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폰부스 “일렉트로닉 사운드 안 쓴 이유? 기계랑 안 친해”
[SS인터뷰] 폰부스 “일렉트로닉 사운드 안 쓴 이유? 기계랑 안 친해”
  • 승인 2014.05.07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트리퍼사운드

[SSTV l 장민혜 기자] 2001년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레이져(본명 홍광선), 김태우는 스쿨밴드를 조직하며 밴드 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살, 그리고 21살을 거치며 스쿨밴드에서 본격적인 밴드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레이져는 밴드 활동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하나둘 모은 결과 2005년 레이져(보컬, 키보드), 김태우(기타), 이상민(기타), 박한(베이스), 최민석(드럼)로 구성된 지금의 폰부스가 탄생했다.

폰부스를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콜린파렐 주연의 영화 ‘폰부스’가 제일 먼저 뜬다. 폰부스(공중전화) 안에 갇혀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로부터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 폰부스의 곡도 치열한 현실을 그려낸 점이 이와 닮았다.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느냐는 물음에 폰부스 멤버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폰부스’라는 공간이 가지는 상징, 다양한 감성들을 소통·공유하던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

최근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장르에 반기라도 들 듯 기타 사운드에 중점을 둔 곡을 중심으로 록 음악의 본질에 가까운 앨범을 완성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중 가장 많은 트랙을 수록함으로써 그간 공백기를 보상이라도 하듯 알차고 다양한 곡들로 채웠다. 정통 록에 가까운 정규 3집 앨범 ‘원더(Wonder)’로 돌아온 폰부스를 만났다.

   
ⓒ 트리퍼사운드

- 오랜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4년 만에 앨범 하나를 10곡이 넘게 채워서 만드니 뭔가 한 것 같아서 기분 좋고 뿌듯하다.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다.”(레이져)

“입대하면서 2집 앨범에 참여하지 못했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오랜만에 음악 작업을 하게 됐다. 이번 앨범을 내놨을 때 어떤 걸 보고 느끼고 평가를 받게 될지 기대된다.”(이상민)

- 입대부터 제대까지 공백이 길었다. 그간 근황을 들려달라.

“3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었는데 짧지 않았다. 그간 저희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있어서 신기했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고 있나.”(김태우)

“군대 입영 날짜 잊고 있다가 끌려갔다. 당시 음악 활동 준비 중이었는데 날짜 잊고 있어서 한 주 앞두고 사장님께 말해서 크게 혼났다.”(최민석)

“밴드를 20대 내내 한 번도 안 쉬고 하다가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가 됐었다. 한 마디로 일상이 사라진 거다. 나는 공연하고 노래하는 사람이라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쉬게 되니 존재감이 떨어졌다. 약간 어리석어지는 것도 같고. 공허함을 술로 승화시켰다.”(레이져)

“음악 말고 다른 분야도 활동해봤다. 예를 들면 면접 같은 것. 그런 걸 해보니 정말 음악만 한 게 없더라. 대기업 면접서 음악했다고 하니 놀았다는 식으로 평가받았다.”(이상민)

- 오랜 공백 후 낸 앨범은 요즘 트렌드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대신 기타에 중점을 뒀다.

“기계랑 안 친하다.”(레이져)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기계들은 고가에 다루기 힘들다.(웃음)”(박한)

“있는 악기를 잘 써보려고 했다. 신시사이저 등은 많이 들어갔지만 유행처럼 하는 건 힘들고 폰부스의 음악이 묻어나는 쪽으로 하려고 했다. 잘 다루는 게 기타이다 보니 기타 사운드에 집중하게 됐다.”(김태우)

“일렉트로닉 음악을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어색하고 폰부스와 어울리지 않았다.”(레이져)

“‘맞다’ ‘틀리다’로 판가름할 수 없지만 그 사운드가 우리와 맞는 옷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다른 팀들이 다 하고 있기도 하고 그 팀들보다 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김태우)

- 80여 개의 곡 중 엄선해 12곡을 선정했다고 들었다.

“안 될 건 다 쳐낸다. 첫 느낌이 좋으면 더 만져보고 답이 없으면 다른 노래 가지고 하기도 한다. 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확실하면 버린다. 레이져가 가져온 곡 중 20곡이 확실하더라.”(박한)

“학교에서 발표하는 느낌으로 각자 곡을 가져와서 들려준다. 1명은 곡을 발표하고, 4명은 듣고 본다.”(김태우)

“인격 모독도 한다. ‘너는 이게 좋다고 가져온 거야?’”(박한)

“예전에는 독설하는 게 상처받을까 봐 자제했지만 그렇게 하다 보니 곡 작업이 더뎌졌다. 이번에는 과감하게 할 말은 다 하자는 생각으로 했다. 그런 점이 좋은 곡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 물론 싸우진 않는다. 싸우고 화해할 상황을 생각하면 웃기다.”(김태우)

- 곡 선정 방법은? 의견이 많이 갈렸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과 대표님 의견 듣고 더 많이 주장하는 쪽으로 선택했다. 곡 선정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건 거의 없었다. 생각이 비슷하기도 했다.”(김태우)

- 폰부스의 곡은 항상 현실을 직시하는 기분이다.

“가사 쓰는 애가 노래의 정체성을 정한다. 주로 박한이다. 곡을 쓸 땐 아무 생각 없다. 신 나는 곡, 처진 곡, 달릴 곡, 무대 마지막 곡 이런 느낌을 주며 쓴다. 곡에 얼굴을 만드는 건 박한이다. 가사에 대한 영향력을 박한이 행사한다.”(레이져)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면 삶의 이야기를 단순하게 만들고 겉으로만 표현하기 싫었다. 좀 더 현실적이며 감정적으로 위로해줄 수 있고 삶을 응원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자 했다.”(박한)

- 시적인 가사가 많더라.

“멜로디가 먼저 나오면 계속 듣는다. 그러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게 떠오르면 가사를 쓰거나 메모를 훑어보면서 이 멜로디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작업한다. 이번 앨범은 듣고서 노래 분위기에 맞게 찾으려고 했다. ”(박한)

“이번에는 노래에 잘 붙는다고 해야 하나. 녹음하면서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가사가 거의 없었다.”(김태우)

- 작사와 작곡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두는 편인가.

“곡이 먼저 나와야 작사한다. 곡과 멜로디의 분위기를 만든 다음 작사를 한다.”(김태우)

“순서는 작곡이 우선인데 작사와 작곡 중 어느 하나로 비중을 두지 않는다.”(이상민)

   
ⓒ 트리퍼사운드

- 이번 앨범은 펀딩을 통해 만들어졌다는데.

“펀딩 자체가 소통하는 게 있었다. 구걸하는 느낌을 배제하고 팬분들에게 좋은 보상을 줄 수 있나 먼저 생각했다. 앨범을 선예매하면 우리가 좋은 앨범을 만드는 등 보상을 주겠다 하는 콘셉트였다. 주변을 보면 만족해하시는 것 같더라.”(이상민)

- 5월 24일 콘서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고민 중이다.”(박한)

“2집까지 냈을 땐 고민이 적었다. 2집 앨범까지 합치면 22곡 정도였으니까 공연 때 다 부르면 됐다. 이제 와서는 일부 곡을 쳐내야 하니까 고민된다.”(김태우)

- 공연 연습은 잘 돼 가고 있나.

“한 달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해볼 계획이다.(웃음)”(김태우)

- 멤버들끼리 공연 준비할 때 어떤 모습인가.

“민석이가 연습 당일에 나타나지 않을 때가 있다. ‘너 어디야’ 했더니 집이라고 할 때도 있고.”(박한)

“박한 형은 많이 틀린다.”(최민석)

“나도 알고 있다.”(박한)

“박한은 세 번 이상 틀리면 모르는 것 같더라.”(김태우)

“연습할 때 다른 생각 많이 하는 것 같다”(박한)

- 이번 앨범 발매 후 이뤘으면 하는 목표는.

“3집 나왔으니 아무래도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CD를 사셨으면 좋겠고. 스트리밍말고 다운로드까지 해달라.(웃음) 공연장까지 와서 매진 한 번 시켜주셨으면 한다.”(레이져)

“5월 24일 단독 공연에 꼭 와주셔서 보면 좋겠다. 주변에 많이 알려주길 바란다.”(이상민)

“3집 나왔으니 활동하는 모습 잘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이름 나왔을 때 한 번 더 봐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감사하다.”(박한)

“3집 안 되면 4집 한 번 더 하면 되니까.(웃음) 나온 지 얼마 안 됐다. 노래를 듣고 나서 그냥 가지 말고 느낌이나 욕 등을 써주셨으면 좋겠다.”(최민석)

SSTV 장민혜 기자 sstvpress@naver.com

[SSTV 보도자료 및 제보=sstvpress@naver.com

Copyright ⓒ SS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STV]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