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공모자들’ 조달환 “사람 죽이는 꿈까지…우리는 치유가 필요했다”
[SS인터뷰] ‘공모자들’ 조달환 “사람 죽이는 꿈까지…우리는 치유가 필요했다”
  • 승인 2012.09.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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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환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조달환과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등장했던 말이다. 앞서 많은 배우들이 “나는 직업이 연기자일 뿐 다른 사람들과 같은 그냥 하나의 사람이다”라고 고충을 토로한 적은 무수히 많았다. 그들은 직업상 겪을 수 밖에 없는 쓰디 쓴 일들을 기자 앞에서 토해내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조달환은 조금 달랐다. 배우가 아니라 ‘진짜 인간’으로서 다가왔다. 진실된 눈빛은 물론이고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 모든 역경을 이겨낸 자기 자신에 대한 대견함, 끝까지 믿어준 김홍선 감독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한데 어우러져 그는 데뷔 이래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반짝이고 있었다.

‘장기밀매’라는 충격적 소재를 다루고 있는 스릴러 ‘공모자들’. 이 영화에서 ‘선과 악’, ‘의리와 배신’을 모두 보여주는 준식이라는 캐릭터는 원래 조달환의 것이 아니었다. 주연에 가까운 이 역할을 조달환이 하게 될 줄은 본인도, 감독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군대에서 전역한 뒤 음반회사 대표랑 밥을 먹은 적이 있어요. 아는 감독이 영화 들어간다면서 저를 알고 있다고 하길래 만나러 갔죠. 그게 김홍선 감독님이었어요. 보자마자 ‘야 느낌 많이 변했네. 너 목소리 좋다’ 그러더라고요. 속으로 ‘이건 뭐야’ 했죠. 한번 사무실에 찾아오라고 했는데 당연히 안 갔고요. 처음에 감독님 정말 싫어했었어요.(웃음)”

   
조달환 ⓒ SSTV 고대현 기자

◆ 김홍선 감독은 나의 ‘은인’

그러던 어느날 조달환은 지인에게서 ‘한 영화사 사무실에 갔더니 캐스팅보드에 네가 1순위로 걸려있더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부랴부랴 감독을 찾아갔다. 하지만 감독의 반응은 냉랭했다. 진심으로 사죄하는 조달환에게 감독은 “한 신이라도 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그는 최선을 다해 준비해 열연을 펼쳤다.

“김홍선 감독님 특유의 표정이 있어요. 제 연기를 보더니 눈이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며) 이만해 지는 거예요. 그러더니 ‘야 너 내일 뭐해?’ 물으시더라고요.”

조달환과 김홍선 감독은 그 후로 6개월을 동고동락했다. 그는 1인 30역을 하면서 아줌마, 아저씨, 길가는 행인까지 모든 역할을 리딩했다. 감독이 쓴 대본을 나름대로 해석해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한 거다. 두 사람은 그 시간동안 누구보다 끈끈해졌다.

오랜 시간 그를 지켜본 김홍선 감독은 결국 준식 역할로 조달환을 낙점하기에 이르렀다. 누구보다 잘 해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투자사를 비롯해 기존에 내정된 연기자까지 많은 반대가 있었다. 캐스팅부터 시작해 모든 것들이 변경되기 시작했다. ‘조달환’이라는 카드를 지키기 위해 감독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끝내 조달환에게 ‘준식’이라는 옷을 입혀줬다. 감독은 조달환에게 ‘은인’ 그 자체다. 은혜를 갚는 방법은 연기로 뭔가 보여주는 것 밖에 없었다.

“현장에서는 정말 처절했습니다. 배우는 연기하는 순간보다 연기하기 전이 더 편해야 하거든요. 사람들 눈빛을 보면 알아요. 나를 좋아하나 싫어하나, 나에 대한 신뢰가 있나 하는 것들을요. 처음 제가 현장에 갔을 땐 ‘감독님과 친척인가? 낙하산인가?’ 하는 얘기도 있었다더라고요. 씁쓸하죠.”

   
조달환 ⓒ SSTV 고대현 기자

◆ ‘100%’는 안돼

그 후로 조달환은 모든 이들을 상대로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했다. 스태프들에게 인정받아야겠다는 강박관념은 그를 더욱 연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촬영 중반 이후스태프들이 박수를 쳐 줬을 때 조달환은 엄청난 감격과 희열을 느꼈다. 감동을 준 건 선배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달수 선배님은 ‘제 마음의 기둥’이에요. 임창정 선배는 사람들이 저의 캐스팅을 반대했을 때 저를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미덕을 보여주셨고요. 선배가 그러셨죠. ‘비트 때 생각해봐라. 내가 정우성 친구로 출연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임창정이 있었겠나’ 하고요. 정말 감사하죠.”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촬영. 이때부터가 감독과 배우들에게는 진정한 ‘시련의 시간’이었다. 작은 소품부터 장소 헌팅까지, 하나하나가 ‘전쟁’이었다고.

“배 안에서 장기적출 한다는 데 누가 배를 빌려주겠어요. 소품용 칼도 전부 분해해서 가져갔어요. 현장에서는 배우들의 감정이 극에 달해 있어요. 죽이는 사람, 옮기는 사람, 시행하는 사람, 당하는 사람 모두 감정이 극한으로 몰려 있죠. 이완시켜주고 제정신으로 돌려줄 사람이 필요해요. 배우도 사람이잖아요. 마약쟁이 역할을 맡아도 진짜로 마약을 하면 안 돼요. 역할에 100% 빠지면 제가 다치니까요.”

한없이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인 조달환 역시 ‘공모자들’을 촬영하며 우울증과 공황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려야했다. ‘사람 죽이는 꿈’도 종종 꿨다. 절대적으로 ‘힐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촬영이 사고 없이 마무리 된 건 감독님 덕분이었어요. 알고 보니 (배우들에게) 다 치유를 해주고 있던 겁니다. 상업영화의 감독이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 중 흥행감독이 되는 건 1%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 영화가 얼마나 잘될지는 다 하늘의 뜻이겠죠.”

   
조달환 ⓒ SSTV 고대현 기자

◆ 조윤희, 고맙고 미안해

‘공모자들’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는 사우나 신. 여기에서 조달환은 전신노출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의 경악스러운(?) 상황을 조윤희가 언론시사회 당일 폭로해 방대한 양의 기사가 쏟아지기도.

“윤희한테 전화해서 고맙다고 했어요. ‘네가 국민여배운데 너 덕분에 오빠가 검색어1위도 한다’고 했더니, ‘아니에요. 오빠가 잘 해줘서 그런 거예요’ 하더라고요. 처음엔 정말 전신노출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윤희한테도 리허설 때는 안 보여줬는데 촬영에 들어가자 (조윤희가) 정말 깜짝 놀라더라고요. 저는 괜찮은데 오히려 상대 배우에게 좀 미안했죠.”

조달환은 기본적으로 부끄러움이 없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도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카메라는 내 생명줄이다. 진짜로 죽이는 것만 빼고 나는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연기에 대해 ‘섬뜩하리만치’ 강렬한 열정과 욕망을 지닌 조달환. 그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녹여주는 건 바로 국가대표 탁구 선수인 여자친구 박미영이다.

“‘황산벌’ 찍으면서 다쳐서 무릎 수술을 했어요. 어릴 때 운동선수였는데 운동을 못하게 돼서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탁구를 시작하게 됐고, 유승민 선수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잘나가는 연예인도 아니고 멋있지도, 키가 크지도 않아요. 그래서 소개도 거절했었죠. 어느 날 회식자리에 놀러갔다가 같은 회사 여 선수를 본겁니다. 인상이 너무 좋아서 6개월 동안 지켜봤죠. 사실은 유승민을 구경하는 척하면서 여자친구를 본겁니다. 하하.”

연내 결혼할 것을 선언한 조달환. 사랑을 넘어 ‘존경’한다는 여자친구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걸린다. 폭발적 연기력을 보여준 ‘공모자들’의 흥행과 더불어 최고의 신부와 아름다운 가정도 꾸려나갈 ‘멋진 2012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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