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피에타’ 조민수 “여우주연상? 솔직히 10% 아쉬웠다”
[SS인터뷰] ‘피에타’ 조민수 “여우주연상? 솔직히 10% 아쉬웠다”
  • 승인 2012.09.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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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수 ⓒ SSTV 고대현 기자

[SSTVㅣ국지은 기자] 30년 동안 엄마를 모르고 살았던 강도에게 자신이 엄마라고 하는 한 여인이 찾아온다. 그리고 엄마는 강도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그의 모든 것을 가져간다. 섬뜩하기 짝이 없고 그 처절한 슬픔에 잠시 말을 잊게 하는 영화 ‘피에타’.

배우 조민수는 ‘피에타’에서 극한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모성이라는 타이틀로 무자비한 복수를 보여주는 조민수의 극중 역할은 ‘강도 엄마’. 이름이 따로 있지 않아도 엄마라는 존재는 훌륭했다. 그의 연기에 전세계가 감동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물망에 올랐으나 아쉽게 수상하진 못했다.

“여우주연상 못 받은 거요? 딱 10% 아쉬웠어요.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근데 저는 베니스를 가는 것 자체도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어요. 기대를 하지 않았고 의도하지도 않아서 그 자리에 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피에타’는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고 돌아왔다.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한 성과를 냈기에 조민수에게 쏟아졌던 관심 또한 대단했다. 그러한 관심이 얼마나 피부로 느껴졌을까?

“시상식 후 심사위원분들이 제 손을 잡더니 뭐라뭐라 하시더라고요. ‘땡큐(Thank You)’ 어쩌고 하는데 그냥 좋은 소리 같긴 했어요.(웃음) 그러던 중 어느 동양 남자분이 씩 웃더니 갑자기 다가와서는 ‘황금사자상을 받으면 다른 상을 못 받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분이 바로 진가신(陳可辛) 감독이었어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가 여우주연상이었지만 황금사자상 때문에 못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배우 사만다 모튼도 제 연기로 보고 ‘정화되는 마음이었다’며 자신이 어렸을 적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옛 시절을 치유하는 기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뿌듯하고 놀라웠어요. 제가 너무 자랑만 한 건 아니죠?(웃음)”

자랑이라니, 듣는 사람이 다 뿌듯했다. 대한민국의 배우 조민수가 해외 거장들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외국인들로만 가득 했던 시상식장의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는 조민수는 그때의 기억을 전했다. 첫 시상 호명 때 한국 감독 유민영의 단편 ‘초대’가, 마지막 황금사자상은 김기덕의 ‘피에타’가 장식했다. 국제적인 영화제에서 처음과 끝을 대한민국 영화가 장식하는 그 기쁨과 환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는 조민수의 눈빛에 기자 또한 감동 받았다. 외국인들의 잔치에서 이제 동양의 대한민국이 떳떳이 기립박수를 받는 그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싶었다.

   
조민수 ⓒ SSTV 고대현 기자

◆ 촬영 시 NG 거의 없어

‘피에타’ 속 조민수는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엄마이기엔 너무 치명적 매력을 가진 조민수는 빨간 립스틱에 귀여운 퍼머머리, 큰 니트 등 그가 이미지화 시킨 ‘강도 엄마’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제가 강도 엄마를 연기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강도에게 눈에 띄어야하기 때문에 원색이 좋을 것 같았어요. 그 중 빨간색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잔인한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립스틱을 빨간색으로 선택했죠. 그 후 다홍치마라든가 머플러 등 어떤 의상을 입던 빨간색을 넣으려고 했어요.”

그의 치밀함이 느껴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민수에게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도 그 치밀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강도와 강도 엄마 사이의 감정은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선 느낌을 준다. 애인 같다가도 남매 같은 묘한 감정 대립에 다들 아찔했을 듯.

“물론 역할은 ‘엄마’였지만 저는 엄마로 생각하지 않고 연기했어요. 명사는 ‘엄마’지만 움직이는 동사는 ‘애인’이었죠. 엄마만이 강도를 무장해제 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가차 없이 잘라야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그래서 ‘넌 내꺼야’라는 마인드로 연기했어요. 겉은 엄마지만 속은 여인으로 다가선 거죠.”

   
조민수 ⓒ SSTV 고대현 기자

장면 하나하나가 다 귀했다고 하는 그는 특히 강도와의 베드신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보통 감독님들은 ‘컷’이라 외치며 호흡을 끊는데 김기덕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굉장히 길게 느껴졌던 그 장면에서 자신의 호흡과 울음소리, 그리고 상대배우 이정진의 호흡이 그 공간을 가득 메우며 마치 그 주변이 다 죽어버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현장에선 김기덕 감독님은 항상 ‘안전제일’이라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안전제일…은 아닌 거 같아요.(웃음) 사실 작가주의 감독님이라 배우를 소품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기 때문에 제몫은 제가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놓치지 않으려 저의 모든 기를 모았어요. 그래서인지 NG가 거의 없었어요. 그만큼 저의 모든 기를 모아서 연기했습니다.”

‘만약 영화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할 것 같나’라는 질문에 ‘그럴 수 있을 거 같다’고 답한 조민수는 처절하게 복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도 또한 불쌍한 아이임을 알았을 땐 그저 한없이 눈물만 쏟아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참고한 작업이 있냐’는 말에 ‘그저 내 가슴속에서 긁어낸 연기’라며 대사가 많이 없어 그 인물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고. 강도가 등을 돌리 때 나오는 잠깐의 증오의 눈빛 같은 것도 ‘내가 만약 이 여자라면’이라는 암시로 이뤄졌다고 하는 조민수는 역시 세계가 주목할 만한 배우였다.

   
조민수 ⓒ SSTV 고대현 기자

◆ 영화가 공감 가는 이유 ‘슬픔’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늘 그렇듯 불편하다. 극단적 상황에 몰리거나 끔찍한 사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마냥 잔인하거나 음란한 게 아닌 뭐가 다르게 불편하다. 치부를 들키는 듯한 느낌 때문인지 음습하고도 슬프다.

“아무래도 ‘피에타’가 공감 가는 이유는 아픔이지 않을까요? 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20대는 정신없죠. 30~40대는 바쁘고, 불안하진 않지만 뭔가를 잃어버리는 느낌이고요. 사실 돈으로 가정에서 한 번씩은 싸우잖아요. 삶에 이렇게 밀착돼있는 ‘자본’을 감독님은 거침없이 드러낸거죠. 그리고 이 정도 나이되면 죽이고 싶은 사람 하나씩은 생기기 마련이에요.(웃음)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피에타’를 많이 보는 거 같아요. 영화가 자기만큼 아프기 때문에 푹 젖어서 봐주시더라고요.”

‘피에타’를 홍보에 달라는 말에 조민수는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닌 듯하다”며 “웃고 싶은 분들에게까지 먹먹한 짐을 얹어드리진 못하겠다”고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다. 돈 내며 덩어리 하나 더 이고지고 가는 게 못내 찝찝하지만 이 세상을 공유하고 싶고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면 ‘피에타’로 상처를 치유받길 바란다고.

대중들에게 그저 ‘잘하는 배우’라 인식되면 충분하다고 하는 조민수는 이미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나 싶다. 연기 변신 또한 이 배우에게는 기분 좋은 ‘부담감’이 아닐까? 이정진의 표현처럼 이제 더 활짝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조민수의 활약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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