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유연석 “칠봉이, 남편 아니라도 멋지잖아요” ①
[SS인터뷰] 유연석 “칠봉이, 남편 아니라도 멋지잖아요” ①
  • 승인 2014.01.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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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김숙현 기자] 2013년 가을과 겨울이 이어지는 3개월 만에 단 한 명의 여자를 제외한 대한민국 모든 여심을 녹인 남자가 있다. 배우 유연석이 선보인 칠봉이는 훈훈한 외모에 잘나가는 직업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친절하고 세심한 성격과 뜨거운 가슴으로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애틋한 순애보를 지녔다. 여기에 가족의 부재라는 아픔을 안고 홀로 외로움을 견뎌나간다.

여심을 자극하는 데 있어 모성애를 공략하는 면모까지 어느 한 구석 모자람 없는 완벽한 조건의 이같은 남자가 과연 현실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2014년 첫 주말 나른한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지난해 12월 28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연출 신원호 | 극본 이우정)의 칠봉이 유연석을 만났다.

“주말에 고생이 많으세요”라고 사람 좋게 인사를 건네온 유연석은 정작 자신이야말로 ‘응답하라 1994’ 종영 이후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말갛게 웃어 보이는 그를 향해 쓰레기(정우 분)와 엎치락뒤치락 끝에 결정된 성나정(고아라 분) 남편 김재준의 정체, ‘응답하라 1994’의 결말에 대해 먼저 물었다.

“언제부턴가 저는 제가 남편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나정이를 향한 칠봉이의 진심이 얼마만큼 전달될 수 있을까’가 중요했거든요. 대본을 받아보고 남편이 아니더라도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기보다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걸 지켜보면서 용기 있게 떠나주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유연석 ⓒ SSTV 고대현 기자

◆ “분량보다는 칠봉이의 진심이 먼저”

칠봉이는 ‘응답하라 1994’ 속 유일한 서울 출신으로 숱한 팔도 사투리가 오가는 신촌 하숙에서 홀로 서울말을 사용한다. 더불어 전국구, 일본을 넘어 메이저리거로 성장하는 출중한 실력의 야구선수다. 극에 등장하는 7명의 팔도 청춘 중에도 유난히 남다르다.

“다들 사투리를 쓰는데 혼자 서울말을 써야 하니까 어색하더라고요. 저도 경상도 출신인데. 경상도 사람들이 친구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나와요. 서울말 쓰면 몸이 막 뒤틀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돼 간 거죠. 작가님도 제가 사투리를 잘 쓰는 게 아쉬우셨는지 칠봉이가 사투리를 따라하는 부분을 넣어주신 것 같아요.”

유연석은 투수인 칠봉이를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와 시간 활용을 병행했다. 자신이 맡은 칠봉이 캐릭터가 투수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전에 친구들과 사회인 야구 팀을 2년 정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단다. 그걸 바탕으로 실제 투수에게 투구 훈련을 받기 시작했고 촬영장에서도 거듭 확인을 받았다. 칠봉이를 만드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체력 관리 효과를 냈고 시간이 갈수록 야구선수와 흡사한 체형이 잡혔다.

무수한 노력을 통해 ‘어깨 미남’으로 불리게 된 유연석은 수줍지만 ‘어깨 미남’ 수식어가 내심 마음에 드는 듯 웃으며 “투수는 어깨가 생명이니까요”라고 어깨 운동에 집중했던 나날들이 당연하다는 말투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이싱이나 부상 장면 등을 통한 상반신 노출에 대해서는 “남자 배우도 노출에 부담이 있죠”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부담감에 떠는 대신 다른 배우들이 쉴 동안 촬영장 주변 헬스장의 당일 이용권을 끊고 트레이너와 상의하며 잠깐이라도 운동을 빠뜨리지 않는 열정을 보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빠듯한 시간을 쪼개고 애쓰는 것, 그런 노력이야말로 완벽한 칠봉이를 만드는 비결이었다.

외모와 직업적인 설정이 아닌 성격적인 면은 어땠을까. 유연석은 자신의 실제 성격에 대해 “절반은 경상도에서, 절반은 서울에서 살다 보니 실제로는 칠봉이와 쓰레기가 섞여 있는 성격”이라며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부분은 칠봉이와 닮았고 무뚝뚝할 때나 대놓고 챙겨주기보다 남몰래 챙겨주려 할 때는 쓰레기와 닮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도 공들인 칠봉이는 극 중반부에서 일본으로 훈련을 떠나는 등의 상황과 함께 소위 ‘TV 속의 TV’로 등장하는 것 외에 얼굴조차 보기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몇 화에 걸친 방송 동안 자신의 모습을 찾기 힘든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한데 유연석은 “분량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고 소신 있게 말한다.

“매 장면마다 시청자 분들이 정말 관심 있게 보시기 때문에 많은 장면에 나오기보다 한 장면 한 장면 ‘얼마만큼 칠봉이의 진심이 담길 수 있게끔 표현하느냐’가 먼저였어요. 한 장면을 나오더라도 어떻게 비쳐지는지가 중요한 작품이었던 거죠.”

이어 유연석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칠봉이의 명대사와 명장면으로 끊임없이 회자되는 ‘응답하라 1994’ 13화 ‘1만 시간의 법칙’ 속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장면을 언급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엄청나게 많은 분이 기억해주시고 명장면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사실 그날 방송분에서 저는 거의 그 장면밖에 안 나왔어요. 그런데도 그 장면만 기억해주시는 걸 보면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니더라고요.”

칠봉이의 20살을 뜨겁게, 아프게 했던 지독한 첫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채 추억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칠봉이의 안타까움이 더해질수록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칠봉이는 나정이를 잃었지만 유연석은 대한민국 여심을 얻었다’는 말을 꺼내자 유연석은 모든 공을 칠봉이에게 돌렸다.

“짝사랑하는 캐릭터의 매력인 것 같아요. 시청자 분들은 애가 타지만 애가 타는 것 자체가 칠봉이에 감정이입 돼 있고 공감한다는 얘기로 들려서 감사했죠. 그만큼 칠봉이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짝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짝사랑 캐릭터에 사랑을 쏟게 되고 연민을 느끼니까요.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여운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듯 해요.”

   
유연석 ⓒ SSTV 고대현 기자

◆ “프리허그? 시청률 상관없이 무조건 하려던 것”

‘응답하라 1994’ 출연진이 내건 시청률 공약 중 7% 공약을 실행한 도희에 이어 10%에 해당하는 공약을 가장 먼저 이행한 이는 유연석이었다. 그는 ‘응답하라 1994’의 최종화가 방송된 12월 28일, 최종화가 방송되기 전 “시청률 10% 돌파 시 유니폼을 입고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했다. 그러나 유연석이 프리허그를 결심한 시점은 시청률 10% 돌파보다 앞서 있었던 터. 혹시 성나정의 남편이 칠봉이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칠봉이-성나정 커플을 지지하는 ‘사이다’ 팬들을 위로하려던 것이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종영을 앞두고 있고 시청률 10%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수치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보답할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종영 후에도 인터뷰 등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그때가 아니면 언제 시간을 낼 수 있을지 고민이었고요. 애초에 프리허그 공약을 세웠을 때부터 시청률 10%가 넘든 안 넘든 ‘이 사랑을 어떻게든 표현해야겠다’는 마음에 프리허그를 진행할 생각이었고, 12월 28일로 정하고 보니 우연찮게 시청률 10%가 넘었더라고요. ‘응답하라 1994’가 여러 가지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유연석의 프리허그 당시 명동은 매서운 추위에도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스스로도 “월드컵 때처럼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감격스럽고 감사했다”는 그는 “그렇게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며 촬영에 임하느라 몰랐던 인기를 그제야 실감했다. 결국 유연석의 프리허그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음에도 중단될 수밖에 없는 사태를 맞았고, 같은 날 저녁 유연석의 모교 세종대에서 깜짝 팬미팅 형식으로 이어지면서 팬들에 감동을 선사했다. “인파와 안전 문제로 부득이하게 중단합니다”로 끝날 수도 있었던 비극을 막은 대처는 유연석 본인이 고심 끝에 발휘한 기지였다고.

“일단은 명동 장소에 진입할 수가 없어서 만반의 준비에도 사람이 몰리니까 인력으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급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추운 날 아침부터 기다리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아쉬웠어요. 한 분 한 분 안아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어떡할까, 다른 날이라도 준비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지방에서 와주신 분들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고요. 그렇게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실내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학교가 떠올라서 지원요청하게 된 거예요. 제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고, 막상 그런 순간이 되니까 기댈 수 있는 곳으로 모교가 생각나더라고요. 직접 교수님께 연락드렸더니 장소를 할애해 주셔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죠.”

팬들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안아주는 유연석의 모습에서 의외의 습관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른바 ‘유연석 손버릇’이라고 불리며 화제가 된 그의 습관은 상대방의 목을 잡고 포옹하는 것. 비단 프리허그뿐만 아니라 각종 작품 속 연기에서도 발견된 습관에 여성들이 열광했음을 언급하자 유연석은 “왜 그럴까요? 뒷목을 잡는데?”라고 의아해했다. 이어 유연석은 “정말 몰랐다. 사진을 모아서 보니 그때 알겠더라. ‘아, 뒷목을 잡고 있구나’ 하고. 꼭 껴안아드리고 싶은 마음에 뒷목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한 후 “진짜 습관인가 봐요”라고 중얼거리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유연석 ⓒ SSTV 고대현 기자

◆ “‘너만을 느끼며’ 통화연결음 많이 설정하셨으면”

‘응답하라 1994’는 94학번 20살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실제 배우들은 다양한 연령층에 포진돼 있다. 1984년생 유연석은 동갑내기 손호준과 함께 출연진 사이에서 중간 연령을 차지했다. 90년대에 태어난 고아라, B1A4 바로, 타이니지 도희와 세대차이를 느껴본 적이 있을까.

“세대차이라기보다 저나 호준이, 형들은 대본 속에 나오는 설정이나 문화에 굉장히 공감하거든요. 저도 어린 나이였지만 기억이 생생해요. 당시 유행했던 드라마, 노래, 소품들에 공감하는데 어린 친구들은 그때 태어났던 애들이라 잘 모르더라고요. 그럴 때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우리 드라마에 공감하는 소스에 대한 차이가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긴 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촬영 내내 극 중 친구사이인 것처럼 나이 생각 안 하고 서로 친구처럼 잘 지냈어요. 매번 촬영이 동창회 모임처럼, 동호회 회식 자리처럼 허물없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또 유연석은 정우, 손호준과 노래 실력을 뽐낸 ‘응답하라 1994’ OST ‘너만을 느끼며’에 얽힌 에피소드를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손호준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너만을 느끼며’의 도입부 파트는 원래 정우가 맡은 부분이었다는 것.

“노래가 부드럽게 시작하는데 정우 형 목소리가 남자답다 보니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즉석에서 예정됐던 파트와 다르게 들어가서 졸지에 호준이가 녹음을 두 번 했죠. 다행히 호준이가 잘 했고 정우 형도 뒤쪽에 파트가 몰리면서 남성적인 쓰레기 캐릭터가 살고, 각 캐릭터가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첫 OST 작업을 통해 함께 촬영만 하다가 노래를 부르는 경험이 색다르고 재미있게 다가왔다는 유연석은 “OST가 생각지 못하게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는 이야기 도중 얼떨결에 자신의 통화연결음을 공개한 뒤 아차 싶은 듯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언젠가 저도 통화연결음을 바꿔보려고 접속했더니 ‘너만을 느끼며’가 순위 1등이더라고요. 제 통화연결음이요? 저도 제 걸로 해 놨어요. 아, 처음 이야기한 건데(웃음) ‘너만을 느끼며’로 돼 있습니다. 많은 분이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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