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피에타’ 이정진 “‘말죽거리 잔혹사’를 지워준 영화”
[SS인터뷰] ‘피에타’ 이정진 “‘말죽거리 잔혹사’를 지워준 영화”
  • 승인 2012.09.28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진 ⓒ SSTV 고대현 기자

[SSTVㅣ국지은 기자] “전 작품과 이번 작품은 극과 극이었죠. ‘원더풀 라디오’에서 배우 이민정 씨와 호흡했다가 갑자기 김기덕 감독님이라니. 커도 이렇게 클 수가 있나… 싶었죠.(웃음)”

전 작품들에 비해 극단적 캐릭터를 선택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두말 할 것 없이 ‘예스’를 외친 이정진. 영화 ‘피에타’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은 그에게 뿌듯함과 감사함이 느껴졌다.

“영화 개봉 14일 만에 인터뷰하기는 처음이에요. 그만큼 너무나 좋을 일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요. 축하인사를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불특정다수에게 이렇게 ‘축하해요’라는 소리를 듣기는 난생 처음이에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도 축하한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정말 감사하고 기쁠 따름입니다.”

‘피에타’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피에타’로 물들었다.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큰 상을 받은 ‘피에타’는 예술영화의 또 다른 장(場)을 염과 동시에 배우 이정진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줬다. 화제가 된 만큼 베니스영화제의 레드카펫 행사 모습 또한 이슈가 됐었다.

“한국을 대표해서 레드카펫에 서는 건데 엄청 신경 쓰였죠. 그런데 경비 때문에 스타일리스트나 헤어 담당을 데리고 갈 수 없어서 제 스스로 스타일링 했어요. 머리랑 메이크업도 혼자 했는데 많이 나쁘진 않던데요?(웃음)”

   
이정진 ⓒ SSTV 고대현 기자

레드카펫 때 직접 스타일링을 했을 만큼 뛰어난 패션 감각은 의외의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피에타’ 속 강도의 모습이 떠올랐다. 진한 아이라인과 특이한 헤어스타일 등 강도의 외적 모습에도 이정진의 남다른 감각이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강도의 스타일링 또한 제가 했어요. 감독님이 전적으로 맡기셨거든요. 강도의 헤어스타일이 사실 한 가지 색이 아니에요. 오만가지 색이 다 혼합돼 있는데 그 머리를 하느라 하루에 탈색을 세 번이나 했어요. 정말 머리카락이 다 빠질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원래 감독님은 녹색머리를 추천해주셨으나 제 머리 속 강도와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녹색은 감독님이 좋아하는 색이라 개인적 취향이 녹아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웃음) 다행히 감독님이 제 머리를 보시더니 흐뭇해 하셨어요.”

영화 대본을 받은 후 단 8일 만에 촬영에 들어가야하는 압박 속에서도 스타일링까지 직접 해낸 정성과 센스란. ‘피에타’ 속 강도의 모습은 과하지 않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치 그의 머리색처럼 언뜻 보면 한 가지 색 같지만 다양한 색의 조합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발산하는 것같이 강도 또한 그렇게 자신만의 느낌을 뿜어냈다.

   
이정진 ⓒ SSTV 고대현 기자

◆ ‘피에타’ 강도, 사회에 필요한 인물은 아니지만...

대본을 받고 8일 후에 들어가는 영화란 참으로 빡빡했을 터. 처음엔 다른 배우와 작업하다 무산돼 자신에게 대본이 넘어온 줄 알았을 정도다. 그러나 나중엔 ‘이것이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이란 걸 알게 된 후 나름 편했다고 한다.

“강도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고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있죠. 자기 허벅지 살을 떼어내 먹으라고 하질 않나 엄마로 돌아온 여인에게 ‘다시 들어가도 되냐’고 하질 않나. 이런 경험, 이런 생각 어느 누가 하겠습니까. 그저 대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강도를 연기했지만 사회에 필요한 인물 같지는 않습니다.”

강도에게 벗어난 느낌이냐고 묻자 “그러길 바란다. 아니 그랬다고 해야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만큼 강도는 무자비한 캐릭터다. 돈을 받기 위해선 인권도 사랑도 없는 잔인한 인물, 그러나 강도 또한 이 사회의 피해자임을 아는 순간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일까, 누구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이정진 ⓒ SSTV 고대현 기자

“‘피에타’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떤 거부감도 없었어요. 단지 ‘내가 강도란 인물을 잘 연기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들었죠.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정신이 없어서 고민할 틈이 없더라고요. 2주 만에 촬영을 끝내려다 보니 실수란 용납이 안 되는 분위기였어요. 몰입하기 위한 준비, 시간적 여유 그런 거 없이 그저 몸을 던져야 했죠. 그래서 그런지 촬영 때 ‘배고팠다’는 생각 외엔 다른 느낌이 별로 없었어요.(웃음)”

“‘피에타’의 명장면을 뽑자면”이란 질문에 “역시 마지막 트럭 장면이죠”라고 답하는 그는 영화 촬영 전 단 8일 만에 7kg을 감량하며 강도 역에 몰입했다. 그래서 더 배고프게 느껴졌던 건 아닐까란 가벼운 생각을 하다 문득 강도란 인물은 어쩌면 언제나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강도는 세상의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 있던 나약한 약자란 것을. 이런 복합적 인물을 그린 건 역시 김기독 감독의 힘, 이정진이 느끼는 김기덕 감독에 대해 물었다.

“함께 작업을 하면서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 시 직접 카메라를 든 것뿐 아니라 엔딩 장면의 상상력이라든지 저에겐 가히 놀라움 그 자체였죠. 또 촬영을 하다보면 수많은 변수가 생기잖아요. 특히 날씨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건데 그 상황에 맞게 다 촬영을 하는 게 놀라왔어요. 한마디로 탄력성, 유연성이 정말 좋은 분입니다”

   
이정진 ⓒ SSTV 고대현 기자

◆ ‘피에타’ 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

‘피에타’의 주역들이 있다.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그리고 이정진. 그러나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에게 쏠린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이정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저는 제가 그 곳에 있었던 것 자체가 영광이에요. 2002년 월드컵 당시 박지성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졌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이 서운했을까요? 그저 그 자리에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 인거죠. ‘피에타’가 상 받은 건 대한민국 영화계가 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누구나 다 축하 받을 일인거죠.”

간단명료하게 말하는 그에게 논리정연함이 느껴졌다. 베니스 출국 전 공약을 내세워 달란 말에 “공약은 나랏일 하는 분들이 하는 것”이라며 개념 발언을 해 화제가 된 그답다.

끝으로 그에게 ‘피에타’의 의미를 묻자 “‘말죽거리 잔혹사’를 지워준 영화”라고 통쾌하게 답하며 미소 지었다. ‘이정진’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을 바꿔준 ‘피에타’, 어찌 감사하고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차기작에 대한 부담 또한 없다고 하는 그는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강도에서 또 다른 누군가로 불릴 이정진의 연기 도전을 살포시 기대해본다.

[보도자료 및 제보=sstvpress@naver.com

Copyright ⓒ SS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