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이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5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KBS 아나운서 출신 김경란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김경란은 "인생 살면서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가 '네 틀을 언제 깰 거니'였다. 그 틀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며 "정작 저는 허술한 면이 많고 말을 잘 못한다. 늘 긴장하며 살았는데 그 모습이 각인된 것 같다"고 전형적인 '아나운서 이미지'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오은영 박사는 김경란의 인간관계에 대해 물었다. 김경란은 "인간관계가 좁고 깊은 스타일"이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힘들어한다. 1년 전에 만난 친구와는 대화가 너무 힘들다"고 고백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은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는 "억울한 일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패션 화보를 찍었는데 노출 하나 없이 긴 드레스였다. 근데 섹시 화보를 찍었다는 식으로 나왔다. 제 뒤에서 어떤 선배가 '요즘 애들은 저렇게까지 해서 뜨고 싶어해?'라고 했다. 졸지에 뜨고 싶어 안달 난 애가 됐다"고 일화를 공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경란은 "잘 넘어져서 무릎, 팔에 상처가 많다. 무심코 스타킹을 안 신고 제작발표회를 갔다가 전신 사진이 찍혔는데 제 다리를 보고 어마어마한 말을 들었다. 선정적인 말까지 있었다. 오랫동안 결혼 안 하는 것도 성격이 더러워서라고 했다. 그런 얘기가 저를 형성했다. 그래서 안 보여주게 되고 더 움츠러들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김경란이 작은 소리에도 힘든 건 어린 시절 영향도 있었다. 김경란은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한 후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원래 발표도 잘 하던 애였는데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국어책을 읽는데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그걸 돌파할 방법이 없었다. '정직하게 흠 없이 살면 언젠간 알아주겠지'가 유일한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김경란의 부모님도 상당히 엄격했다. 김경란은 "부모님은 제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아야했다. 부산MBC에 합격했을 때 부모님이 제 방에 유선전화를 설치했다. 그 전화를 받아야 하루가 끝났다"며 "새벽 라디오를 해서 2시에 방송이 끝나는데 20분 안에 집에 가야했다. 27~30분에는 부모님한테 전화가 온다. 이유는 안전이었다. 그 안전 때문에 내가 갇혀있었다. 결국 내가 숨을 쉬어야하는데 너무 갑갑하다고 했다. 내가 안 들어온다고 잠을 못자겠다고 방송을 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도 독립을 37세에야 했다. 그것도 반대가 엄청 심했다. 제가 더 빨리 주체적이었더라면 시행착오를 빨리 끝내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쉬워했다.
김경란은 "내가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저를 좋아하면 가산점을 많이 줬다. 제 감정에 대해서는 안 물어보고 끌려다녔다. 헤어지고 났는데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 거 같지 않았다. 내가 왜 만났을까 싶었다. 내가 사랑은 해봤을까 싶었다. 어쩜 내가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정형돈은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경란은 "변하지 않을 거 같은 마음을 표현하는 거에 굉장히 높은 가치부여를 했다. 내 마음에 대해서 내가 잘 알고 진행됐던 게 아니었을 수 있겠다고 싶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지가 중요했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가에 대해선 어떤 감정을 믿어야될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경란은 결혼 생활에 대해 "정서적 교류가 부족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할 수 없었다. 너무 내 감정을 몰랐다. 내 자신에게 미안할 정도로 몰랐다"고 털어놨다. 오은영 박사는 "틀린 마음이라는 건 없다. 마음이 맞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며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