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감격시대’ 김현중 “이미지 없는 무존재이고 싶다”
[SS인터뷰] ‘감격시대’ 김현중 “이미지 없는 무존재이고 싶다”
  • 승인 2014.04.1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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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중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24부작 드라마 한 편을 통해 그려지는 인물의 인생은 그리 길지 않았다. KBS 2TV 수목드라마 ‘감격시대’(연출 김정규, 안준용|극본 박계옥, 김진수, 고영오, 이윤환) 속 신정태 역시 소년에서 20대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신정태를 연기한 김현중은 그래서 한 살의 신정태를 생각했다. ‘감격시대’가 종영하기 전까지 매일매일 신정태의 일상을 상상했다.

“신정태가 어떤 엄마, 아빠와 살았고, 아빠는 언제 떠났는지, 엄마는 언제 돌아가셨는지 이런 것을 생각했죠. 신정태가 자주 걸었던 길, 오른손잡이였을까? 왼손잡이였을까? 뭘 먹었나? 이런 거요. 촬영을 시작하면 내가 하는 게 신정태가 하는 것이란 생각을 했죠. 김현중과 신정태는 걸음걸이도 달랐어요.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고민의 문제가 생활감, 생명력으로 나타났어요. 정말 신정태가 돼버렸죠. 이런 신정태를 생각하면 슬퍼요. 인생으로는 최악의 삶을 살았어요. 아버지의 존재를 거부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다른 사람을 지킨 아버지와 같았잖아요. 피는 못 속이는 것 같아요.”

김현중은 신정태에 대해 안쓰러움을 느끼며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정태가 하는 행동에 이유를 생각하고, 더 빛이 나게 만들고 싶었다.

“‘아, 슬퍼’가 아닌, 왜 슬프고 목이 메이는지 그런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울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촬영을 한 적이 없어요. 그 상황에서 그렇게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지문에 없는 연기를 했죠. 조달환 형이 연기한 풍차가 죽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고 대사에 없는 이야기를 했어요. 끝나고 신기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런 게 신 내리는 건가?’ 생각도 들었죠.”

   
김현중 © SSTV 고대현 기자

김현중이 신정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연기한 결과일까? 전작들에서는 연기력 논란이 따라다녔지만 ‘감격시대’에서는 어느 정도 털어낸 듯 보였다. 하지만 김현중은 연기가 늘었다는 호평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동안 가족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예요. 좋은 소리가 없었잖아요. 이번엔 엄마가 잘한다고 하시는데 사실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기분이 좋으면 들뜨고, 목소리가 뜨거든요. 연기하는 데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요. 연기력 호평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 전 무존재였으면 좋겠어요. 아무 이미지 없는 무존재이고 싶어요. 있는 듯 없는 듯한 사람이 좋아요. 제가 언제까지 꽃미남, 상남자일 수 없잖아요. 꽃미남을 위해서 밤마다 얼굴마사지나 팩을 할 수도 없고, 상남자라고 어디 가서 계산을 할 수도 없는 거고…. 드라마 끝나면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요.”

김현중은 연기력 칭찬에 대한 말들을 믿지 않았지만 댄스가수 출신이 보여주는 액션연기까지 더해 ‘감격시대’ 방영 내내 가장 많이 회자 된 말은 ‘김현중의 재발견’이었다. 그렇다면 김현중이 ‘감격시대’를 촬영하며 새롭게 발견한 김현중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잠을 안 자고도 살 수 있구나 싶었어요. 심할 때는 나흘 밤을 새우고 촬영을 하기도 했어요. 김현중이 아닌 신정태가 가능했어요. 갑자기 울다가, 웃다가, 싸우다가. 회의하니까 혼란스러웠어요. 김현중이란 게 없더라고요. 정신이 우울해지고 나쁜 생각도 들었어요. 한국드라마의 매력이죠.”

   
김현중 © SSTV 고대현 기자

‘한국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말한 드라마 제작현장을 두고 김현중은 지난 3월 방송된 KBS 2TV ‘다큐 3일’에서도 입을 열었다. 항상 사랑받고 최고의 위치에 있는 김현중이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리 나라는 정말 배려가 없어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잠 안 자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해요. ‘한국인이니까’ 이렇게 말하는데 한국인은 잠도 안 자고, 돈도 못 받고, 그렇게 일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스태프도 한 가정을 책임진 사람들이잖아요. 배우들은 작품의 성공 여부에 따라 CF를 촬영하거나 부가 수입이 생기는데 스태프들은 돈 못 받으면 끝이잖아요. 배우는 행동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있지만 스태프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방송국은 한정돼 있고 밉보이면 방송국이 안 좋아하니…. 힘없는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김현중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흥분하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그렇지만 거침없이 말했다. ‘감격시대’ 최종회의 엔딩에 나온 “지금은 1937년, 앞으로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현재에 최선을 다해서 살아낼 뿐”이란 대사를 이야기하며 현재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1930년대와 지금은 달라진 게 없어요. 일국회, 방삼통, 황방이 싸울 때와 한국, 중국, 일본은 무기만 달라졌지 똑같아요. 인간의 본성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뺏고 뺏기는 걸 보면요. 드라마를 촬영할 때도 전혀 다르게 살아온 200명이 모여요. 자연스럽게 세력 다툼이 생기고 규율이 생기는 게 신기했어요. ‘한·중·일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본성이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김현중 © SSTV 고대현 기자

그동안 방송을 통해 보여준 김현중의 모습은 엉뚱함이 많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며 들려준 이야기는 진지하고 어른스러웠다. 하지만 “신문에서 사회, 정치면을 보느냐. 관심이 많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봐요. TV를 볼 때도 ‘생생정보통’ ‘생활의 달인’ ‘VJ특공대’를 봐요. 사람사는 이야기가 재밌어요. 등장하는 인물들을 잘 관찰해요. ‘족발집 아줌마 연기는 저렇게 하는구나’ ‘외국인 노동자는 저렇구나’ 하면서요. 연기는 발성, 발음이 아니라 ‘살고 있는 현실을 얼마나 잘 기억해 똑같이 표현하느냐’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서 찍었고 아쉬운 것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연기가 안 된다 싶으면 접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감격시대’가 끝난 후 김현중의 생각은?

“자신감이 생기면 그때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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