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어머니’ 故 이소선 여사와의 따뜻한 조우, 다큐 영화 '어머니'
‘노동자들의 어머니’ 故 이소선 여사와의 따뜻한 조우, 다큐 영화 '어머니'
  • 승인 2012.03.25 2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어머니’ 포스터 ⓒ 인디스토리

[SSTV | 김윤미 기자] 지난 23일 영화 '어머니' 시사회장으로 가는 길,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 감상 전부터 영화가 주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다.

예상대로(!) ‘흔한’ 시사회장의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담한 상영관에 듬성듬성한 좌석. 많은 매체들이 관심을 집중할 이슈도 스타도 없었다. 메시지의 진정성만이 조용히 빛을 내고 있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모든 노동자들의 어머니였던 故 이소선 여사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일대기가 아닌 소소하지만 진솔한 일상의 기록을 담담하게 스크린으로 옮겼다.

카메라는 많은 시간 이소선 여사가 살던 창신동 좁은 골목골목을 누빈다. 체구가 유난히 작아 ‘작은 선녀(소선)’란 이름을 지닌, 그러나 누구보다 넓은 가슴과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은 한 할머니. 이소선 여사는 큰 아들 전태일의 죽음 이후 40여년간 고통 받는 이웃과 늘 함께 하며 그들을 위로 하고 투쟁도 마다하지 않던 노동자들의 어머니였다.

영화는 이소선 여사가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 전 2년간의 이야기, 그리고 전태일이 분신하기 전 어머니 이소선과의 마지막 날을 담은 젊은 예술가들의 연극 ‘엄마, 안녕’과의 만남 등을 주요하게 그리고 있다. ‘엄마, 안녕’에서 이소선 여사를 연기한 배우 홍승이와 이소선 여사의 만남은 평면의 스크린에서도 정감이 묻어나온다. 다만, 꼭 연극을 보기로 한 이소선 여사의 약속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장마비로 영원히 지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새삼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여사’가 아닌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리는 것이 좋다던 이소선 여사. 작은 아들 태삼씨와의 소소한 일상들은 그를 영락없는 이웃집 어머니, 할머니로 느끼게 한다. 집에 찾아온 손님과 냉면을 시켜 함께 먹거나, 방에 앉아 숟가락으로 멜론을 떠먹거나, 아들 태삼씨와 투닥거리는 장면 등은 더 없이 인간적인 이소선 여사의 면면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락없는 이웃집 할머니가 집회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강건할 수 없는’ ‘이보다 더 설득력 있을 수 없는’ 운동가로 변모한다. 민주열사의 묘역에서, 또 ‘유가협(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회원들과의 집회 등에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시대의 아픔을 희망으로 승화시켜 왔다.

영화를 보기 전(특히 이 영화의 경우 더더욱) 으레 가질 수 있는 ‘폭풍 감동 받을 준비’와 같은 열린(?) 마음자세는 이 영화 ‘어머니’의 감상에는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눈물 쏙 빼게 하는’ 극적인 장면 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은근히 덥혀준다. 그 울림과 파장은 작지 않다.

‘어머니’를 연출한 태준식 감독은 노동자뉴스제작단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해 ‘필승 Ver 2.0 연영석’(2007), ‘샘터분식’(2008), ‘당신과 나의 전쟁’(2010) 등을 연출했다. ‘어머니’는 제작단계부터 다양한 시민들이 응원과 참여로 힘을 보탰고, 온라인 펀딩 개봉후원 프로젝트와 개봉비용 마련을 위한 전국 로드쇼 후원 상영회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4월 5일 개봉, 러닝타임 102분.

[보도자료 및 제보=sstvpress@naver.com

Copyright ⓒ SS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