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이승기 “어떤 타이틀 보다 이승기 이름 세글자”
[SS인터뷰] 이승기 “어떤 타이틀 보다 이승기 이름 세글자”
  • 승인 2013.07.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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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MBC ‘구가의서’(연출 신우철 김정현 l 극본 강은경)에서 엄마 윤서화(이연희 분)와 아빠 구월령(최진혁 분)의 사이에서 태어난 강치를 연기한 이승기를 종영 3시간 여를 남겨 두고 만났다. 그때의 이승기는 백년객관 최마름의 아들이기보다는 이승기에 가까웠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자르지 못한 머리를 말끔하게 자르고 나타났다. 수지 역시 사복을 입은 이승기가 어색하다고 했다. 사복을 입은 느낌을 물었을 때 이승기는 “좋다”고 답했다.

“서울에 있으니까 정말 좋아요. 용인 세트장에 있을 때는 정말 외로웠거든요. 주위에 별 게 없잖아요. 드라마 촬영할 때는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고 식당밥을 계속 먹었거든요. 고립돼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아침에 머리를 잘랐어요. 얼마나 많이 길었는지 길이도 꽤 길더라고요.”

   
이승기 수지 ⓒ SSTV 고대현 기자

신우철 PD, 강은경 작가, 수지, 이승기의 만남이었다. 방영 이후 스타 배우들이 나선 월화극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종영까지 월화극 1위를 지키는데 에는 성공했지만 다소 섭섭한 결과일 수도 있었다.

“시청률이란 게 지표가 바뀐 것 같아요. 20~30%를 넘으면 좋겠죠. 하지만 체감인기라는 게 있더라고요. 시청률 50%를 기록해도 끝나는 순간 잊혀지는 드라마가 있잖아요. 큰 시청률을 내지 못해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작품도 있고요. 그럼 면에서 ‘구가의서’를 통해 체감인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강치 팔찌가 뽑기로 등장했더라고요. 미취학 아동들까지 ‘구가의서’를 좋아하는데 뿌듯하더라고요. 저한테 팔찌를 뺀다고 하거나 변신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 아이들이 좀 더 의식이 형성되고 저를 알아봤다면 훗날 제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었을 텐데…(웃음)”

‘1박2일’ 이후 최고의 체감 인기를 알 수 있게 해준 ‘구가의서’를 통해 이승기는 많은 것을 배웠다. ‘주연’이란 타이틀이 주는 보이지 않는 무거움과 ‘용인 세트장’이 주는 인내를 알게 됐다.

“용인에 있으면 진짜 각박해져요. 인내를 배웠죠.(웃음)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주인공이 괜히 주인공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이지 않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더라고요., 참아야 할 것도 많아지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 얻는 게 남자로 멋있어진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구가의서’ 극 초반 이승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1,2회에서 보여준 엄마 이연희와 아빠 구월령의 로맨스는 애틋하고 절절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방송 이후 최진혁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고 데뷔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러한 반응에 이승기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맑했다.

“최진혁 씨가 호평을 받아도 그런 것을 바라봐 줄 수 있는 내공이 생겼어요. 이승기가 주연이니까 더 존재김이 있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안해요. 조화가 중요하거든요. 강치와 월령은 아들과 아버지 사이잖아요. 제가 아들인데 그런 관계를 잊고 내가 이겨버리겠다는 생각을 하면 산으로 가는 거에요. 월령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받쳐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치가 박태서, 곤, 담평준과 붙을 때는 남자거든요. 하지만 구월령과 만났을 때 아버지와 아들의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면 잘 전달을 못한 거 같아요. 가족의 절절함이 아닌 멜로가 보였다면 연기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거죠.”

‘인간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란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조관웅(이성재 분)이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조관웅과 반인반수로 태어났음에도 인간답게 살고 싶어하는 최강치. 절대악인 조관웅 때문에 시청자들은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이성재와의 호흡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대본에 충실해요. 대본에 흐름이 있거든요. 어떠한 삶이 만들어진 이유가 있어요. 상대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본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연기를 못하는 배우에요. 이성재 선배는 그런 것을 느끼지 않게 해줘요. 내 은인을 죽인 사람이잖아요. 분노 하나로 끌고 가는 거예요. 자연스러운 카리스마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성재 선배님은 정말 귀여우세요. 덥다고 바지도 안 입고 촬영하시고…. 어떤 촬영에서도 똑같은 연기를 해주시는 게 정말 멋있으세요. 요령피우지 않는 연기를 많이 배웠어요.”

   
이승기 수지 ⓒ SSTV 고대현 기자

드라마 방영 중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수지는 눈물을 흘렸다. 수입, 대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흘렸고 그를 이해한 이승기는 “도와줄까?”라며 대신 나서기도 했다. 이승기도 그 과정을 거쳤기에 누구 보다 수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지가 빠른 시간에 많은 인기를 얻었잖아요. 그게 수지에게 부담일수도 있어요. 그런 부분을 선배인 제가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게 선배고 오빠노릇 하는 거죠. 뭘 해도 잘 될 때가 있어요. 그런 상승세가 올 때 잘 넘겨야 하거든요. 제가 그 부분을 도와줄 수 있으면 다행인거죠.”

이승기 역시 무엇을 하든 잘되는 사람이다. 연기, 노래, 예능에서 모두 빛을 냈다. 그런 시기를 잘 넘어가고, 버틸 수 있게 해 준 것은 이승기의 주변 사람들 이었다.

“저를 컨트롤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어설픈 확신으로 일을 그르칠 상황을 만났을 때 정확한 눈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요. 작은 조언이지만 큰 물길을 텄다고 생각해요. ‘1박2일’을 할 때에서 사장님이 모니터를 많이 해주셨어요. 어떤 장면에서는 버릇이 없었고, 감정이 지나쳤고, 나이 답지 않았고. 이런 이야기들이요. 꾸준히 이런 조언들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제는 저 혼자로도 가능하고요.”

   
이승기 ⓒ SSTV 고대현 기자

2004년 ‘나방의 꿈’으로 데뷔한 이승기는 10년에 가깝게 언론에 노출되며 살아왔다. 하지만 구설수 하나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이승기로 살기란 다소 피곤하고 골치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7살의 이승기는 생각한 것만큼이나 어른스러웠고 ‘철’이 들어있었다.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정말 투명해지고 의식수준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것을 보면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 게 맞아요. 제가 감정가는 대로 한다면 저는 혼날 거예요. 철이 없는 것보다는 철이 일찍 든 게 낫잖아요. 철이 안든 것은 저랑 안 어울려요. 철이 없는 것은 매력은 있지만 가벼워 보일 수 있거든요. 멋진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보여준 처음의 이미지를 깨면서도 유지했다. 수년 동안을 국민 남동생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온 이승기는 ‘이제 누구의 동생도 아닌’ 이승기다.

“어떤 타이틀을 원한다기 보다는 안 붙는 게 제일 좋아요, 제 이름 세 글자 만으로 힘을 가지면 좋겠어요. ‘이승기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아닌 ‘어떻게 표현할까?’란 생각을 주는 안정적이 배우이고 싶어요. 이승기가 하는 것을 궁금하게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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