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이종석 “배우란 수식어, 아직은 꿈이다”
[SS인터뷰] 이종석 “배우란 수식어, 아직은 꿈이다”
  • 승인 2013.03.0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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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남들처럼 엄마가 깨워주고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엄마가 찾아주는 양말 신고 학교에 가지 않는다. 반찬을 다 차려놓고도 밥이 다 되길 기다리다 결국 학교에 간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는 대신 학원에 케이크 배달을 간다. KBS 2TV ‘학교 2013’ 고남순의 하루다.

이종석은 3개월을 이런 고남순으로 살았다. 경기도 일짱을 하며 ‘경기도 쓰나미’란 별명까지 가지고 있지만 이제는 일진 생활을 청산했다. 나이도 한 살 많지만 비밀로 했었다. 오정호가 말하기 전까지는. 반의 바지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크게 나서지 않으며 누군가를 도와주고 때로는 일진에게 돈을 뺏긴다. 다사다난하고 복잡한 남순이를 이종석은 어떻게 풀어냈을까?

“사실 남순이는 캐릭터가 불분명해요.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공기처럼 주변에 있는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이죠. 또래 애들보다 어른스럽고, 돈을 빼앗겨도 찌질하지 않거든요. 누군가를 대할 때는 편견 없이 바라봐요. 그런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2회에 ‘풀꽃’ 시를 읊은 부분을 편집실에 가서 봤는데 이렇게하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이런 게 캐릭터에 빠져드는 기분이구나를 느꼈어요.”

이종석이 고남순에게 빠져드는 만큼 시청자들도 고남순에게 빠져 들어갔다.어쩜 이름도 고남순이었다. ‘학교 2013’의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아, 고남순 같은 애 우리 반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넷을 하다가 ‘이종석은 고남순 그 자체였다’란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정말 뿌듯했어요.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만족한 적이 없었거든요. ‘학교 2013’도 완벽하진 않지만 거슬리는 것 없이 연기한 것 같아요. 모니터를 하면서 단점을 캐치하려고 하는 편인데 남순이는 그냥 봤어요. 내가 한 작품을 텔레비전에서 끝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학교 2013’은 그렇게 한 것 같아요.”

   
이종석 ⓒ SSTV 고대현 기자

‘학교 2013’에는 러브라인 대신 끈끈한 우정이 있었다. 중학교 때는 죽고 못 살았지만 멀어진 박흥수, 고남순은 ‘학교 2013’ 스토리 전개의 큰 축이었다. 한 사람은 다가가고 한 사람은 밀어내지만 누가 봐도 끈끈하고 누가 봐도 애틋했다.

“박흥수와 고남순이 서로가 필요했던 것처럼 이종석에게도 박흥수를 연기하는 김우빈이 필요했어요. 김우빈이 아니었다면 그런 고남순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친구의 꿈을 빼앗은 어린 남순이는 과거에 잡혀 살잖아요. 그래서 정말 안쓰러웠어요. 피해자와 가해자지만 흥수 역시 남순이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잖아요. 흥수가 남순이들 용서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불쌍했거든요.”

전학 온 박흥수의 교과서를 챙기고, 급식을 대신 떠다 줘 한 때는 빵셔틀, 가방 셔틀의 오해를 받았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버려라”란 박흥수의 말에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떠나려고 한다. 모든 것을 짊어진 고남순이지만 실제 이종석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

“남순이와 흥수가 서로 아파하고 나서 만나잖아요. 사실 저라면 그런 상황이 안됐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흥수라는 끈을 놓았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아프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잊혀 지잖아요. 제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에 대한 표현은 했을 거예요. 하지만 남순이도 어리잖아요. 제가 도망을 갔거나, 그렇게 바보처럼 아프게 살진 않았을 거 같아요.”

드라마는 드라마였다. 현실의 이종석과 달리 고남순은 끈질기게 박흥수란 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화해를 했고 양말을 나눠 신고 같이 등교를 하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평범한 일상이 고남순에게도 찾아오고 있었다.

“남순이는 하고 싶은 게 없는 애에요. 삶에 대한 목표가 없거든요. 그날 그날 하루를 살아가잖아요. 흥수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렇게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살았을 거 같아요. 연애도 하면서도. 정말 고남순 답게요”

   
이종석 ⓒ SSTV 고대현 기자

‘학교’ 시리즈의 부활을 알렸을 때 나타냈던 우려는 없었다. 최고 시청률 15.5%(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월화극 1위 ‘마의’와의 격차도 좁혔다. 누구 한명 수혜자를 꼽을 수 없을 만큼 신인 배우들은 많은 것을 얻었다. 물론 이종석도 많이 변했고 많이 얻었다.

“이종석이 연기하는 애였구나. 이거 하나 알리고 싶었어요.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만족해요. 알아보는 사람도 훨씬 많아졌고요. 대표작도 생겼고요.‘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막 마쳤을 때는 제 이름 앞에 뿌잉뿌잉이 꼭 붙었어요. 솔직히 뿌잉뿌잉 낯간지러워요. 이번 작품을 마치고 나서 뿌잉뿌잉이 없어졌어요. 매번 어디를 가도 뿌잉뿌잉을 시켰는데 이제는 좀 덜해요.”

뿌잉뿌잉 만큼이나 이종석을 힘들 게 하는 게 있다. 바로 예능과 진행. 가요 프로그램의 MC를 할 때는 ‘영혼 없이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가요 프로그램을 하차하고 이종석은 지난 해 연말 유준상 윤여정과 함께 KBS 연기대상 MC로 나섰다. 시상식장으로 가는 길 이종석은 “나 MC 보러 간다. 그곳에 나의 영혼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내 팬들 눈감아… 하하하”란 말을 남겼다.

“사실 진행을 하거나 예능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나아지고 있는 중이에요. 배우를 꿈꾸면서 ‘아, 연기말고 해야하는 게 많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적응해 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가 아닌 다른 것을 하는 게 좀 힘들어요. ‘영혼 없이 진행한다’는 표현을 들었어요.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보였나 봐요. 연기대상 MC할 때는 영혼은 둘 째 치고 정신 줄 잘 챙기자 생각했어요. 온몸이 빨갛게 될 정도로 긴장했는데 윤여정 선생님이나 유준상 선배님이 편안하고 포근하게 대해주셔서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이종석 ⓒ SSTV 고대현 기자

1년 전 이종석은 인터뷰에서 ‘대체 불가능한 배우를 꿈꾼다’고 말했다. “아직은 멀었다”고 말하는 이종석에게 “이종석은 고남순 그 자체였다”는 말을 들었으니 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종석은 “그건 인정”이라며 웃었다.

모델로 데뷔한 뒤 배우가 되기 위해 여러 과정을 겪고 있는 이종석. ‘학교 2013’을 통해 신인상을 받았고 3편의 영화를 촬영하면서 지난해 여름에는 부산 국제 영화제를 찾았다. 신인 배우 이종석은 이렇게 원하는 것에 다가가고 있었다.

“아직은 제 이름 앞에 붙은 ‘배우’란 수식어가 부끄러워요. 낯간지럽기도 하고요. 의미가 배우 큰 단어인데 그것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여러 작품을 하면서 저를 확인해 보고 싶어요. 아직 배우는 저에게 꿈이거든요. 그 꿈이 제게 천직인지를 확인할 때 까지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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