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돈의 맛' 김효진 "무언가 갖기 위해 돈 모은 적 없어"
[SS인터뷰] '돈의 맛' 김효진 "무언가 갖기 위해 돈 모은 적 없어"
  • 승인 2012.05.1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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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함이 빛나는 배우 김효진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1990년대 후반, 소녀들이 즐겨보던 잡지책을 열면 세 명의 모델이 언제나 등장했다.

비슷한 또래였던 그들은 당시 여학생들의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 자그마한 얼굴에 긴 팔다리. 소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그들은 다름 아닌 배우 김민희, 신민아, 김효진이다.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뽐내던 이 세 명의 잡지모델은 어느덧 훌륭한 배우로 성장,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누비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베일에 싸여 있던' 김효진은 자신만의 이미지와 영역을 천천히 조금씩 구축해 가며 성장했다.

그러던 그는 임상수 감독을 만났고 영화 '돈의 맛' 팀에 합류하게 됐다. 더불어 제 65회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까지 밟게 된 김효진은 요즘 연신 '싱글벙글'이다.

끝내주게 날씨가 좋았던 일요일 오후, 나들이를 반납한 채 인터뷰 장소로 향해야 했던 기자의 마음까지 환하게 하는 그런 웃음이었다.

   
겸손함이 빛나는 배우 김효진 ⓒ SSTV 고대현 기자

◇ 내 안의 '언니 감성'

"작품에서보다 실제의 김효진이 더 멋있다"는 임상수 감독의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새댁답지 않은(?) 몸매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를 보자마자 덜컥 '잡지' 얘기와 신민아, 김민희를 언급했더니 "당시의 저를 기억해 주는 분들을 만나면 너무 반갑다"며 생긋 웃는다.

"(김)민희 언니나 (신)민아씨와 연락도 가끔 하고 친해요. 민희 언니의 영화가 잘되면 제가 더 기분이 좋더라고요. 당시 모델 활동을 같이 했던 공효진 언니와도 친하고요. 연예인분들과 많이 교류하는 편은 아니지만 엄정화 송윤아 정혜영 언니와 친해요. 또래 중에는 김정화씨와 연극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습니다."

김효진의 인맥을 살펴보니 주로 '언니들'과 친하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진중한 마인드를 지녀서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영화 '돈의 맛'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솔직히 칸 영화제에 갈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 안했어요. 감독님과 선생님들(백윤식 윤여정)과의 작업이 벅차고 부담도 됐거든요. 저도 잘 몰랐는데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더라고요.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 단 스물 두 편이 선정되는데…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요. 무엇보다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게 기쁩니다."

   
겸손함이 빛나는 배우 김효진 ⓒ SSTV 고대현 기자

◇ '자존감' 있는 삶 원해

영화 '돈의 맛'은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돈과 섹스에 대한 은밀한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담아 낸 작품이다. 영화에서는 으리으리한 집과 엄청나게 많은 돈,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가의 물건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김효진 역시 이 집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고.

"그 집은 제작비를 엄청 들여서 지었습니다. 세트인데도 정말 공간이 넓고 크고 자재들도 고급스러웠고요. 집에 갤러리가 있는 설정인데 고가 미술품들과 비싼 가구들이 즐비했죠. 탐나지 않았냐고요? 너무 부담스러웠어요.(웃음)"

그는 '돈의 맛'이 돈의 아름다운 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여줄 때 제대로 보여준 뒤에 어떻게 느끼느냐는 각자의 몫"이라고 덧붙인 김효진은 사실 돈에 그리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다.

"사실 저는 돈 때문에 겪은 힘든 일이 없었습니다. (돈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산층 가정이었고 부모님이 굉장히 알뜰하세요. 그렇지만 너무 아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돈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저만의 개념이 생겼을 뿐이죠."

'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던 김효진은 문득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제가 예전에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배낭여행을 할 때는 물건이 거추장스럽잖아요. 그 때 보니 제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많은 걸 느끼게 됐죠. 물질만능주의 사회지만 저는 그런 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아니에요. 조금 부족해도 자존감 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함이 빛나는 배우 김효진 ⓒ SSTV 고대현 기자

◇ '그 남자 연출, 그 여자 주연'

'소유에 대한 집착이 없다'고 덧붙인 김효진은 무엇을 갖기 위해 돈을 모으거나 너무 사고 싶은 물건이 꿈에 등장하거나 한 적은 전혀 없단다. "난 있다"라는 기자의 말에 그는 "나도 한두 번 정도는 그런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응수하며 웃어보였다.

김효진의 세심한 배려를 보면서 주관이 뚜렷하지만 고집을 부리지는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에서 오는 선입견들이 있지만 인간 김효진은 내추럴한 것을 좋아한다고.

고급스러운 외모와는 다르게 진솔하고 소탈한 그를 보면서 유지태의 '무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김효진은 유지태와 5년의 열애 끝에 지난해 12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에 앞서 유지태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인 김효진에 대한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드러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실 저도 오빠가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할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감동받았었어요. 오빠는 나이가 있다 보니 만날 때도 결혼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결혼에 대해 와 닿지가 않았어요. 하지만 삼년 사년 지나고 오빠가 계속 결혼 얘기를 하고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씩 결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약 내가 결혼을 하면 오빠랑 해야 되겠다' 하는 마음을 먹었었죠. 날짜가 잡히고 나니 실감이 나더라고요."

감독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남편 유지태가 출연 제의는 안하더냐고 묻자 김효진은 "오빠가 작품을 찍고 나서 '나중에 맞는 캐릭터 있으면 너랑 해도 좋을 것 같아' 이런 얘기를 하더라. 외국에는 그런 사례가 많다던데 같이 해도 좋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겸손함이 빛나는 배우 김효진 ⓒ SSTV 고대현 기자

이어 "결혼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며 웃는 김효진에게 기자가 "같은 나인데 너무 부럽다"고 말하니 (기자와 김효진은 같은 84년생이다) "정말?" 하며 눈을 크게 뜬다. 이내 그는 "2, 3년은 만나야 사람을 알 수 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만나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속 깊은 조언을 건네기도.

이미 명실상부한 '배우'임에도 불구, 인터뷰 내내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눈을 빛내던 김효진은 '꾸며내지 않은 겸손함'이 빛나는 사람이었다.

김민희가 '화차' 이후 많은 시나리오를 받고 있는 것이 "너무 부럽다"는 그에게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져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순간이 오길 기대해 본다. 또한 그가 열연을 펼친 '돈의 맛'이 칸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길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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