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눈물이 많아진 이유…왜일까요?”
[SS인터뷰]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눈물이 많아진 이유…왜일까요?”
  • 승인 2012.09.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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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입담을 과시한 이병헌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무슨 고민 있으세요?”

인터뷰 도중 잠시 생각에 잠긴 기자를 보며 그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토요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 전날 가진 가벼운 술자리 때문인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숙취 때문인지 좀 몽롱한 것 같다”고 이실직고 하자, 그는 큰 소리로 웃는다.

“하하하. ‘취중토크’네요. 해독한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하세요.”

배려해주는 모습이 아주 자상했다. 그가 여심(女心)을 사로잡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자답고 마초적인 외모에 부드러운 목소리, 넘치는 재치와 자상함까지. 그는 스크린 속 모습보다 실제 모습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이병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로 돌아온 그는 이름 세 글자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준다. 사실 이병헌은 9천원의 영화 티켓 값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그가 데뷔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강산이 바뀌어도 두 번은 바뀌었을 시간. 하지만 외모는 크게 변함이 없다. 연기력? 두말 하면 입 아프다.

이병헌에게 언론 시사회를 통해 느낀 기자의 감상과 리뷰를 얘기해줬더니, 제목이 마음에 든다며 박수를 쳤다. ‘보았노라, 짜릿하게 코믹한 이병헌의 모습을’이라며 다시 한 번 되뇌이던 이병헌은 “단순한 제목보다는 개인적으로 기자의 주관이 들어간 제목에 끌린다”며 크게 웃는다.

   
솔직한 입담을 과시한 이병헌 ⓒ SSTV 고대현 기자

◆ VIP 시사회 후 스타일리스트가…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천민 하선이 왕의 역할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기발하게 재구성해냈다.

데뷔 20년 만에 첫 사극에 도전한 이병헌은 ‘조선의 왕’ 광해와 천민 하선, 1인2역을 소화해냈다. 그는 평소 볼 수 없었던 코믹한 모습까지 마음껏 드러내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하선의 엉뚱함과 장난기가 나와 비슷하다”고 털어놓은 이병헌은 재밌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오늘 아침에 웃긴 일이 있었어요. 저를 꾸며주는 스타일리스트와 스태프들이 어제 VIP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봤거든요. 그런데 ‘하선보다 광해가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하선이 좋다던데 너네는 왜 광해가 좋냐’고 물어보니까 ‘하선은 우리가 매일 보는 모습인데 뭐 더 매력이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하하.”

영화 속 이병헌은 첫 사극임에도 불구,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왕의 의상도 수트 못지않게 잘 어울린다. 마치 언젠가 사극에서 왕을 맡은 적이 있었던 것처럼.

“정장을 입을 때와 반바지를 입을 때 걸음걸이가 달라지듯이 어떤 의상을 입느냐에 따라 마음가짐도, 자세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처음 수염 분장을 하고 거울을 봤을 때는 아주 어색했어요. 그런데 금방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이미 어디서 내가 이 모습을 본 것처럼 말이죠.(웃음)”

   
솔직한 입담을 과시한 이병헌 ⓒ SSTV 고대현 기자

◆ 내가 이제 나이가 든 건가…

이병헌의 코믹한 매력을 폭발시키는 천민 하선은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온갖 음담패설과 재밌는 이야기로 돈 몇 푼을 받고 생활하는 인물이다. 살기가 힘들다보니 눈치와 순발력만 발달된 하선은 깊이는 없고 얕은 지식만 가졌다. 그러나 하는 짓이 광대다보니 연기력만큼은 뛰어나다.

“하선은 엄살도 잘 부리지만 생존능력이 잡초처럼 강한 인물이에요. 거기에 인정이 넘치는 인간미가 있죠.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훌쩍대는 아줌마들처럼 마음씨가 약하고 그 안에 잘 빠지는 인물로 그렸어요. 사사로운 감정으로 정치를 하려고 하죠.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슬프거나 분노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여요.”

그의 설명처럼 영화 속 이병헌은 특유의 깊은 눈빛에 눈물이 살짝 고여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실제의 그도 눈물을 자주 흘릴지 궁금해졌다.

“안 그랬는데 눈물이 많아졌어요. 원래 TV보면서 잘 안 우는데 언젠가부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려요. 그냥 사람 얘기 나오는 것 보면 눈물이 나요. 혼자 눈물 훔치면서 ‘아 내가 지금 뭐하는 거야’ 하는 생각을 하죠. 옛날에 엄마가 울 때 ‘뭐 그런 걸로 울어’ 하면 ‘얘 나이 들면 다 그래’ 하셨는데 그게 갑자기 생각나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된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웃음)”

눈물이 많아졌다고 고백한 이병헌. 솔직함이 매력인 그는 최근 열두 살 연하의 배우 이민정과 열애 사실을 인정해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 때문에 요즘 그는 조금 힘들다.

“‘사람이 너무 허심탄회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하하. 어딜 가나 그 얘기가 나오니까요. 속상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제는 이민정 씨도 그러려니 해요. 어떤 것에 ‘일희일비’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럼 모든 알려진 사람들은 어떻게 견디면서 살겠어요.”

   
솔직한 입담을 과시한 이병헌 ⓒ SSTV 고대현 기자

◆ 이병헌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열애 얘기가 나온 참에 ‘이병헌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냐며 농담을 건넸더니 큰 소리로 웃는다. 뜬금없이 “이병헌 씨는 전생에 뭐였을 것 같냐”고 물으니 도리어 기자에게 “본인은 뭐였던 것 같냐”고 묻는다.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하자 “그럼 식물?”이라며 즐거워하던 그는 “사실 나는 전생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차라리 다음 생에 관심이 있다. 죽음과 그 이후의 일에 더 관심이 있다”고 털어놨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한 이병헌은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성균관대학교로 이동, ‘광해, 왕이 된 남자’ 토크 콘서트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20대의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것이 하고 싶냐’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철이 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나는 청춘들이 좀 더 철이 없었으면 좋겠다. 철이 없어야 겁이 없어지고 그래야 용기가 생긴다”며 “내가 20대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좀 더 창조적으로 모든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털어놔 큰 박수를 받았다.

‘철이 없어야 용기가 생긴다’. 이병헌의 다정한 모습과 그 말이 오버랩(overlap)되며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기자가 만난 그는 아직도 ‘청춘’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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