 씨와 오랜만에 만난 장나라 씨는 그대로였어요. 외모도 외모지만 수줍은 듯한 느낌도 여전했어요.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 걸 못 견뎌하고 민망해하는 모습은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워낙 착한데 감각적이고 센스도 있어요. 던지면 다 잘 받아쳐주니 신뢰가 많이 갔고, 짧은 시간 안에 호흡을 맞춰야 했을 때도 좋았어요.”

   
 

두 사람의 찰떡 호흡처럼 드라마 속 이건과 김미영 역시 한 편의 동화처럼 재결합하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동화 속에서 빠져나오니 어느덧 데뷔 18년 차 배우 장혁이 보였다. 해가 바뀌면 우리 나이로 마흔인 그. 화려한 이력만큼 앞으로 만들어나갈 것도 많은 나이. 그의 사십 대가 문득 궁금해졌다.

“어렸을 땐 개척의 각이 있었지만 나이가 차다 보니 각이 뭉툭해지는 느낌이에요. 이제는 나만의 트랜드를 찾아갈 수 있는 나이가 돼서 재미도 있고요. 그래도 늘 열정은 잃지 말자고 생각해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니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여유도 생겼어요. 언제 그런 여유가 생겼나고요? 군대에 있을 때요. 한 번 다 내려놓으니 쉽더라고요. 놓으면 채울 게 생기고, 굳이 안 채워도 살다 보면 채워지는 걸 알게 됐어요.”

그는 인터뷰 중 작품을 위해 “매 순간 절 내던졌어요”라고 여러 번 말했다. 비단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순간마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었기에 그의 말처럼 훌훌 털어내는 게 오히려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난 자리가 있으면 든 자리도 있는 법. 어떤 장혁의 모습이 새롭게 채워질지 벌써 기대된다.

사진 = SSTV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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