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무죄"..'양육비 미지급 명단 공개 vs 명예훼손' 결론은 '공익'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본창 무죄"..'양육비 미지급 명단 공개 vs 명예훼손' 결론은 '공익'
  • 승인 2020.01.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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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뉴스/사진=KBS방송 캡쳐
/사진=KBS방송 캡쳐

 

15일 수원지방법원 제 11형사부(이창열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구본창 씨에게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를 공익 실현으로 판단했다. 

앞서 자원봉사자 구본창 씨는 양육비를 안 주는 '나쁜 부모'의 얼굴과 신상을 온라인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공개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명예보다 자녀의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탄생한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구본창씨는 2018년 9월부터 10월 사이 신상이 공개된 부모 중 5명(남성 3명, 여성 2명)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양육비 미지급자 제보를 받아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진에게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로 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운영되는 사이트 운영진을 대신해 자원봉사자로 외부와 소통을 맡았다. 

검찰은 애초에 구 씨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 했지만 법원이 이 사건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겼다. 

이후 구 씨와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국민참여재판이 결정됐고 구 씨의 변호인단(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숭인 양소영) 총 10명은 이날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했다. 

재판의 쟁점은 '배드파더스'의 신상 공개가 명예훼손인지 아니면, 아동을 위한 공익인지 여부였다. 

검찰은 구 씨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제 70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구 씨가 '배드파더스'에 관여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성립 여부 등에 대해선 법리적 다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비방할 목적이 없었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고려할 때 공익적 목적이 더 크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날 재판에는 구 씨를 고소한 B씨의 전 부인 A가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왔다. 고소인 박씨는 혼인 시절 아이와 아내에게 칼을 겨누고 아이를 방치한 채 애인과 놀러나갔으며 외제차와 명품 모자를 애용하면서도 양육비를 8년간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의 양육비 지급 명령도 무시하던 B씨를 해당 사이트에 올릴 수 밖에 없었던 전 부인 A씨는 준비해온 편지를 꺼내 읽었다. 

"결과가 아닌 원인을 살펴봐주면 좋겠습니다. 홀로 양육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혼한 양육자는 혼자 아이를 키워야하는 게 당연한 건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가 아파도 일을 하느라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습니다. 학교 행사도 한 번 못 갔습니다. 엄마로서 아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나, 법의 무능함에 좌절하고 기댈 곳이 없었습니다. '배드파더스' 제보자들을 대신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구본창 씨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A씨는 눈물을 쏟았고, 일부 방청객도 함께 울었다. 

구 씨 변호인은 "만약에 오늘 피고인을 처벌하면 숨죽여 있던 ('배드파더스'에 공개된)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이제 달려들어 (명예훼손으로) 추가 고소할 것입니다. 민사상 위자료 청구까지 달려들 겁니다. 깊이 숙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구 씨는 최후 진술에서 “한국의 양육비 피해 아동 100만 명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면서 대가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인적 사항을 공개할 때 악의적으로 모욕한 표현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한 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걸 문제 제기하고 지급 촉구를 목표로 해 공공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구 씨는 무죄 선고 소감을 "양육자들은 명예훼손 덫에 걸려 그동안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단순히 개인 간 채권 채무라면, 오늘처럼 공익성을 인정한 무죄 판결이 안 나왔을 겁니다. 재판부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한 것 같습니다." 라고 밝혔다. 

[뉴스인사이드 박유진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