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도희 “‘응사’는 타임캡슐에 넣어 두고 싶은 작품”
[SS인터뷰] 도희 “‘응사’는 타임캡슐에 넣어 두고 싶은 작품”
  • 승인 2014.01.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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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지 도희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김숙현 기자] 어리다고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룹 타이니지로 데뷔해 지난해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연출 신원호 | 극본 이우정)로 단숨에 핫 아이콘이 된 도희는 실제로도 그가 선보인 조윤진만큼 당차고 똑똑했다. 각종 광고와 예능 러브콜에 가수 컴백 준비까지 숨 가쁜 매일을 보내면서 사투리를 고치는 데 가장 집중하고 있다는 도희를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도희에게는 나이답게 귀엽다 싶으면 생각지 못한 데서 치고 들어오는 반전이 있었다. “평범한 20대인 여성도 아니고 여자? 여자라기도 좀 그렇고 여자애가 맞겠다”고 자신의 실제 성격을 설명한 그에게서 발랄하고 소녀다운 모습과 함께 일찍 사회에 발을 내디딘 만큼 영리한 면모가 엿보였다.

“‘응답하라 1994’를 하기 전까진 데뷔했어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진 않았는데 스케줄이 많아져서 재밌게 하고 있어요.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보시는데 아침에 일어날 땐 순간적으로 힘들기도 하죠. 그래도 예전에 비해 바쁘게 지내는 게 무척 행복해요.”

   
타이니지 도희 ⓒ SSTV 고대현 기자

◆ “조윤진 이미지요? 걱정 안 해요”

‘응답하라 1994’ 신원호 PD는 방송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도희를 두고 “어린 친구가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열심히 애쓰는 게 예쁘다”고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본인도 이 이야기를 알고 있을지 소감이 궁금했다.

“원래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직접 안 하세요. 지금까지 감독님이 절 언급하신 걸 전부 기사로 접했어요. 그런데 제게 바로 말씀해주시는 것보다 남한테 좋게 이야기해주시는 게 두 배, 세 배 더 감동적이더라고요.”

도희가 선보인 조윤진은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정은지 분)을 떠올리게 했다. 걸그룹 멤버이자 ‘네이티브 사투리’를 걸쭉하게 구사하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정은지와 겹치면서 ‘제2의 정은지’라는 수식어를 끌어내기도 했다.

“지금도 롤모델 아닌 롤모델이 정은지 선배님이에요. 비슷한 경향도 많고 지금 잘 나가고 계시잖아요(웃음) ‘제2의 정은지’라는 표현이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단지 그때는 극 초반이라 ‘정대만’ 이미지가 다였고 호기심 가는 인물인 상태에서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오지 않았을 때라서 좋은 만큼 걱정되기도 했어요.”

조윤진(도희 분)의 사투리와 욕이 빛을 보기 전 그를 상징하는 단어는 ‘서태지 열성 팬’이었다. 방송 시작 전부터 조윤진을 설명하는 특징은 24시간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서태지밖에 모르는, 서태지를 빼면 아무 것도 없을 듯한 소녀였다. 반면 실제 도희는 열광적으로 연예인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겪어 보지 못한 1994년 시절도 낯선 마당에 생전 몰랐던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윤진이스러운’ 성격의 도희에게서 ‘윤진이스럽지 않은’ 부분이었던 셈이다.

“100% 이해되진 않더라고요. 특히 어려웠던 건 서태지 선배님이 은퇴하셨을 때였어요. 당시를 아시는 여러분에 여쭤 봤는데 감독님께서 ‘미친X처럼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물론 저도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지만 윤진이만큼 열광적이지는 않아서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연기를 통해 팬 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어요. ‘왜 저렇게까지 하실까’ 싶던 열성 팬 분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죠.”

조윤진은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은 체구와 예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걸걸한 입을 가지고 “디질래”를 연발하고 자칫 잘못하면 멱살을 잡으며 “창자를 빼 가지고 젓갈을 확 담가불랑께” “모가지를 따 버릴라니까” 등 참신하리만큼 걸쭉한 표현을 거침없이 뱉는다. 한 마디 한 마디 숱한 화제를 낳았던 조윤진은 도희의 이미지이자 상징이 돼 버렸다. ‘응답하라 1994’가 종영한 지 한 달이 가까워오는 시점에서도 도희는 어딜 가나 처음 보는 이들로부터 대뜸 “욕 해 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인기를 끌었던 만큼 자의에 상관없이 그 안에 갇혀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인 것. 이른바 ‘대박난 드라마’가 가져오는 부작용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사투리 연기였기 때문에 그나마 자연스럽게 한 것 아닐까?’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얼마 전 ‘택시’ 녹화할 때 홍은희 선배님께 상담처럼 말씀드렸더니 모든 연기자 분들이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흥행했던 캐릭터를 벗어나기 힘들고 연기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번 숙제라고요. 그렇지만 다음 작품을 만나면 당연히 새 캐릭터가 되고 그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음 캐릭터가 될 수 있다고, 게다가 제가 어리니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많다고 격려해주셔서 생각을 조금 고쳐먹고 앞을 보기로 했어요. 사투리 역할이 들어오면 그걸 하면 되고, 혹시 표준어 역할이 들어오면 기쁘게 하면 되고, 만약 연기 기회가 없다면 열심히 가수 해야죠. 조금 단순히 생각하기로 했어요.”

   
타이니지 도희 ⓒ SSTV 고대현 기자

◆ “오빠들이 오해해서 너무 서운해요”

조윤진 하면 삼천포(김성균 분)를 떼놓을 수 없듯 ‘응답하라 1994’에서 도희에게 가장 특별한 동료로 남은 것은 김성균임을 부정할 수 없을 터. 조윤진의 20살부터 39살까지를 함께한 삼천포와의 시간들이 ‘첫 연애’였다고 강조하며 웃음을 터뜨린 도희는 김성균과 자신에게 끊이지 않는 동반 광고와 극에 과하게 몰입해 두 사람의 관계를 실제처럼 여기는 일부의 시각마저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사실 시작 전부터 ‘응답하라 1994’ 팀 전체가 성균 오빠와 제 케미를 걱정했어요. 감독님은 아청법까지 말씀하실 만큼(웃음) 그러다 보니 실제 커플로 봐 주시는 것도 좋더라고요. 그간의 걱정을 다 극복한 거잖아요. 또 실제로 제가 성균 오빠를 워낙 좋아해서 그게 묻어났나 봐요. 엄마가 조심스럽게 ‘너 정말 좋아해?’ 하고 물어보기도 했고요. 그리고 어차피 앞으로 성균 오빠가 ‘용의자’ 같은 거 하나 하시고 저도 타이니지 컴백하면 남남 되니까요(웃음) 걱정 안 해요.”

출연진의 목소리로 꾸며진 ‘응답하라 1994’ OST 녹음 현장에서 가장 능숙했을 인물을 꼽자면 단연 도희일 것이다. 본업이 가수인 만큼 커플 연기를 펼친 김성균과 듀엣 곡 ‘운명’을 녹음할 때 조언을 건네기도 했을 것 같았는데 여기서도 아쉬움이 돌아온다.

“성균 오빠랑 저 둘 다 엉망진창인 날이었어요. ‘우리 사귄다’ 발표하는 장면에 곡이 나와야 해서 방송되는 주에 급하게 녹음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녹음하느라 저는 목이 잠길 대로 잠기고, 성균 오빠도 감기가 심한데 시간이 너무 없는 거예요. 거의 한 번씩 부르고 끝냈어요. 나머지는 기계님께서 해결해 주신 건데(웃음) 성균 오빠가 감기로 고생하셔서 ‘기계가 만져줄 테니 편하게 하라’고 했죠(웃음) 녹음 결과가 너무 엉망이라 둘이서 ‘OST 발매 안 하면 안 되냐’고 하기도 했어요. 또 저희는 원곡 들으면서 ‘오빠 소몰이 창법 보여주세요’ 하고 소리 질러 가며 연습했거든요. 근데 막상 편곡된 걸 보니 엄청나게 달콤해서 둘 다 당황했었던 기억도 나요. 아쉬움이 많죠.”

‘응답하라 1994’ 종영 후 10일 방송된 ‘응답하라 1994 에필로그’ 속 마지막 촬영 현장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촬영이 끝나기도 전 한 구석에서 울음을 삼키고 있던 도희의 모습이었다. 촬영이 종료될 때까지 입을 틀어막고 울먹이다가 “수고하셨습니다”와 함께 터져 버린 막내 연기자의 눈물에 무엇이 그리도 슬펐는지 알고 싶었다.

“저도 저한테 깜짝 놀랐어요. 주책맞게 왜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더라고요(웃음) 원래 저보다 아라 언니가 먼저 울음이 터졌거든요. 그때만 해도 아라 언니를 위로하고 있었고 괜찮았는데 ‘마지막 신입니다!’ 하고 슛이 들어가니까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고요. 컷 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사 나누니까 아쉬움, 추억들도 생각나지만 정말 단순히 ‘헤어져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감사한 것도 많았고요. 그 두 가지였어요, 감사한 것과 헤어지기 싫어서.”

어느 집단이든 막내라는 존재는 사랑받게 마련이다. 말 안 듣는 사고뭉치 막내라도 귀엽게 봐 주는 게 다반사인데 도희처럼 ‘하는 짓까지 예쁜’ 막내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행동에 뒤지지 않을 만큼 귀여운 얼굴까지 갖고 있다. 안 봐도 선하다.

“바로 오빠는 예뻐해 준다기보다 같이 노는 개념이었어요. 성균 오빠도 생각보다 조금 어려서(웃음) 저질 개그를 잘하시는데 저도 그런 걸 좋아해서 개그하면서 잘 놀았죠. 연석 오빠는 정말 많이 놀렸어요! 키 작은 걸로요. 호준 오빠랑 연석 오빠가 주로 놀리면서 장난을 쳤고, 정우 오빠는 누군가를 향하기보단 혼자서 장난치기 시작해서 다 같이 장난치는 분위기를 만들어요. 그러면서도 연기 선배님으로 가장 진지하게 조언해주고 충고해준 선배님이 아닌가 싶네요. 아라 언니는 친구처럼, 친언니처럼 대화를 많이 나눴죠. 동일 선배님은 장난도 하셨지만 연기 선배님이자 인생 선배님으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셨어요. 일화 선배님은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 주셔서 제가 긴장 많이 했을 때 괜찮다고 토닥여주시고. 극 중에서 억척스럽지만 실제로는 정말 차분하시거든요. 다들 무척 좋았어요.”

도희는 예쁨을 받은 만큼 돌려줄 줄도 알았다. 신원호 PD에게 “연기를 잘 할 자신은 없지만 막내로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내겠다”고 선언한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언니 오빠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을 광경이 그려진다. 원래부터 애교가 있는 성격이 아닌데도 마냥 예쁘게 구는 여동생의 모습은 오빠들로부터 “아무에게나 안기지 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게 하기도 했다. 이를 언급하자 단호한 표정으로 신신당부한다.

“오빠들에게 너무 서운한 게, 제가 오빠들이니까 안기지 어떻게 아무한테나 그러겠어요. 오빠들이 보기엔 본인한테만 안겼으면 하는데 다른 오빠들한테도 안기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이 말 꼭 전해주세요, 오빠들이니까 안기는 겁니다!”

   
타이니지 도희 ⓒ SSTV 고대현 기자

◆ “제 강점이요? ‘깡다구’가 있대요”

‘응답하라 1994’로 한 번에 얼굴과 이름을 알렸지만 원래 소속된 그룹인 타이니지를 알려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인기가 오를수록 지켜보는 시선이 많아진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감당하기 힘들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포상 휴가인 사이판에 갈 생각에 들떠 “어디서 어떤 옷을 살까” 고민하다가 스케줄 문제로 포기해야 했을 때는 정말 속상했다고.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전 세계 일주를 할 수도 있을 기세지만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체코 프라하란다. 중학생 시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예쁜 분위기가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꼭 신혼여행지로 삼겠다 다짐하는 표정은 분명 또래들과 다를 바 없는 상큼함이다.

그러나 방심한 순간 주관이 확실하고 뚜렷한 생각을 밝힐 줄 아는 도희의 야무진 면모가 속속 드러난다. 가수 출신이자 시트콤으로 시작해 격정 멜로까지 섭렵한 황정음과 목소리만 들어도 존재감을 알아챌 수 있는 백지영을 배우와 가수 멘토로 꼽은 도희는 타이니지 데뷔도, 조윤진 캐스팅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키 작은 멤버를 찾고 있었던 덕분에 타이니지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여수에서 순천까지 편도 40분 이상을 오가며 음악 수업을 받은 노력은 그의 생각만큼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또 자신보다 사투리가 강한 오디션 응시자가 없어 조윤진이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수긍하며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세울 게 없다”고 멋쩍어하는 모습이 내심 놀라웠다.

“저만의 강점이라… 어렵다(웃음) 사실 데뷔할 때 제가 타이니지에서 가장 걱정되는 멤버였거든요. 노래도 리드보컬보다 못하고 춤도 데뷔를 위해 겨우 배운 거였고, 사투리를 잘하지만 내세울 건 아니고요. 그 와중에 저도 몰랐는데 이사님께서 말씀하시길 ‘깡다구가 있다’고 해주셨어요. 절 어딜 내보내면 뭐라도 해내서 돌아온다고 평가하시더라고요. 또 예전에는 하기 싫거나 자신 없으면 그냥 피해 버렸는데 연예계라는 곳이 내 마음대로만 할 순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던져지면 어떻게든 하고 돌아오는 게 생긴 것 같아요. 이외의 것들은 경험으로 쌓아 나가야 하겠지만 그 ‘깡다구’를 믿고 뭐든지 열심히 해 볼 생각이에요.”

가수 데뷔 당시 사투리 콤플렉스 탓에 내성적으로 변했던 도희는 ‘응답하라 1994’를 만나 예전의 밝음을 많이 되찾았다. 손으로 타임캡슐의 형상을 만들며 “타임캡슐 안에 넣어 두고 싶은 작품”이라고 ‘응답하라 1994’를 정의한 그는 빠르면 3~4월 타이니지로 가수 활동에 컴백하기 위해 곡을 받고 있다. 제 키보다 훌쩍 큰 무궁무진한 목표 속에서 마치 자판기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음료수가 나오는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평범한 20대 초반 여자애’ 도희의 눈이 유난히 반짝반짝 빛났다.

“솔로는 아주 나중에 한 번쯤 하게 된다면 악기 열심히 배우고 공부해서 제가 좋아하는 인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연기에서 차기작을 선택할 수 있다면 학원물이나 시트콤 장르 혹은 대가족이 나오는 주말드라마의 막냇동생, 미니시리즈의 주인공 친구? 주연 욕심은 없어요. 저도 제 자신을 알기 때문에(웃음) 예능은 토크쇼보단 하루 종일 찍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하고 싶은데 ‘1박 2일’ 모닝 엔젤! 그거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욕을 아주 그냥(웃음) 하지만 아이돌 활동에 빨간 불이 켜질 것 같으니까 감추고 있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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