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김종서 “2년간의 공백? 성악 통해 제2의 노래 인생 시작”
[SS인터뷰] 김종서 “2년간의 공백? 성악 통해 제2의 노래 인생 시작”
  • 승인 2013.12.3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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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l 장민혜 기자] 2년간의 긴 공백을 깨고 ‘록의 황제’ 김종서가 디지털 싱글곡 ‘아프다’로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김종서는 지난 시간 무엇을 하며 보냈느냐는 말에 “성악 공부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록과 클래시컬한 성악의 만남이라니, 얼핏 듣기에는 이상한 조합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20년 넘는 가수 생활을 통해 얻은 김종서만의 신념이 있었다.

“노래에 대해서 2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노래 공부만 했어요. 전공자 수준으로 성악 공부를 했죠. 성악을 공부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목소리에 내 색깔을 표현하려면 기초가 있어야겠더라고요. 독학한 사람들이라면 가진 갈등이겠지만 기초가 없어서 한계에 마주쳤어요.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자는 생각이었죠. 발성 연습을 기초적인 것부터 하게 됐는데 제 발성법이 잘못된 게 많아 초반에 좌절하고, 과도기도 길었어요.”

쉬는 동안 바쁘게 지냈다. 김종서는 아는 테너들을 쫓아다니며 과학적인 발성을 배우려고 했다. 팝보컬적인 면과 자신이 가진 록적인 면을 버무리려 한 것. 오랫동안 갈라져 온 길을 처음부터 고치려는 시도에 좌절하는 시기는 길었지만 이내 새로운 노래 인생을 펼치게 됐다. 김종서는 “제2의 노래 인생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곡인 ‘아프다’는 10집 준비를 하는 신호탄이에요. 노래를 잘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성악적인 요소가 깔려 있어요. 민감하게 느끼는 팬들은 알고 있더라고요. 방송 관계자들은 호흡으로 밀어내는 발성 때문에 소리가 커졌다고 하더라고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만큼 음악 방송에 나가 공연을 펼치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김종서는 KBS 2TV ‘열린음악회’에서 자신의 히트곡과 함께 ‘아프다’를 불렀다. 오랜 시간 공연과 함께한 김종서지만 공개방송 녹화에서도 굉장히 떨렸다고.

“신곡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났어요. 무대를 끝나고 내려오니 기억이 하얗게 날아갈 정도로 긴장했죠. 음악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건 프로모션의 일환이죠. 방송에서 실수하게 되면 그동안 준비해온 것이 무너져요. 4분 안에 판단이 되기 때문에 잘 끝내야만 해요. 한 소절이라도 실수하게 되면 결과가 안 좋아질 수 있어서 부담되더라고요.”

1987년 시나위의 보컬로 정식 데뷔한 김종서는 무대 위에서만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데뷔한 지 오래되면 느슨해질 법도 하지만 부담감을 느끼고 긴장한다는 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느슨해지게 될 까봐 고민했어요. 2년간 성악을 배움으로써 평생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음악을 하면서 음악의 권태기는 느껴보지 못했어요. 늘 부족함 속에 있다고 생각했죠. 물론 연예인으로서, 가수로서의 권태감을 있어요. 알려진 사람으로서의 권태죠.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나오는 게 제 음악이에요.”

음악은 자신의 인생이라 말한 김종서는 ‘록의 황제’, ‘록의 자존심’ 같은 타이틀에도 연연하지 않는다. “록이 뭐 대단하길래 자존심이 필요한가”라고 답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록을 좋아했고 록을 뿌리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락킹한 곡을 하지 않더라도 록의 DNA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부르는 모든 것은 록커의 정서라는 것. 뼛속까지 록커다. 그렇다면 오래된 선배로서 최근 KBS 2TV ‘탑밴드’, 케이블채널 Mnet ‘밴드의 시대’ 등을 통해 알려진 밴드들을 비롯해 다른 후배 밴드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후배 밴드들을 보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많은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온전히 그들의 음악만으로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게 끔요. ‘탑밴드’ 같은 프로그램이 생겼을 때 감격했어요. 다양한 밴드가 더 소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그 친구들이 힘을 얻고 공연 문화로 이어지거든요. 방송을 통해 얻는 힘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시장이 좁아서 도전하다가 안 되면 의지박약이 되어버려요. 방송에서 문화적인 측면으로 흡수를 골고루 해주면 다양한 도전의 기회가 생기거든요. 지금은 기회조차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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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보컬 커리큘럼 담은 책 내고파”

최근 음악의 트렌드 중 하나는 세션의 간소화다. 보컬과 어우러지도록 화려한 소리 대신 세션을 최대한 줄여 어쿠스틱한 매력을 살리는 것. 김종서의 ‘아프다’도 사운드적인 면에서 세션이 축소됐고 보컬이 더 살아나 담백하면서도 이별한 남자의 애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김종서는 유행을 따라간 건 아니라고 밝혔다.

“간소화하는 건 트렌드에 맞추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지금까지는 편곡하는 것까지 모두 제가 했어요. 자기가 극본 쓰고 감독까지 맡아 한다고 해서 훌륭한 배우가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편곡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니 다른 색이 나오더라고요. 이번에 편곡을 다른 분께 맡겼더니 협업의 재미를 알겠더라고요.”

‘아프다’는 무거운 편곡에서 벗어나 목소리의 세세함을 살렸다. 덕분에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남자의 마음을 애처롭게 잘 표현됐다. 이 곡에 맛있는 양념을 더해준 건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와 첼로다. 김종서의 보컬과 두 악기가 만나 쓸쓸한 느낌을 배가시켰다.

“쓸쓸함을 전할 수 있는 악기로 호른 쪽을 생각했죠. 그러다가 하모니카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모니카만큼 쓸쓸한 악기가 어디 있을까요. 전제덕 씨와 몇 년 전 협연한 적 있어서 연락했더니 직업 연주인으로선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직접 연락해서 피처링 개념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니 수락했죠. 전제덕 씨의 연주는 특별해요. 사람이 가진 쓸쓸함 같은 정서를 잘 살려내요. 감동을 짜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죠. 또, 솔로로 첼로는 쓰기 어려운 악기예요. 편곡에 신경 써서 보컬과 첼로가 서로 방해하지 않고 넘어갔죠. 성악을 배움으로써 호흡을 끌어내 공명감을 이끌어내는 게 첼로의 처연함과 잘 어우러질 수 있었어요.”

색다른 편곡을 시도하며 다른 악기보다 돋보이는 건 바로 김종서의 ‘목소리’다. 김종서의 목소리는 하나의 악기로써 곡에 잘 스며들었다. 후반부에 애절하면서도 애틋하게 펼쳐지는 김종서의 목소리가 아니었더라면 곡은 제맛을 다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20년이 넘는 시간 음악과 함께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긴 시간 노래하다 보면 목소리에 위기가 찾아올 법도 하지만 뛰어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성대에 힘을 주는 발성을 하게 되면 단명하게 되죠. 그래서 성악을 배웠어요. 성악에서 힘을 빼라는 건 성대에 무리가 없는 보컬을 하라는 뜻이죠. 목은 한계가 있으니 목을 달래면서 호흡으로 소리를 내는 방법이죠. 팝보컬이 성악 창법을 모두 할 순 없어요. 색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히 섞어야 하죠. 호흡법 같은 건 성악 발성을 가져가면서 무리를 덜 가게 하고, 똑같은 고음과 성량을 내면서도 성대는 덜 쓰게 한 훈련이죠. 우리나라에 가르치는 사람은 많은데 제대로 가르치는 건 없더라고요. 오래 했다고 올바른 발성법도 아니고, 엉터리들이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팝보컬에 대한 제 경험과 성악적인 것이 버무려진 커리큘럼 발성 등을 책으로 내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김종서는 성악을 공부하고 지난 2년간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음악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평생 배워야 한다”며 앞으로도 더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처음부터 한 걸음씩 내디딜 생각이다. 2014년에는 소극장 공연이 계획돼 있다. 소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자신의 컴백을 기다려준 팬들과 함께할 생각이다.

“후련해요. 마치 해우소 갔다 나온 느낌이라고 할까요?(웃음) 제가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결과가 어떻든 기분이 좋네요. 내년에는 방송과 인터뷰 등을 부지런하게 해야죠. 노래로 보여줄 수 있는 다각적인 것들을 보여줄 생각이고 앞으로 어떤 틀이나 규격 없이 뮤지션들과 협업할 생각이에요. 노래로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작업과 책을 쓰는 것도 할 생각이고 성악을 배웠으니 카운터테너 같은 기획 앨범도 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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