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균의 Zoom-人] 李대통령의 ‘중앙대 법대’ 동문들, 경제·산업계 서 날아오르나
“천신만고 끝에 법대생이 됐을 때, 저는 진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바라던 대학생이 됐고, 거기다가 학비면제와 생활비까지 월급의 3배를 받으면서 다니게 됐으니까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2022년 2월 22일 방송연설 문 중)
박상진 전 한국산업은행 준법감시인의 차기 한국산업은행 회장 내정이 화제다. 박 내정자는 1954년 산업은행 설립 이후 첫 내부 출신 회장 후보다. 그동안 산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부 인사가 회장직에 임명됐다. 박 내정자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학교 법대 82학번 동기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고시반에서 공부하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대선 전 대외 정책 구상을 위해 만든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자문위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1976년 2월 경북 안동 삼계초등학교를 졸업, 검정고시를 거쳐 1982년 중앙대 법학과 장학생으로 입학하고 4년 뒤 제 28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김근세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는 2021년 12월 발표한 논문 '지방자치단체의 정치파워엘리트 권력구조연계망 분석'(장사무엘 공저)에서 한국은 "압축적인 엘리트 계층이 형성되며 계층 유입까지의 경력, 즉 학연, 지연, 직연이 혈연보다 중요한 특징이라"고 밝혔다.
차기 산은 회장에 눈길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중앙대 법과대학은 1949년에 설립됐으며, 1954년 최초의 법조인을 배출했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2007년 출범했다. 경제·산업계에서 활동 중인 중앙대 법학과 졸업생들을 살펴봤다.
1962년생인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는 전주고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90년 산은에 입행한 이후 기아그룹과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 구조조정 업무 등을 담당했고, 법무실장과 준법감시인을 역임했다. 2019년 퇴직 후 2022년까지 서부광역철도 부사장을 맡았다.
국내 최대 인쇄출판기업인 타라그룹을 이끄는 강경중 회장도 중앙대 법대를 졸업했다. 강 회장은 형인 강영중 회장과 함께 대교를 공동 창업했지만 1989년 독립해 타라그룹의 전신인 바른인쇄를 창업했다. 그룹명 타라(Tara)는 땅(Tarr)에서 유래된 말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이 된 미국 남부의 농장 이름이기도 하다. 타라는 개척해야 할 도전의 땅이며, 과거가 아닌 현재나 미래라는 공격적 관념의 땅을 의미한다. 직원 5명과 인쇄기 한 대로 출발한 타라그룹은 현재 타라티피에스, 타라유통, 타라그래픽스, 조광프린팅, 오래된미래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아메리칸드림 1세대로 꼽히는 벤처 기업가 이종문 암벡스벤처그룹 회장은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종근당에서 일하다 지난 1970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이 회장은 종근단 창업주 고(故) 이종근 회장의 막내동생이다. 그는 컴퓨터 그래픽카드 제조회사인 다이아몬드컴퓨터시스템을 설립해 실리콘밸리 신화를 일궈냈다. 이후 벤처캐피털 회사인 암벡스벤처그룹을 창설해 신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등 실리콘밸리 IT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이종문 재단'을 설립, 샌프란시스코의 미술관 건립비를 기부한 것을 비롯 스탠퍼드대학 등 미국 유명대학과 국내 고려대, 중앙대 등에 기부금을 내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이 회장은 2005년 1월 모교인 중앙대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4월엔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미국의 자선사업가 록펠러 3세가 1956년 설립한 아시아소사이어티는 미국 아시아에 대한 미국인의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설립됐다.
이 밖에도 박종인 우리은행 개인그룹 부행장과 부동산 디벨로퍼 미래인의 정주영 회장, 이종헌 스마일케어 플러스 회장, 이명훈 유니온바이오메트릭스(옛 유니온커뮤니티) 부사장, 유태현 우리카드 전무, 신한은행 준법감시인 전종수 상무, 오승환 여신금융협회 부장, 함석호 전 IBK캐피탈 대표, 김희태 전 KDB생명 수석 부사장, 윤상구 전 우리금융 전무 등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경제 산업계에서 활동 중이다.
[뉴스인사이드 정해균 기자 chung.9223@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