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대낮 '묻지마' 흉기 난동을 벌인 조선(33)이 뿌리 깊은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영웅이 되고 싶었던 심리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7일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선의 범행 동기에 대해 "무차별적인 흉기 난동으로 살인이 발생한 것이므로 합리적인 동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영웅 심리'가 범행과 연관돼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는 적응을 하는 웬만한 평균 자기 또래 남성들 모두가 결국 자신에게는 적대시되는 대상이었고, 이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범행 동기이며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의 특징"이라며 "이 사람이 사이코패스일 개연성이 되게 높은데, 본인의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에게 전지전능함을 좀 피력하고 싶은 사람의 동기라고 치면 다시 돌아올 생각을 안 할 것이다. 흉기 난동을 부린 다음 계단에 앉아서 체포될 때까지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눈여겨봐야 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체포 후) 언론에서 마이크를 들이대자 사전에 미리 준비한 듯한 이야기들을 했었다"며 "그런 과정을 쭉 보면 결국 이 사람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한 지점은 어떻게 보면 센세이셔널한 범죄 끝에 일종의 영웅 같은 것들이 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아마 이 사람의 어떤 뿌리 깊은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이고), 본인이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보면 그렇게 연결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지난 21일 범행 10분 전 마트에서 흉기를 훔친 뒤 택시를 타고 오후 2시7분 신림역 인근에 도착하자마자 흉기를 휘둘렀다. 택시 요금도 지불하지 않았고, 범행 전날엔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컴퓨터도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체포 직전 별다른 저항 없이 계단에 앉아 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이 교수는 '(컴퓨터를 부순 것은) 급소 검색 한 번도 안 하고 막 이렇게 사람을 죽였어 같은 심리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한 게 이 사람이 전과 17범이다. 소년 전과가 14번이다"라며 "그 얘기는 이 사람은 일단 현행법상에 무엇도 두려워하는 바가 없이 성장을 했다는 것이고, 그런 경력이면 학교를 정상적으로 일단 다니기 어려웠을 텐데 그러면 주변에 범죄를 저지르는 또래들과 그들 사이에서 자기가 어떻게 좀 세 보이고 싶었으나 신체적인 여러 가지 취약점 때문에 결국에는 강력한 존재가 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어쩌면 그들에게 나의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런 종류(살인)의 실행을 한 것이 아닌가?"라며 "상당히 의외의 행위들을 많이 했고, 일반 범죄자로부터 현저히 벗어났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전날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조선에 대해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했다. 애초 지난 25일 오후 검사할 예정이었으나 조선이 거부해 연기됐다. 조선은 검사 직전 자술서를 쓰겠다며 시간을 끌다가 "오늘은 감정이 복잡하다"며 거부했다.

[뉴스인사이드 김희선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