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증 투병' 김영희 "여러 번 죽을 고비. 우울증·불안증으로 극단적 선택도"(마이웨이)
'거인증 투병' 김영희 "여러 번 죽을 고비. 우울증·불안증으로 극단적 선택도"(마이웨이)
  • 승인 2022.03.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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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영상 캡처

김영희 전 농구선수가 희귀병으로 인해 코드를 떠난 후 힙겹게 살고 있는 근황을 전했다.

​지난 6일 방송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는 한국 여자농구계의 레전드 김영희가 출연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인 그는 전성기 시절 거인증으로 불리는 희귀병 '말단비대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뇌출혈로 쓰러져 은퇴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코트를 떠났다.

35년째 투병 중인 김영희는 말단비대증에 더해 합병증까지 생겨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방안에서의 이동도 어려운 상태였다.

김영희는 "83년도 농구 대잔치에서 우승했고 5관왕을 했다. 득점상, 리바운드상, 야투투사율상, 최우수상, 인기상까지 탔다. 그때 기분은 잊을 수 없다. 신문과 방송에서 '물찬 코끼리가 나르는 코끼리로 변했다'고 했다. 힘도 들었지만 내게는 더없이 좋았던 시절이다"라며 전성기 시절을 떠올했다.

이어 김영희는 "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쓰러져 반신마비가 오고 앞이 안 보였다. 갑자기 쓰러졌다. 대표 선수들 지정 병원에 갔는데 머리에 큰 혹이 있는데 어떻게 훈련했냐고 조금만 더 있으면 사망이었다고 하더라. 반신마비에 앞도 안 보였다. 더 운동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사망이냐 운동이냐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투병만큼 힘든 것은 주변의 수근거림이었다고. 김영희는 "87년에 뇌수술을 받고 집에서 쉬다 답답해서 밖에 나갔는데 5분 만에 되돌아왔다. 등 뒤에서 '와 거인이다. 여자야 남자야'라며 웃더라. 변해버린 외모로 인해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 도저히 밖에 못 나갔다"며 "어머니가 그걸 보고 절 새벽 4시에 깨웠다. 새벽엔 아무도 없으니 운동하러 가자고 했다. 엄마가 살아있을 때 내 친구가 돼줬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영희는 현재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그는 "(어머니는) 뇌출혈로 뇌혈관이 터져서 1998년도에, 아버지는 2000년도에 암으로(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병원비로 운동해서 모든 돈을 다 쓰고, 서울 집까지 팔아서 병원비로 다 쓰고 그리고 돌아가셨다. 울어야 하는데 이제는 눈물도 안 나온다. 그때 너무 많이 울었다. 너무 외롭다"고 말했다.

김영희는 우울증과 불안증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그는 "20년 전부터 우울증, 불안증이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심했다. 한 5년 앓았는데 지금도 우울증이 약간 있다. 불안증 때문에 날씨가 추워도 문을 열어두고 있다. 차 소리, 사람 소리가 들려서 마음이 편해진다. 너무 조용하면 TV소리를 크게 튼다. 오래 앓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한 때는 극단적 선택까지 했었다. 밤이 무서웠고 해가 뜨는 게 무서웠다"며 "겨울에는 밤이 더 길어 그게 싫었다. 난방도 안 틀고 문도 다 열고 TV도 크게 틀고 밤새 운다. 날이 밝아오면 안정이 된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영의는 "자신의 곁을 지키는 이웃들과 동료들이 있어 좌절보다 희망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평소에 신지 않던 구두까지 꺼내 신고 들뜬 모습으로 모교인 숭의여고 터를 찾았다.

그는 "교정 근처만 둘러봐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과거 함께 훈련했던 농구부 동창 친구들을 만났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편하게 장난을 칠만큼 각별한 사이라는 김영희와 친구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김영희는 건강을 되찾고,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계단오르기 등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적 '걸리버 여행기' 책을 자주 봤다. 진짜 거인이 나타나면 소인국이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하면서 이불 속에 숨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거인이 될 줄 몰랐다"며 "지금은 감사하다. 거인이 소인국에 와서 소인들과 어울리는게 얼마나 행복하냐"고 말했다.

[뉴스인사이드 이경아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