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언니들' 일타강사 박세진 "ADHD 때문에 학교폭력·직장 부적응자 낙인"
'진격의 언니들' 일타강사 박세진 "ADHD 때문에 학교폭력·직장 부적응자 낙인"
  • 승인 2023.03.1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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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S '진격의 언니들-고민커트살롱' 방송캡처
사진=채널S '진격의 언니들-고민커트살롱' 방송캡처

영어일타강사 박세진이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때문에 학교 폭력, 체벌, 직장 내 따돌림 등을 겪어야했던 어린 시절을 털어놨다.

14일 방송된 채널S '진격의 언니들-고민커트살롱'에서는 '일타강사'로 알려진 영어 강사 겸 크리에이터 박세진이 출연했다.

이날 박세진은 밝은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겉으로 보기와 다르게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어서 언니들을 찾아왔다. 사실 내가 병이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ADHD 겪었다"고 해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귀에서 연필 사각사각 하는 느낌이 난다"며 "사람들이 왕따를 시키고 '부적응자'라고 한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 폭력을 당했고 선생님에게 체벌을 받았다. 성인이 된 후에는 직장 내 따돌림까지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박세진은 현재 상태에 대해 "사회인이라면 기본적으로 해야되는 계획을 세우거나 시간, 일, 순서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현재 약물 치료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정서적 학대도 한다. 강사인데 난독증이 있어서 남들보다 2~3시간씩 더 걸린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가 ADHD라는 진단을 받은 건 14세였다. 그러나 당시 틱 증세가 없어 올바른 진단을 받지 못했다. 이후 18세 때 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다. 26세가 돼서야 본격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박세진은 "당시 의사 선생님께서 '잘해내셨다. 조현병 안 걸리신 게 다행이다'는 말을 해줬다"며 "그때 처음으로 제 존재를 인정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에서 인생 한계를 시험하면서 살아왔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항상 몸에 힘을 주고 살았다"며 "공부하러 갈 때도 책 펴기. 이런 것들도 리스트로 써놓고 체크했다. 리스트에 적어놓지 않으면 모든 일의 순서가 뒤죽박죽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박세진은 ADHD로 인해 학폭에 시달렸다. 그는 "ADHD가 학교 폭력으로 가는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산만하고, 눈치없고, 친구들의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까 멍하고 있었다"며 "하루는 길가는 중이었는데 무서운 언니들이 불렀다. 고개를 숙였어야했는데 '네?'라고 대답했다. '나를 왜 불렀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눈을 동그랗게 떴다고 놀이터로 끌고 가서 페트병에 모래를 담아 얼굴을 때리더라. 가장 심한 거는 언니들이 노래방에 데리고 갔다. 나는 무릎 꿇고 있고 마이크로 돌아가면서 때렸다. 배도 발로 찼다. 제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이후 같은 학년, 반 학생들도 친하게 지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폭력으로 인해 도움을 청해야할 선생님들에게도 그는 '미운털의 대명사'였다. 박세진은 "강박이 있었다. 나무 책상에 페인트가 칠해져있었는데 그게 벗겨져 있었다. 저는 그거를 다 벗겨야하는 거였다. 그거를 막 벗기고 있는데 누가 멱살을 잡아 올렸다. (선생님이) 그 큰 손으로 제 이마를 쳤다. 교실 중간에 앉아 있었는데 사물함까지 밀려났다.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상황이 그랬지만 부모님에게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회사에서도 적응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제가 직장에 일찍 들어갔다. 7개월만에 조기 퇴사를 했는데 말이 좋아서 퇴사지. 잘렸다"며 "한 마디로 말하면 조직생활에 부적응자라고 했다. 약물 치료 전이었던 탓에 시간 개념이 없으니까 지각은 기본이었다. 집중력이 부족하니까 엑셀에 오타도 냈다. 지점 매출 마이너스가 될 뻔했는데 선배가 체크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사들과 트러블까지 있었다. 머릿속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회사일을 잘 하고 싶어 귀마개를 착용했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상사가 '내 말 듣기 싫어서 귀마개 끼니?'라고 했다. 귀마개 착용 전에는 이어폰을 끼고 일했고 클래식을 들으면서 안정을 취하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세진은 "자유를 즐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귀마개 껴야 일을 할 수 있는 간절한 마음이니까"라며 "내 상태를 말할 수 없는 트라우마도 있었다. 고등학교 때 말이 통하는 선생님에게 ADHD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는데 선생님이 어디 가서 그런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게 충격이었다. 이후 누구에게도 말하기 꺼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영어일타강사가 될 수 있었던 비법에 대해 "소설책을 읽으면 뇌가 언어 처리 영역을 자극한다"며 "어렸을 때 혼나고 있을 때 소설책을 많이 읽었다. 영어도 스토리텔링화해서 저만의 방법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ADHD도 이해할 정도 난이도니까 일반 사람들 얼마나 쉽겠냐"고 설명했다.

박세진은 "내가 약을 하루에 다섯 번을 먹는다. 아무리 약한 정신과약도 멍해진다. 머리는 계속 돌려야되고 안 돌려도 졸리다. 이런 나를 무슨 선생이라고. 학생들에게 위로가 받고 싶었고"라고 말하다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이어 "저와 비슷한 사람이 있으면 손을 내밀어 주고 싶어서 나왔다. 병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고 조금은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