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황금무지개’ 도지원 “낯선 엄마 연기... 이젠 받아들여요”
[SS인터뷰] ‘황금무지개’ 도지원 “낯선 엄마 연기... 이젠 받아들여요”
  • 승인 2014.04.0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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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원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시간은 흐르는지도 모르게 지났고 벌써 데뷔 26년을 맞았다. 1989년 미스 드봉으로 얼굴을 알린 도지원은 데뷔 26년의 ‘선배님’이지만 MBC 주말드라마 ‘황금무지개’(연출 강대선, 이재진|극본 손영목, 차이영) 현장에서는 후배들에게 ‘누나’이고 ‘언니’였다. 자신을 어려워하는 후배들에게는 “언니지 뭐야”라면서 먼저 다가가 친해지는 계기를 만든다고 했다. 신인 시절부터 먼저 다가와 주는 선배 연기자들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었다.

“후배들을 아우르는 입장이지만 나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동등한 배우잖아요. 이번 작품을 끝나고 후배들과 함께 MT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회식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무슨 얘기를 하겠어요. 끝나고 더 친해진 계기가 됐죠. 이렇게 서로 편하게 작업을 한 드라마가 손에 꼽거든요. 다음에 또 만나고 싶어요.”

현장 분위기에 대한 칭찬은 강대선, 이재진 PD에게도 이어졌다. 도지원은 두 감독에 대해 “호인”이라고 평가했다.

“연기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세요. 편하게 연기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준 감독님이세요. 스태프들이 밤을 새도 웃어요. 배우들 역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서로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밤을 새우고 메이크업을 지우고 다시 촬영장을 가도 행복했어요. 항상 웃으면서 촬영을 했으니까요.”

   
도지원 © SSTV 고대현 기자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다.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았지만 남편은 죽고 아이는 빼앗겼다. 복수를 하고 딸을 되찾는 동안 또 한 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결국은 일곱 아이들의 보호자로 남았다. 고아원 출신의 ‘영혜’의 이야기다. 그 과정은 ‘울고 또 울고’였다.

“감독님과 손영목 작가님이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라고 하셨죠. 여러 가지 감정을 가져가야 하지만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해보고 싶었어요.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매회 우는 장면이 있었어요. 인간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몰입하니까 되더라고요. 감독님이 성인으로 전환하는 시점쯤에 눈물을 좀 줄여달라고 하셨어요. 연출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처음이라면서요. 저는 대본에 충실했어요. 눈물을 머금는다, 흐른다, 이런 지문이 있는데 어떻게 눈물을 흘리지? 하다가도 순간적으로 몰입이 돼요. 상대 배우가 우는 장면이 아닌데도 어느 순간 울고 있어요. 감성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드라마였죠. 힘들었지만 희열을 느꼈어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도지원에게 절절한 모성애 연기 이야기를 꺼냈다. 도지원이 한 대답은 “강아지”였다.

“모정은 상대에 대한 사랑이잖아요. 가장 마지막으로 키운 강아지가 있었는데 하는 행동이 정말 예쁘고 귀여웠어요. 그 강아지를 보듬고 밥을 주면서 사람처럼 대하는데 언젠가 ‘엄마들이 이런 느낌으로 쓰다듬고 예뻐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아이고 예뻐라’ 하는 것을 어머니가 하시더라고요. 무의식적으로 입력이 됐나 봐요.”

   
도지원 © SSTV 고대현 기자

강하고 도도해 보는 이미지와 달리 신인 시절의 도지원은 숫기도 없고 잘 나서지도 못하는 성격이었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단다. 하지만 외적인 이미지와 어울리는 역할을 하다 보니 ‘딱딱한 사람이 한없이 딱딱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래서 도지원은 “나 자신을 깨부수자”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여인천하’를 한 이유도 있어요. 이 작품 하면 이 캐릭터를 하고 다음에는 또 어떤 캐릭터를 하자, 이렇게 계획을 세웠죠. 그래서 쉬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걸 쫓다 보니까 좋은 시절을 두고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아 안타까워요. 사실 지금은 ‘누구의 엄마’ 역할이 많이 들어와요. 연기자로 어떤 것을 이뤄야 할 나이가 됐는데 저희 나이에서는 ‘누구의 엄마’에요. 저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도 나이가 많은 자식을 둔 엄마를 해요. 선배 연기자들도 ‘내가 할 역할을 왜 네가 하니?’라고 하세요. 엄마 역할의 세대가 어려졌죠. 주인공의 나이가 높아지고 있으니 연세가 있는 배우들은 할머니 연기가 되는 거예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현실과 타협하려면 어쩔 수가 없구나’ 생각이 들어요.”

도지원 역시 어머니 역할을 맡은 것이 쉽지 않았다. “내가 애 엄마를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연기의 감을 잃게 되고 이는 곧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주인공들은 주인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면도 있죠. 그렇게 쉬다 보면 연기의 감을 잃어요. 그 세대에 맞는 연기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몇 달이라도 쉬면 달라져요. 요즘에는 일하는 즐거움이 있고 다음 작품에 대한 연구도 하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이제는 받아들이는 입장이 됐어요.”

남을 먼저 배려하고 긍정적으로 살고 ‘내가 좋다’라는 생각이 든 것은 중학교 때였다.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상대에게 차마 말을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하고, ‘젖 달라는 아이 젖 준다는 것’을 알아가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말자는 생각은 계속 가져왔다. 남들이 변하는 것을 걱정할 때 ‘나는 나야’란 생각을 다잡으며 지내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가 가진 마음은 비슷해요. 변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고, 이해심이 많아 졌다는 거죠”라고 말하는 도지원. 누구의 엄마도 아닌 배우 도지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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