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로필3’ 박유환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이었죠”
[SS인터뷰] ‘로필3’ 박유환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이었죠”
  • 승인 2014.03.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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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환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김숙현 기자]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연출 장영우 | 극본 정현정, 이하 로필3)의 세 남자는 하나같이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판타지스러울 만큼 완벽한 이들 중 ‘여자를 가장 잘 아는 남자’를 고르라면 백이면 백 단언컨대 이우영(박유환 분)을 꼽을 것이다.

배우 박유환이 연기한 이우영은 홈쇼핑 회사 1년 차 신입사원이자 팀 내 청일점으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섬세함의 끝을 보여줬다. 기가 센 누나 세 명과 엄마까지 여자들에 둘러싸여 자란 탓에 여자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깨우치고 있는 그는 남다른 패션 감각과 일을 향한 열정까지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다. 특히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남동생처럼 여자들에게 ‘보통 남자’가 헤아릴 수 없는 이해심과 센스를 발휘한 이우영은 ‘특별한 남자’ 그 자체였다.

MBC 드라마 ‘그대 없인 못 살아’ 이후 1년여 만에 지난 4일 종영한 ‘로필3’라는 작품 한 편을 필모그래피에 추가한 박유환은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우영 캐릭터와 ‘로필3’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묻자 “너무 슬퍼요”라며 아쉬움이 가득한 듯 울상을 지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배우들끼리 빠르게 친해져서 사적인 만남이 많았거든요. 갑작스럽게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 ‘나 시간 비는데 커피 할 사람?’ 하면 ‘손! 손!’ 하고 만나서 수다 떨고 영화도 보고요. 그러면서 촬영하다 보니 어느 새 14회, 15회 대본을 보고 있고 금세 끝나 버린 거예요. 정말 잊지 못할 만큼 재밌었고 많은 걸 배워서 선배님들께 감사해요.”

   
박유환 ⓒ SSTV 고대현 기자

◆ “겪어본 적 없는 신입사원 연기, 주변 계속 관찰했어요”

이우영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하나같이 명확하다. 여자를 잘 아는 남자, 신입사원, 막내, 청일점. 박유환은 이우영의 특징 중 어느 하나 허투루 놓친 점이 없었다. 이제 갓 24살로 회사 생활 경험이 있었을 리 만무한 그를 빠릿빠릿한 신입사원으로 만들어 준 습관은 관찰이었다.

“사회생활이란 게 일반적인 회사에서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지금 와 있는 이 카페에도, 제가 가는 미용실 직원 분들 사이에도 다 사회생활의 단계와 직급이란 게 있으니 주변 어디든 관찰하면서 대화, 말투 같은 걸 유심히 봤어요.”

그렇게 입사 1년 차 신입사원 이우영이 된 박유환은 ‘로필3’ 시청률이 전체 가구 시청률 1%를 돌파하자 제작발표회에서 선언했던 시청률 공약을 선뜻 실천했다. 용기 있게 신입사원 100여 명에게 먼저 여유를 담은 커피 한 잔을 건네며 그들을 응원한 것. 이우영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신입사원들의 고충을 얼추 헤아리게 됐다는 박유환은 데뷔 후 일본 팬미팅을 제외하고 연예계 종사자가 아닌 이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자리가 처음이었음에도 “재밌었어요!”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는 연기로 일부분만 경험하는 거지만 거기야말로 진짜 회사고 그 분들의 생활이자 일이잖아요. 거기에서도 관찰을 많이 했어요. 제가 연기로 접한 신입사원의 일부만 봐도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거든요. 눈치도 봐야 하고 할 일도 너무 많고, 혼나면 토 달 수도 없고(웃음) ‘진짜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선물해 드리고 싶었어요. 기회만 된다면 또 하고 싶어요.”

보통 신입사원에서 그치지 않고 남다른 센스를 발휘할 줄 아는 신입사원인 이우영을 위해 박유환은 외형적인 부분에도 공을 들여 캐릭터에 힘을 실었다. 일반 신입사원과 확연히 다른 패션과 헤어스타일은 트렌디한 ‘로필3’와 걸맞으면서 이우영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였다.

“어떻게 보면 이우영의 스타일이 과할 수도 있는데 제 생각엔 패션 일을 하는 신입사원이라면 그만큼은 꾸미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직업과 직급에 맞게 열심히 신경 써서 예쁨 받으려고 노력하는 거죠.”

이우영의 패션이 ‘스윗 댄디룩’으로 불리며 호평을 받았다면 다소 엇갈리는 반응을 일으킨 헤어스타일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박유환 자신에게 있어서는 ‘로필3’ 초반 이우영의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었지만 호불호가 갈렸던 일 역시 부정할 수 없었다고.

“연기하면서 조금만 움직이면 머리가 거슬려서 넘기곤 했는데 남자가 매 장면마다 머리를 만지면 보기 좀 그렇잖아요.(웃음) 그런 점은 답답했어도 저는 마음에 들었거든요. 나름 느낌 있다고 할까? 그런데 주변에서도 ‘머리 잘 어울린다’는 얘기와 ‘너 머리 뭐야?’ 하면서 반응이 달랐어요. ‘이상한가?’ 싶어서 결국 바꾸고 나니까 평준화가 된 거죠.”

예쁜 것도 좋지만 몸이 편한 옷을 가장 중요시하던 박유환은 레이어드를 즐기는 등 자신과 사뭇 다른 이우영의 패션으로 새로운 관심사가 늘었다. 이우영을 만난 후 “평소 답답해서 멀리해왔던 셔츠를 보이는 대로 사게 되더라”고 웃는 얼굴에서 어른스러운 이우영 뒤로 잠시 감춰 뒀던 박유환의 소년 같은 면모가 여실히 드러났다.

   
박유환 ⓒ SSTV 고대현 기자

◆ “닮고 싶은 연애 타입? 이우영이고 싶어요”

이우영과 박유환의 차이점 중 가장 큰 것은 박유환에게는 친누나도 여동생도, 심지어 ‘그냥 아는 누나들’조차 없다는 점이다. 그런 박유환이 여자를 꿰뚫고 있는 이우영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타고난 센스’라고. 이는 김소연과 박효주 등이 박유환을 ‘귀요미’라고 칭하며 뜨거운 막내 사랑을 받게 한 포인트기도 했다.

“제 주변엔 주로 형들뿐이라 ‘어떻게 하지?’ 했는데 제가 남녀 상관없이 상대를 대할 때 막내의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나 봐요. 센스가 있다고 할까?(웃음) 누나들이 치마를 많이 입고 나오는데 힘들어서 바닥에 앉게 되거나 하면 저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들고 있는 걸로 가려주고 했더니 ‘너 완전 남자네, 여자 많이 만났나 봐!’ 이런 얘기 듣고요.(웃음) 그런 면이 신입사원이자 팀 막내인 이우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 듯 해요.”

남자의 로맨틱은 한 끗 차이로 오글거림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무방비한 순간 아무렇지 않게 정희재(윤승아 분)를 향해 달콤한 멘트를 날리는 이우영도 쉽게 피하기 어려운 주의사항이다. 이를 언급하자 양 주먹을 꽉 쥐며 어쩔 줄 몰라 한다.

“힘들었어요! 이렇게 설명하느라 말하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웃음) 15회에 희재한테 커피를 주는데 희재가 ‘왜 이렇게 맛있어요?’ 하니까 ‘특별한 걸 넣었으니까. 사랑이라고나 할까?’ 하는 장면은 리허설할 때부터 어떡하지 싶어서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남궁민 선배님이 이우영 장면과 대사를 듣고 ‘정말 로맨스가 필요하구나’를 느끼셨대서 감사하더라고요. 또 제가 순간의 오글거림을 참고 더 예쁜 장면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고요.”

잠깐의 오글거림을 오롯이 이겨내지 못한 점이 못내 마음에 남은 듯한 박유환은 “밀고 당기기 없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순간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진심을 전할 줄 아는 이우영의 면모가 여자를 설레게 하는 남자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이우영은 그 자체가 로맨티스트이자 닮고 싶은 남자였다.

“이우영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게 여자를 만나면서 성숙한 점이었어요. 재고 따지지 않고 상대방의 자체를 좋아하고, 여자의 꿈을 중요시하고요. 마지막에 정희재가 1년 간 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남자로서 보내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우영은 처음에 반대하다가 정희재를 응원하고 밀어주려고 허락하는 게 멋있는 거예요. 배워야겠다 싶어요.”

극 중의 로맨스가 아닌 실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 기억에 남았던 로맨스를 묻자 과감하게 첫 키스 이야기를 꺼낸 박유환은 10여 년 전인 중학교 1학년 때 겪었던 첫 키스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보냈던 학창시절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로 북적이던 사물함 앞에서 여자친구와 나눈 키스에 전교생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당시의 설렘과 순수한 감정이 소중했다고.

순진한 얼굴로 대담한 추억을 말하는 이 남자의 연애 타입은 ‘로필3’ 세 남자 주완(성준 분), 강태윤(남궁민 분), 이우영 중 누구와 가장 흡사할까. 적어도 몇 번째 데이트에서 키스할지 정해두고 저지르는 남자는 아니란다. “눈이 마주쳤을 때 말없이 ‘찌릿’하는 순간의 느낌”을 설명하며 양 검지 끝을 맞대 보이는 박유환의 모습은 그의 말처럼 연애에 있어 계산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마음 같아선 주완으로 하고 싶지만(웃음) 너무 완벽해서 없는 캐릭터 같아요. 선배님들이랑 이야기했었거든요. 주완 같은 남자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1만 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 싶다고요. 전 이우영을 연기해서 그런지 이우영한테 정이 가요. 이우영이고 싶어요.”

   
박유환 ⓒ SSTV 고대현 기자

◆ “‘박유천 동생’ 타이틀, 싫었던 적 없어요”

박유환이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그는 자신의 이름 석 자보다 ‘박유천 동생’으로 대중에 인식되며 화제를 모았다.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스타의 가족이라는 것은 흔하지 않은 혜택이자 색안경을 쓰게 하는 꼬리표였다. 데뷔를 갈망하는 수많은 이들 중 특별한 지름길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타고난 그가 형 박유천과 상관없이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예민한 질문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짐짓 긴장했던 박유환은 이내 진지하게 “형 덕분에 쉽게 데뷔한 건 사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어릴 적 연기가 뭔지도 몰랐을 때 시트콤이나 드라마 보면서 ‘저런 거 하면 재밌겠다. 보는 나도 재밌는데 직접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 꿈을 잊고 살다가 형이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 연습하는 걸 보고 ‘하고 싶다’고 확 불붙었던 것 같아요.”

자신만의 무언가를 보여주기 전부터 다소 자유롭지 않은 호칭에 갇힌 박유환은 이를 벗어 버리기 위해 애쓰거나 발버둥치지 않았다. 주어진 것의 단점보다 장점을 감사히 여겼고 무게를 알았다. ‘박유천 동생’은 더 나은 박유환을 만드는 성장의 기폭제였다.

“연기하는 분들 중 상황이 어렵거나 분명 저보다 꿈과 열정이 가득한 분도 많은데 제가 ‘이렇게 쉽게 해도 되는 건가?’ 하는 고민도 많았어요. 저도 배우가 꿈이긴 했지만 덕분에 꿈을 운 좋게 이룬 것 같고, 그만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도 컸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데뷔해서 부족함이 너무나 많았으니까 악플이나 지적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말을 새기고 노력해서 고쳐나가야겠다고 결심했죠.”

1년 여 기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결과 박유환은 전작인 2012년 종합편성채널 채널A 드라마 ‘K팝 최강 서바이벌’을 함께한 박효주에게 “너 대박이다”라는 말을 들을 만큼 한층 좋아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때 발음이 상당히 안 좋았다. 내가 봐도 피크였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어려워요, 어려워”라고 심각하게 탄식하기도 했다.

“어떤 부분이 잘 안된다고 계속 그것만 파다 보면 더 꼬이게 되더라고요. ‘로필3’는 워낙 현실적인 드라마니까 대사를 친다기보다 최대한 편하게 힘 빼고 평소 말하는 것처럼 하려고 했는데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었죠. 얼마 전엔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했어요. 남궁민 선배님이 한국어는 끊어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한 호흡으로 연결해서 말한다고 하시는 거예요. ‘아! 이거였구나!’ 하면서 머리에 확 박히기도 하고 몰랐던 걸 알려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앞으로도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아요.”

박유환은 자신에게 양날의 검과 같은 ‘박유천 동생’이라는 타이틀이 단 한 번도 싫었던 적이 없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단지 “‘어, 내 동생! 이제 연기 좀 하네?’ 할 수 있도록, 내가 형의 동생이라 형이 뿌듯했으면 좋겠다”고. 남들이 가지지 않은 만큼 남들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박유천 동생’이라는 딜레마에 관해 박유환은 다부진 포부를 드러냈다.

“가장 중요한 건 연기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형한테 피해가 안 가게 하자는 거예요. 저는 작품을 해나가면서 점점 늘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로필3’ 역시 연기를 1년 쉬었다가 하게 됐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간 연기를 보여준다면 정말 끝난다,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그만큼 생각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잘 마친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이제는 배우라는 호칭이 썩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의젓해진 박유환과의 만남에서는 ‘박유천 동생’의 후광을 업고 스타가 되려는 게 아니라 배우다운 배우를 향한 그의 진지한 자세와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박유환에게 앞으로 어떤 연기로 언제까지 배우의 삶을 살아나가고 싶은지를 묻자 돌아온 진심 어린 답은 이 젊은 배우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저는 항상 선생님들을 뵈면 그 분들처럼 되고 싶어요. 정말 놀랐던 게 그렇게 오래 연기를 하셨는데도 대본을 쉽게 대하지 않으세요. 그 위치라면 그냥 보고만 해도 잘하는 걸로 보일 텐데 오히려 계속 연습하시고 더 분석하시는 모습 보니까 정말 대단하시더라고요. 저도 선생님들처럼 오래 하고 싶고, 항상 듣고 생각하는 말이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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