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봄, 눈’ 심이영 “스스로 위선자 같아 힘든 적도 있었다”
[SS인터뷰] ‘봄, 눈’ 심이영 “스스로 위선자 같아 힘든 적도 있었다”
  • 승인 2012.05.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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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역할에도 감사한다는 배우 심이영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한 소녀가 있었다. 엄격한 부모님 때문에 남들은 다 보는 TV조차 보지 못했던 소녀는 한번도 ‘연예인’을 동경한 적이 없었다.

친구들은 주말이 지나고 학교에 가면 전날 시청했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지만 소녀는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회사에 다니게 된 그녀에게 어떤 이가 “내가 매니저를 할테니 연예인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꾸준한 설득 끝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연기학원에 등록했고, 그 곳에서 ‘신세계’를 만났다. 배우 심이영의 데뷔 스토리다.

“어느날 ‘씨네 21’ 잡지를 보는데 오디션 목록이 나와있더라고요. 그 중 한 페이지가 아주 크게 장식돼 있었던 것이 영화 ‘실제상황’의 오디션 공고였습니다. ‘이렇게 크게 나왔으니 사기는 아니겠지’하는 생각을 하고 가서 접수를 했는데 너무 어이없게 합격이 된 거죠.(웃음) 그때 제가 스물 한 살이었는데, 다른 참가자들을 보니 연극도 했고 발성도 좋고 현란하게 뭔가를 보여주는데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랬는데 운이 좋게 합격이 돼서 데뷔를 하게 됐습니다.”

자신의 학창시절과 데뷔 사연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풀어놓던 심이영은 “아마도 연예인이 운명이었나 보다”라는 기자의 말에 혀를 내밀며 웃는다. 그는 영화 ‘봄, 눈’(감독 김태균)을 통해 이 시대 젊은 여성의 표본을 보여줌과 동시에 ‘둘째 콤플렉스’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내 눈길을 끌었다.

   
작은 역할에도 감사한다는 배우 심이영 ⓒ SSTV 고대현 기자

# 내게도 있는 ‘둘째 콤플렉스’

‘봄, 눈’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심이영과 얘기할 때 둘째 콤플렉스가 있는 이 캐릭터에 공감을 하더라. 처음에 딸을 막내로 설정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위아래로 치이니까 분명히 가운데 아이는 ‘둘째 콤플렉스’가 있을 것이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이영은 처음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철부지 둘째보다는 맏이 역할에 더 끌렸었다고. 평소 둘째의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로만이라도 첫째 역할을 하고 싶었단다.

“사실 저는 둘째로서 서러운 일이 많았어요. 첫째는 첫째이기 때문에 뭐든 첫 번째로 해 주고 막내는 아들이라서 해 주고 ‘그럼 나는 뭐야?’라고 생각했죠. 항상 옷도 물려 입어야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거 아닌 건데 어릴 때는 그런 것 하나하나에 민감하고 상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극중에서처럼 실제로도 ‘둘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심이영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속을 많이 썩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부모님한테 미안한 게 너무 많아요. 그 당시엔 진짜 몰랐기 때문에 그래서 더 미안함이 큰 건지 모르겠지만 성질도 많이 내고 짜증도 많이 부렸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내가 밖에서는 안 그러는데 유독 이 사람들한테만 왜 이렇게 막 할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스스로 위선자 같은 생각이 들어서 힘든 적도 있었죠.”

   
작은 역할에도 감사한다는 배우 심이영 ⓒ SSTV 고대현 기자

# ‘윤석화 캐스팅’ 소식에 기대감 상승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시큰해진 듯 눈가가 촉촉해진 심이영은 “그래도 삼십대가 되니까 변하더라. 이제는 부모님과 정말 잘 지낸다”면서 웃어보였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크기 때문일까. 그는 영화 ‘봄, 눈’에서 가슴 절절한 연기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제가 감독님에게 가장 고마웠던 건 촬영하는 동안 저를 많이 믿어줬다는 점이에요. 제가 뭘 하든 ‘이영씨는 알아서 잘하니까 믿어’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큰 위로가 됐고 감사했던 것 같습니다.”

김태균 감독의 ‘무한 믿음’에 감사를 표한 심이영은 극중 어머니와 아버지 역을 각각 연기한 선배 윤석화, 이경영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소감을 전했다.

“이경영 선생님은 ‘파주’때도 같이 출연을 했었습니다. 겹치는 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냥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게 있어서 그런지 혼자만의 ‘친밀함’이랄까. 그런 게 있었어요. 또 윤석화 선생님은 워낙 유명한 분이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었죠. 윤석화 선생님의 캐스팅 얘기를 듣고 영화가 물론 시나리오도 좋지만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겠구나’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작은 역할에도 감사한다는 배우 심이영 ⓒ SSTV 고대현 기자

# 데뷔 13년차…‘한 방’에 대한 아쉬움

주진모와 함께 열연을 펼친 영화 ‘실제상황’으로 데뷔한 심이영은 벌써 데뷔 13년차를 맞았다. 개성 있는 마스크와 안정된 연기력을 겸비했음에도 불구, 그에게는 큰 ‘한 방’이 없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 세 글자를 낯설어한다.

“아쉬움은 언제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에 집착하면 결국엔 내 자신을 많이 책망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건 좋은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기에 얽매여있으면 앞으로 해야 할 것이나 현재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최선으로 노력할 수 없는 저를 보게 된 거죠. 그래서 지금은 제게 무언가 주어졌을 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안에서 최선으로 노력하고 최고로 기쁨을 누리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작은 역할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는 심이영은 현재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연출 김형석|극본 박지은)에서 김상호와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시청자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가녀린 몸매가 인상적인 그에게 ‘몸매관리비법’을 물었더니 원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란다. 심지어 “밀가루 음식을 엄청 좋아한다”고 덧붙이며 웃는 그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수줍은 듯 웃는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결국 이런 답변을 내놨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제 매력을 모르겠네요. 제가 뭐하고 살았나 싶어요.(웃음) 앞으로 한 번 열심히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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