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큰딸 마약 사건 당시 회상 "중병 부모님, 미국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버텨"
홍정욱, 큰딸 마약 사건 당시 회상 "중병 부모님, 미국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버텨"
  • 승인 2020.11.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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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사진=인스타그램 캡쳐

 

23일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국민의힘 전신)이 큰딸의 마약사건 당시를 회고했다.

이날 홍 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당시의 심경과 상황을 설명했다.

“2019년 가을 큰딸이 마약을 들고 입국하다가 적발됐다. 같은 시기, 중병을 앓고 계셨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내와 둘째 딸과 막내 아들은 모두 미국에 있었고, 큰딸은 검찰 조사 후 누나 집에 머물고 있었다. 나는 홀로 집에서 두문불출했다”고 덧붙였다.

홍 전 의원은 “화상회의로 회사 일을 보고, 딸과 시간을 보내며 재판에 대비하고, 부모님이 계신 병동을 오가는 게 일상의 전부였고, 간혹 절친한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해를 넘기자 코로나가 확산되며 내 자발적 ‘가택연금’은 장기화 됐다”고 했다.

그는 “내 목표는 하루하루를 잘 넘기는 것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공사장을 맴돌았다. 많은 공사를 겪어 봤지만 이렇게 전 과정을 직접 지켜본 것은 처음이었다. 공사가 끝난 뒤에는 정원에서 책과 차와 시가를 벗 삼아 하루를 보냈다. 북한산에서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계절이 바뀌며 마른 가지에 싹이 돋고, 잎이 자라 꽃이 피는 모습을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연이어 터지는 고통의 순간 속에서 그는 “모든 것은 변하고 기쁨도 슬픔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단순한 진리 앞에 마음이 다소 편안해졌다. 밖에서 시가를 태우며 3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시가를 천천히 피우기에 한 대로 서너 시간은 족히 즐길 수 있었다. 내가 피운 시가의 특징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도 시작했다. 쓸모없는 일이었지만 소중한 일과가 됐다”며 버텨낼 수 있었던 방법을 밝혔다. 

명상을 시작했다는 그는 “‘이 순간 소리 없음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이기네’라는 백거이의 시처럼, 자극과 충격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고요한 의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홍 전 의원은 고난이 준 교훈도 공개했다. 그는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더 힘들다고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세월에 맡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삶의 위대함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음에 있지 않고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섬에 있다. 나는 강인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았다. 그러나 강함보다 약함을 고민하는 자에게, 지식보다 무식을 염려하는 자에게 성장이 있다고 믿었다. 나는 그렇게 노력하며 한 해를 보냈다”고 했다.

 

[뉴스인사이드 박유진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