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신구 "87세 심부전증→심장박동기 달아…고비 넘기니 매사가 땡큐"
'유퀴즈' 신구 "87세 심부전증→심장박동기 달아…고비 넘기니 매사가 땡큐"
  • 승인 2023.07.0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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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캡처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캡처

배우 신구가 심부전증에도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특집으로 신구가 출연했다.

62년째 묵묵히 연기 외길을 걷고 있는 신구는 미수(88세)를 맞은 소감에 대해 "아직도 숨쉬고 있고 걸어다니니까 고맙고 견딜 수 있을 때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거 하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962년 26세에 연극 무대로 데뷔해 올해로 62년차 배우가 된 신구는 지금까지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프로이트의 연극 '라스트 세션'에 출연하며 "항상 긴장한다. 외우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죽자고 외운다"고 근황을 전했다.

대중들에게 '신구'라는 이름 두 글자를 각인시킨 건 2000년대 일일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였다. 그는 "시트콤 출연 후에 가까워지더라. 초등학생들도 달려와서 만지고"라며 웃었다. 남다른 인기 덕에 광고 제안도 쏟아졌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광고 카피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후에도 꾸준히 연기활동을 이어가던 신구의 발목을 잡은 건 건강이었다. 그는 "운동은 즐겼다. 그렇게 자신하고 술도 그렇게 마시고"라며 "지난해 심부전증이라는 병이 왔다. 응급실 가서 진찰해보니까 이상이 있다고 했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고 천천히 뛴다. 그냥 놔두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서 뇌졸중이 온다고 한다. 지금 박동수를 조절해주는 심장 박동기를 찼다. 심장이 천천히 뛰면 인공 심박동기가 자극을 줘서 정상으로 뛰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 심박동기 수명이)8~10년쯤 간다고 한다. 그때쯤 난 없을 테니까. 충분하다"며 "요즘 고민이 다음 작품이 또 얘기가 된다. 그런데 내가 이 나이에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확답을 못 해주고 있다. '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넌 안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라는 생각도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숨쉬고 있고, 내가 살아있고, 해야 될 일은 그거고, 할 줄 아는 게 그거 밖에 없다.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데 그렇지 못하니까 아쉽기도 하고, 하고 싶은 작품을 남겨놓는다는 게 꺼림칙하다"고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신구는 후회되는 일에 대해서는 "취미가 별로 없었다. 다양하게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았겠다 싶은데 이 속에서만 살았다. 어떤 사람은 '연극이 종교다. 수행이다'고 하는데 나한테는 수행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오직 연극이 살아가는 동아줄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썩어있는 건지, 끊어질 건지도 모르고 그것만 잡고 평생 지냈다.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매달려서 살고 있으니까 다행이다 싶고 고맙다"고 말했다.

신구는 지난 6월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힘 남겨놓고 죽을 바에야 여기다 쏟고 죽자"고 말한 바 있다.

연극 '라스트 세션'에 함께 출연하는 이상윤은 "공연 전 간단히 리딩을 한다. 그날따라 유독 힘들어하셨다. 숨이 좀 가쁘고 잘 안 쉬어진다고 하시길래 '검사 한 번 받아보셔야 될 것 같다'고 했는데 며칠 뒤 급성 심부전증 진단을 받았다"며 "'공연을 절대 하면 안 된다. 갑자기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고 해서 '오늘 오시기로 한 분들한테는 너무 죄송하지만 치료 받는 게 먼저'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무대는 관객과 약속을 한 거니까 꼭 지켜야된다'며 강행하셨다. 갑자기 일어날 사태에 대해 준비를 다 해놓고 저도 무대에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끊고 조치할 수 있게끔 했는데 정말 무섭도록 연기를 잘하셨다"고 혀를 내둘렀다.

신구는 "나도 젊을 때가 있었다. 이 순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며 "근데 마지막 고비에 와보니까 숨을 쉴 수 있다는 게 고맙고 매사가 다 쏘 땡큐"라고 미소를 지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