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후궁 : 제왕의 첩’ 조여정 “과거 날 사랑했던 남자들, 미안해”
[SS인터뷰] ‘후궁 : 제왕의 첩’ 조여정 “과거 날 사랑했던 남자들, 미안해”
  • 승인 2012.06.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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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온 조여정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권유도 불쌍하고 성원도 너무 불쌍했다.”

영화 ‘후궁 : 제왕의 첩’(감독 김대승)에서 두 남자, 권유와 성원대군에게 치명적 아픔을 안기는 여자 화연.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궐 안에서 악착같이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그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강인하면서도, 아프고 뜨거웠다.

그러한 화연을 연기한 조여정은 동료배우인 김민준과 김동욱이 각각 연기한 권유와 성원에 대해 “너무 불쌍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촉촉한 눈동자가 마치 우는 것처럼 느껴진 것은 기자의 착각이었을까?

가만히 생각에 잠긴 조여정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무심코 ‘소두 종결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는 유독 얼굴이 작은 사람을 비유하는 신조어. 얼마 전 그는 지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 굴욕을 선사, ‘소두 종결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에 본인은 ‘후궁 : 제왕의 첩’ 쇼케이스에서 “몸도 작고 모든 게 다 작아서 거기에 맞는 비율”이라며 “얼굴이 작은 게 아니다”라고 해명해 망언스타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조여정은 정말 ‘얼굴이 작았다’.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온 조여정 ⓒ SSTV 고대현 기자

◆ “권유보다 성원에게 더 미안해”

긴 생머리에 세련된 메이크업, 킬힐을 착용한 그에게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화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촬영을 끝낸 당시만 해도 몇 달 동안 강하게 움켜쥐고 있던 화연이라는 캐릭터를 놓을 수가 없었다고.

“4~5개월간 계속 고민하던 무언가를 누가 뺏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내내 짓눌려있다 그 상황이 갑자기 종료되고 고민을 안해도 되는 상황이 오히려 힘들었어요. 혼자 고민을 만들어서도 해봤죠. (웃음) 촬영 때를 돌이켜보고 ‘아 그때 내가 왜 그랬지?’하는 생각도 하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동욱이에게 전화해서 하소연도 했어요. 그럼 동욱이가 말하죠. ‘누나 왜 그래. 그만 하고 나와’라고.”

‘고민이 없어져서 고민’이었다는 조여정은 김동욱의 얘기가 나오자 방긋 웃는다. 상대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김동욱과 김민준 역시 인터뷰 당시 조여정에 대한 ‘무한 칭찬’을 쏟아냈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우정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영화 촬영 내내 권유와 성원에게 너무 미안했다”는 조여정에게 “누구에게 더 미안하던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사실은 성원이 더 불쌍했어요. 민준 오빠와도 얘기를 했는데 권유는 그래도 남자로서 덜 슬픈 게 세상에 자신의 아이가 있다는 거죠. 또 신분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그래도 제 진심을 알잖아요. 하지만 성원은 뭐죠? 정말 이 남자는 너무 불쌍해요. 저를 위해 달려오는데…. 그것 말고는 욕심이 없어 보이는데 그것조차 안 되니까요. 정말 불쌍한 사람이에요.”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온 조여정 ⓒ SSTV 고대현 기자

◆ “연기하면서 과거의 남자들 생각나”

성원대군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강하게 표한 조여정에게 실제로 누군가가 끔찍히 사랑을 갈구한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닌 건 아닌 것 같아요. 둘 다 불행해 질순 없으니까…. 생각한 것만큼 (사랑을) 못 받으면 더 불행하고 그건 서로에게 상처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닌 걸 알았을 때는 선택을 빨리 하는 게 좋지 않나요?”

‘아닌 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조여정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껏 한 번도 미친 듯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지 궁금해졌다.

“물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잘 몰랐죠. 그게 속상하고 미안해요. 요즘 연기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게 되고 파고들수록 다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 미쳤나봐. (그가 나를 향한 감정이) 어마어마한 거 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지금 그 사람이 좋다는 것은 아니고 절실함을 몰라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과거 자신을 사랑해준 남자들에게 미안함을 드러낸 조여정은 ‘후궁 : 제왕의 첩’에서 아버지를 잃고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경험한다.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시큰하게 하는 ‘눈물 연기’가 어려웠을 법도 한데 그는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당시엔 슬픈 감정에 취해 정신이 없었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너무 많이 울었어요. 며칠씩 촬영하고 집에 오면 눈이 헐어서 밖에 못나가고 연고를 발라 가라앉히곤 했죠. 찍기 직전까지 너무 어려웠습니다. 삼십분 전부터 계속 울고 있었는데, 촬영에 들어가서 울다 지쳐 쓰러졌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오시더니 ‘잘했다’며 손을 잡아주시더라고요. 얼떨떨했죠.”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온 조여정 ⓒ SSTV 고대현 기자

극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는 조여정은 좋은 배우들, 신뢰하는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하니 “어려운데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그는 ‘해냈다’.

인터뷰 말미 조여정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부각됐던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를 언급했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당시 너무 재밌게 촬영했고 저한테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제게는 영화 속 화연과 드라마 속의 선우인영의 모습이 둘 다 있는 것 같아요. 심지가 있다는 것, 큰 일이 생겨도 피하지 않고 받는 편이라는 점 그러나 허당의 모습도 많다는 것.(웃음) 애교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도 많고요. 영화에서 많이 울었으니 이제는 재밌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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