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가르뎅, 98세에 별세…NYT "패션 비즈니스 탄생시킨 라이선스 개척자"
피에르 가르뎅, 98세에 별세…NYT "패션 비즈니스 탄생시킨 라이선스 개척자"
  • 승인 2020.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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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가르뎅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피에르 가르뎅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프랑스의 전설적인 패션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별세했다.

AFP통신은 30일(한국시간) 피에르 가르뎅이 98세의 나이에 파리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고 가족들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피에르 가르뎅은 1922년 이탈리아 트레비소 근교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파시즘을 피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에 정착했다. 와인상인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이 건축가가 되기를 바랐으나 가르뎅은 어려서부터 의상에 더 관심을 보였다. 14세 때 도제 생활을 시작하며 의상 제작의 기초를 배웠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적십자에서 일하기도 했다.

크리스천 디오르 등 브랜드를 거쳐 1950년 자신의 부티크를 열었다. 피에르 가르뎅은 혁신적인 디자이너이기도 했지만 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데는 라이선스 사업의 덕이 컸다. 대량생산된 제품에 상표를 부착하는 이 방식은 지금 널리 활용되는 방식이지만 당시 패션계에서는 낯선 시도였다.

피에르 가르뎅은 전 세계적으로 라이선스 사업을 확대해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서도 양말⋅우산⋅속옷 같은 소품류를 중심으로 라이선스 제품이 대량으로 판매돼 '피에르 가르뎅'이라는 브랜드명이 각인됐다.

그러나 점차 라이선스를 남발하고 품질관리가 뒷받침되지 못해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 칼 라거펠트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고급 브랜드로 거듭난 샤넬과 대조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시대를 앞서갔다. 우주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던 1960년대에 헬멧⋅고글 등을 활용한 컬렉션과 몸에 꼭 붙는 남성복 재킷 등을 선보였다. 이런 디자인은 깃 없는 재킷 등으로 대표되는 비틀스의 의상에 영향을 줬다.

2012년 구순의 나이에도 연 패션쇼를 통해 비닐 소재 레인코트처럼 미래 지향적인 느낌의 의상이 공개했다. 가르뎅은 당시 쇼를 마무리한 뒤 “파리에서 일을 시작할 때 디자이너 중 가장 어렸던 내가 지금은 최연장자가 됐다. 나는 여전히 여기(패션계)에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장 폴 고티에 등 후배 디자이너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SNS를 통해 가르뎅의 부음을 전하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패션 비즈니스를 탄생시킨 라이선스의 개척자이자 선구적인 패션디자이너"라고 평가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