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연 9단, 스토커 고소-청와대 국민청원 올려.."1년간 끔찍한 고통..처벌법 너무 경미"
조혜연 9단, 스토커 고소-청와대 국민청원 올려.."1년간 끔찍한 고통..처벌법 너무 경미"
  • 승인 2020.04.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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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연 9단/사진=바둑TV방송 캡쳐
조혜연 9단/사진=바둑TV방송 캡쳐

 

24일 KBS 단독보도에 따르면 24년 차 프로 바둑기사인 조혜연 9단이 스토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 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 9단은 일면식도 없던 한 남성이 자신의 직장 건물 외벽에 지속해서 협박성 낙서를 남기는가 하면, 흉기를 들고 찾아와 협박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시작된 스토킹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조 9단은 2002년 세계여자바둑대회 우승을 거둔 뒤, 프로 통산 우승을 5번이나 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0일에는 만 50세 이상 남자 프로기사와 겨루는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에서 여성 최초로 우승했다.

하지만 우승컵을 든 조 씨의 마음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대회 하루 전까지 스토킹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승전을 하루 앞둔 9일 조 씨의 스토커는 조 씨가 강사로 재직 중인 바둑 학원에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4월 처음 교습소에 나타났어요. 저를 보러왔다면서, 횡설수설하길래 잘 달래서 보냈어요. 그러다가 또 나타나서 협박하길 반복했어요. 학원 건물 외벽에 낙서하기 시작했어요. 자기랑 결혼한 사이라고 허위 주장을 하면서…. 그런 상황이 1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한 조 9단.

일면식도 없던 데다, 직업도 나이도 알지 못하는 이 남성은 끈질기게 조 씨를 찾아와 괴롭혔고 술에 취한 채 조 씨의 학원을 찾는 일은 점점 더 잦아졌다. 

스토커는 늘 건물 외벽에 흔적을 남겼는데 "사랑한다", "보고 싶다" 등 구애하는가 하면, "더러운 여자" 등 모욕적인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말 무렵엔 낙서의 양이 건물 외벽을 가득 덮을 정도가 돼, 참다 못한 조 씨의 아버지가 벽에 도배를 해버렸다고 한다. 

조 씨의 어린 바둑 제자들도 피해를 봤다. 이달 초, 스토커는 조 씨의 학원에 난입해 조 씨가 자신의 애인이라고 주장하며 소리를 질렀다. 조 씨는 "이를 목격한 10살 수강생은 당시의 충격으로 정신적 외상을 호소하고 있다"라면서 "또 다른 중학생 제자는 놀란 나머지 시력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조 씨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한편,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스토킹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9백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의했다.

청원 말미, 조 씨는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현행 스토커 처벌법이 너무 경미하고 미약한 처벌을 해서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스토킹 피해자는 정신적 외상, 불안한 심리상태, 주변인에 미치는 피해 및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라고 호소한다. 

1년 동안 이어진 끔찍한 스토킹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조 씨는 현재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경찰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이며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조 씨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스토킹 피해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프로바둑 기사 조 씨의 호소, 그리고 경찰 수사 상황 등은 24일 밤 KBS 1TV '뉴스9' 등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뉴스인사이드 박유진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