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직장의 신’ 김혜수 “나는 축복받고 혜택받은 소수점”
[SS인터뷰] ‘직장의 신’ 김혜수 “나는 축복받고 혜택받은 소수점”
  • 승인 2013.06.0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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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을 보면 드는 생각은 “역시 미스김 답구만”이었다. 미스김(김혜수 분)이 Y-JANG의 마지막 출근을 하고 마지막 퇴근을 하는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밥이라고 먹자고 부르는 고정도 과장(김기천 분)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와 눈물을 보이는 것도 미스김다웠다. 이 모든 게 월화극의 최대 승리자라 불리는 김혜수가 만든 미스김, 김점순이었다.

김혜수는 ‘직장의 신’의 출연을 결정하는데 많은 계산을 하지 않았다. 시놉시스를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 대본을 읽다 ‘미스김’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난중 작가와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출연 계기에 대해 운을 뗐다.

“대본을 보는 중간에 출연하기로 했어요. 어떻게 보면 섣부른 결정일 수도 있지만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굉장히 두꺼운 시놉시스를 받았는데 대본을 먼저 봤는데 1화에 나오는 비행기 장면에서 출연을 마음먹었어요. 편성, 출연료, 상대역 등이 중요하지 않을 만큼 캐릭터, 지문, 대사가 신선했어요. 그래서 대본을 보는 중간에 하는 걸로 했죠. 촬영하는 내내 대본을 기다렸어요. 본방송을 아무래도 못 보니까 방송이 나가고 나면 어땠냐며 반응을 물어봤죠.”

   
김혜수 ⓒ SSTV 고대현 기자

김혜수가 말했듯 미스김은 본 적이 없는 보는 계약직이었다. 회사 업무가 끝나는 6시 이후의 업무에 대해서는 추가 수당을 청구하고, 노래방에서 가서 탬버린을 흔들 때도 갈빗집에서 고기를 자를 때도 ‘받은 만큼’ 일한다. 우리 회사에 있었으면, 혹은 내가 미스김이었으면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김혜수는 미스김을 “자발적이지만 의지적”이라고 설명했다.

“미스김은 외로운 사람이에요.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코믹하지만 미스김은 과거 상처를 안고 살아가잖아요. 미스김의 일할 때 모습, 사적인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1인 2역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칙을 깨지 않고 예외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죠. 사실 미스김이 하는 일이 정말 평범한 일이거든요. 커피 타고, 청소하고, 정수기 물통 갈아주고…. 미스김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한 만큼 돈을 줘야 한다는 거예요. 평범한 일도 영웅처럼 보이고 현란해 보여야 하잖아요. 똑같은 고기 자르기, 똑같은 탬버린 치기를 하면 안 되죠.”

남들과 똑같은 탬버린 치기를 거부한 미스김 때문에 김혜수는 탬버린 달인에게 특강까지 받았다. 특수 임무를 맡으면 무엇이든 성공신화를 이루는 미스김 때문에 빨간 내복쇼, 광대승천쌈닭면 완판까지 시켜야 했다.

“탬버린 장면은 촬영 전에 분장실에서 탬버린을 미리 받았어요. 신내림 받은 무당이 작두 타는 것처럼 치라고 지문에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겠는데 대충은 안 될 것 같았어요. ‘탬버린을 저렇게도 쳐?’란 소리를 듣게끔 해야겠더라고요. 연습을 하는데 난이도도 높고 특이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지하 세트장에서 스모그를 피우고 6시간 동안 촬영을 하는데 저절로 신 내리고 작두 타는 것처럼 하게 되더라고요. 달인이 와서 시연을 하는데 6개월은 연습을 해야 그런 테크니컬 한 동작을 할 수 있대요. 흉내도 못 낼 거 같아서 연습에 연습을 했죠.”

   
김혜수 ⓒ SSTV 고대현 기자

망가지는 김혜수를 보고 시청자들은 웃었지만 단지 업무를 수행하는 미스김은 웃지 않았다. 코믹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보일까 생각도 했지만, 윤난중 작가의 대본에 대한 믿음이 컸다.

“초반에 힘들어서 많이 먹었을 때인데 내복쇼를 한다고 했어요. 매니저를 통해서 내복쇼를 한다고 알려주면서 괜찮겠냐고 물어봤어요. 일부러 화제가 되려고 내복을 입는 게 아니라 설정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잖아요. 방송이 나가고 나서 ‘김혜수 왜 저랬대?’ 이런 말이 나올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지문을 보면 모델들 사이에서 워킹을 하는 미스김이 시선 집중을 받아야 하거든요. 김연아 선수의 ‘죽음의 무도’를 보면서 연구를 했죠. 일부러 웃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요.”

3개월을 일하고 떠나는 미스김처럼 김혜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혜수는 스스로를 “3개월 동안 계약을 하고 촬영 하는 비정규직”이라고 설명했다. 식품회사 Y-JANG의 이야기지만 김혜수의 상황과 많이 닮아있었다.

“생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잖아요. 계약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선택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이런 걸 보면 저는 배우 중에서도 매우 혜택받고 축복받은 소수점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 생각을 해봐요. 엄청난 육체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는 입장이잖아요. 대외적 평가가 어찌 됐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자, 엄살 부리지 말자 생각을 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스스로 불평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제가 안일하고 비양심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상을 한다고 열렬한 지지와 좋은 평가가 따라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일을 하는 순간까지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요.”

   
김혜수 ⓒ SSTV 고대현 기자

MBC 드라마 ‘즐거운 나의집’ 이후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김혜수에게 제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김혜수는 제작 현장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지적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다 잘하고 싶고 좋은 성과를 만들고 싶을 거예요.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고 싶어도 결과가 잘 안 나오면 어려워지는 거잖아요. 얼마나 비인간적이에요.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시스템이라는 게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만들어 진 것 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전 제작 드라마를 보면 선례가 좋지 않잖아요. 좋았다는 기준이 뭔가? 이러한 성과가 능력 있는 작가를 옥죄는 거예요. 얼마나 빨리 대본을 쓸 수 있나 이런 기준이 정상은 아니잖아요.”

그 어느 때보다 스태프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고 밝힌 김혜수는 칭찬도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며 드라마를 함께 만든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배우들의 화학적 반응, 연출, 개인적 역량이 어우러져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스김 역시 김혜수니까 가능한 것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다른 배우가 했다면 또 다른 미스김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미스김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로 돌아올 김혜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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