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36년 정년퇴직 허필용 씨 "전 직장 떠나고 아내는 세상 떠났다"
'유퀴즈' 36년 정년퇴직 허필용 씨 "전 직장 떠나고 아내는 세상 떠났다"
  • 승인 2020.12.3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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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캡처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캡처

36년간 한 직장에서 일하고 정년퇴직을 앞둔 허필용 씨가 시청자들을 울렸다.

3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는 2020년 마지막 방송을 맞아 올해를 따뜻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시작과 끝' 특집을 선보였다.

이날 유재석과 조세호는 36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2020년 12월말 정년퇴직한 직장인 허필용 씨를 만났다. 허필용 씨는 "직장에서 3개월 휴가를 줬다. 사실 아직은 실제로 회사를 그만뒀다는 실감은 안 난다"며 "휴가갈 때처럼 편안했는데 다가올수록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마음이 든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직장에 대해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 나가더라도 제 직장에 대한 마음은 변치 않고 사랑할 것 같다. 아내가 같은 직장에 있었다. 우연히 공감 가는 글을 봤는데 알고 있는 이름이라서 꽂혀서 만나게 됐다. 딸아이가 태어났고. 가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장이 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막상 은퇴자가 되는 마음은 복잡했다. 허필용 씨는 "9월 22일 마지막으로 출근했다. 올해 7월에 퇴직자를 위한 특별교육을 해줬다. 회사 들어갈 때는 좋은 얘기만 해주는데 나갈 때는 당신 나가게 되면 모든 걸 부담해야 한다는 비관적인 얘기만 해주더라. 상실감을 많이 느낀다. 내가 준비를 더 빨리 했더라면 그런 아쉬움이 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실제 허필용 씨가 느끼는 '은퇴'는 현실이었다. 그는 "은퇴를 하면 국민건강보험도 직장 가입에서 지역가입으로 옮겨가는데 보험 문제가 심각하더라. 금액이 두 배로 올라간다. 은퇴한 사람은 경제적으로 힘들다. 원래 시골에 내려갈 생각이 있었는데 비용이 더 올라갔다. 완전 농민이 되면 혜택을 받는데 어설프게 내려가면 돈이 더 든다. 앞으로 나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마음이 크다"고 고백했다.

이날 허필용 씨는 아내가 올해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상황도 전했다. 그는 "2020년이 저는 직장을 떠나게 됐는데 아내는 세상을 떠나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내 생각이 많이 나겠다"는 유재석의 말에 "매일"이라고 답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허필용 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는 상실감이 더 크다. 제 마음이 저리다. '아프다', '슬프다'를 떠나 늘 함께 했던 사람이 아내가 이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했는데 아내가 떠난 이후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면에서는 의미 없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응원해주고 '힘내라'고 하니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아내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아내가 갑자기 몸이 안 좋다더라. 병원에 다녀오라고 했는데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는 사람인데 왜 몰랐을까라는 자책을 많이 했다. 왜 암이 3기가 될 때까지 몰랐나 싶어서"라며 아내를 향해 "내 몸 속에 다 녹아있다. 행복했다. 자기가 걱정하지 않게 아이들 잘 뒷바라지하고 하늘에서 만났을 때 '나 이렇게 살았다'고 자랑하겠다. 그때 다시 만나면 말 많다고 흉봐도 좋다. 할 얘기 많이 있다"며 뭉클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정년퇴직하고 우리가 할머니, 할아버지로 이렇게 살아갈 줄 알았는데…그때로 돌아간다면 하루하루를 더 성실하게 의미 있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허필용 씨는 36년 회사생활을 마무리하는 자신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많았는데 흔들리지 않고 잘 다녔다. 정년퇴직하게 된 너를 칭찬하고 남은 인생도 분명 잘 살 것이다. 파이팅.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