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아부의 왕’ 송새벽 “이 영화 찍고 보험 가입 했죠”
[SS인터뷰] ‘아부의 왕’ 송새벽 “이 영화 찍고 보험 가입 했죠”
  • 승인 2012.06.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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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의 진수를 보여주는 송새벽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이 사람, 말이 꽤 빨라졌다. 처음 그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 관객들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느리고 어눌한 말투, 나름대로 진지한데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모습, 친근함을 주는 조금은 평범한 외모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난다. 보고 있으면 정이 가고, 괜히 끌린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형사’를 연기했을 때 그는 작은 비중의 조연이었음에도 불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방자전’에서 변학도로 분한 그의 모습은 관객들이 배꼽을 잡게 했고,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는 배우 류현경의 눈물을 쏙 빼놓는 ‘나쁜놈’을 연기했지만 우스꽝스러운 최후를 맞았다.

그래서일까.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기를 했음에도 그는 ‘웃음을 주는 배우’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쯤 되면 누군지 눈치 챘겠지만, 바로 배우 송새벽의 이야기다.

영화 ‘아부의 왕’(감독 정승구)으로 돌아온 송새벽은 ‘애드리브의 제왕’ 성동일과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부의 진수를 보여주는 송새벽 ⓒ SSTV 고대현 기자

◆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대학시절’

송새벽의 첫인상은 ‘단정’했다. 뿔테 안경에 차분하게 정돈된 머리스타일, 약간 마른 체구에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기자를 맞이한 그는 ‘공부 잘하는 대학생’같은 모습이었다. 영화에서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 ‘혀고수’ 성동일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성동일 선배가 첫 리딩 때 모자를 눌러쓰고 카리스마 있는 자세로 리딩을 하시더라고요. 방송에서 보는 기존의 성동일과는 거리가 있었죠. 그런데 술자리 몇 번 가지고 나니까 생각이 전혀 바뀌었어요. 너무 사람을 좋아하시고 기본적으로 술자리도 좋아하고 정말 편하게 해 주시거든요. ‘야 이거 마셔’ 하면서 권하는 스타일도 전혀 아니시고요. 제가 낯가림도 있고 한데 성동일 선배가 그런 부분을 많이 잡아줬어요. 본인 분량이 끝나고 의상 갈아입은 뒤에 기다렸다가 야식도 사 주시고 정말 그런 노력들에 감사하죠.”

성동일에 대해 ‘격한 감사’를 표한 송새벽은 실제 인생에서 도움을 받은 분들이 정말 많다고 했다. 너무나 많아서 다 헤아릴 수도 없다는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전환점은 대학시절이라고 밝혔다.

“딱 집어서 송새벽의 인생을 바꾼 사람을 얘기하기는 애매해요. 그래도 저에게는 터닝포인트라고 생각을 한다면 대학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시절에 처음 연극을 접했을 때 같이 놀았고 즐겼던 선배와 동료들인거죠. 연예계 활동하는 분들은 거의 안계세요. 저만 남겨두고 다들 먹고 살겠다고 다른 길을 찾아가셨죠.(웃음)”

송새벽은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꾸지는 않았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있는 듯 없는 듯’한 학생이었던 송새벽은 특별히 문제아도,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아니었다고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것은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형이다.

“고3 때 수능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같이 한 형이 ‘이 학교 원서 썼니? 만약 붙으면 동아리가 있으니까 와서 형이랑 같이 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게 된거죠. 연극하는 동아리였는데 3월초에 봄비 내리던 날 휴대용 가스렌지에 전 부치고 막걸리를 드시고 계시더라고요. 동아리방 문을 여니 얼큰한 분위기였어요. ‘어, 앉아’ 하는데 뭐 초면인데 존댓말도 안하대요.(웃음) ‘후래자 삼배’(뒤에 온 사람이 석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는 말)를 시키더니 입회원서 가져와서 쓰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재밌는거예요. 저에게 연극은 놀기 위한 방법이었죠.”

당시의 분위기에 취한 듯 잠시 멍해졌던 송새벽은 “아마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며 “그 에너지로 지금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아부의 진수를 보여주는 송새벽 ⓒ SSTV 고대현 기자

◆ 여자친구 얘기했다가 혼났다

송새벽은 ‘아부의 왕’에서 아버지 대신 빚을 갚기위해 고군분투한다. 능력 밖의 일임에도 어떻게든 가족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그에게서 ‘처절함’이 묻어났다. 사채업자에게 끌려가 냉장고에 갇히기도 하고 얻어맞기도 하는 송새벽, 고생이 만만치 않았을 게다.

“고창석 선배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을 찍을 때 과연 이 장면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리얼’로 맞을 것인가, 아니면 ‘합’을 맞춰서 할 것인가. 이야기상 거짓말로 때리는게 티가 나면 깨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고창석 선배는 복싱도 하셨고 힘 조절도 잘 해서 크게 고생은 안했어요. 대신 맞은 데를 또 맞고 하니까 다음날 일어나는데 몸이 안 움직여지더라고요. 그래도 맞는 사람보다는 때리는 사람이 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극중 ‘융통성 제로’의 사원에서 ‘보험왕’으로 엄청난 변신을 감행하는 송새벽은 화려한 언변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실적을 쌓아간다. 하지만 정작 송새벽은 보험을 들지 않았었다고.

“사실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보험을 들었어요. 그 전에는 없었던 게 크게 필요성을 못 느꼈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남들 다 있는 거 나는 왜 안 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막 살았던 것 같습니다.(웃음)”

방송프로그램이나 공개석상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같이 꾸밈없이 진솔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해준 송새벽에게 조심스레 여자친구에 관한 얘기를 꺼냈더니 쑥스러운 듯 웃는다.

앞서 송새벽은 KBS 2TV ‘해피투게더3’에 출연해 여자친구인 연극배우 하지혜를 언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서로 알고 지낸 지는 7년이 됐고, 본격적으로 사귄 지는 몇 년 안됐다”고 털어놨다.

“사실 여자친구를 제가 먼저 말씀드린 부분은 아니고 예전에 ‘마더’ 찍고 인터뷰 했을 때 기사를 보셨나봐요. 그래서 ‘OX 퀴즈’ 할 때 물어보시더라고요. 있으니까 그냥 있다고 했는데 질문도 하셔서 대답을 했죠. 사실 그 방송 이후 여자친구한테 혼났어요. 그 친구는 쑥스러워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아니, 좀! 왜 그러냐’고 하더라고요.”

여자친구가 부끄러움이 많다는 얘기를 하는 송새벽 역시 얼굴에 수줍은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모르긴 몰라도 정말 예쁜 커플인 것만은 확실해 보여 괜히 부러워졌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한마디 던졌다.

“새벽씨, 장기연애의 비결은 뭔가요?”

“뭐, 글쎄요…. 비결이랄 게 있나요. 그냥 하루하루 만나다보니 벌써 이렇게 됐네요.(웃음)”

정말 ‘송새벽다운’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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