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김고은 “‘유열의 음악앨범’, 위로가 된 작품…관객에게도 전달되길”
[인싸인터뷰] 김고은 “‘유열의 음악앨범’, 위로가 된 작품…관객에게도 전달되길”
  • 승인 2019.08.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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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고은/사진=BH엔터테인먼트
배우 김고은/사진=BH엔터테인먼트

‘은교’로 충무로의 이목을 사로잡은 김고은이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의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사랑 연대기를 그린다. 극장가에 멜로 장르가 흔치않은 요즘, 오랜만에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을 담은 작품을 만난 김고은은 배우로서도 관객으로서도 반가움이 컸다.

“되게 반가운 시나리오였어요.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내용이라서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느낌의 시나리오였고, 일상적이고 현실과 밀접한 감성들이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영화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미수와 현우의 연대기를 그린다. 극중 미수의 나이는 1975년생으로 1991년생인 김고은과 차이가 있다. 그 당시 감성을 이해하기에는 어린 나이일 수 있지만 청춘의 감수성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 김고은은 10년이라는 시간의 변화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쉽게 변하지 않는 한 사람의 본질에 집중했다. 김고은은 의상이나 외모에 있어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최소화 했다.

“제가 그 시대가 아니라고 해도 그 나이의 감성이 변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고민하는 지점이나 감정은 지금의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죠. 그 시대가 갖고 있는 흐름의 차이 정도만 생각했어요. 10년이라는 시간도 여기에 너무 집중해 다이내믹한 변화를 준다면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의상도 보면 저도 학창시절에 샀던 바지도 자주 입어요. 미술팀에 너무 많은 아이템이 주어지기보다는 조금씩 겹쳐 입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헤어스타일도 큰 차이보다는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게 현실적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미수는 어머니의 제과점을 운영하다가 IMF로 인해 이를 처분하고 직장에 들어간다. 원하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점차 자존감이 낮아지던 그녀는 현우와 우연히 재회하지만 두 사람의 처지는 이전과 다르다. 김고은은 이러한 변화들을 외모가 아닌 눈빛과 태도로 미세하게 표현되길 바라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감정에 대한 부분도 저를 봤을 때 10년 전과 지금이 엄청난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분명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떠한 성숙이나 사고의 변화는 있었을 테고 생각의 폭도 넓어졌을 거예요. 그런 변화들이 드러날 때는 누군가 오랜만에 저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예요. ‘느낌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떤 일을 겪어낸 다음의 모습, 조금씩 달라지는 미수의 기운을 미세하지만 표현하려고 했어요.”

시대는 달라도 그 나이대 감성은 같다는 김고은의 말처럼 미수와 현우의 풋풋한 만남을 그리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과거도 떠올릴 수 있었다.

“풋풋한 사랑에 공감이 많이 됐죠. 이성을 좋아해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기억이 많이 스쳤어요. 저도 그때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많았어요. 영화에서 현우와 미수가 처음 뽀뽀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는 미수보다 훨씬 더 놀랐어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엉덩방아를 찧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풋풋한 사랑과 함께 김고은이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미수와 현우가 다투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같지만 자존감이 교차하며 서로에게 안타까운 상처를 남긴다.

“다투는 모습에도 공감이 많이 됐어요. ‘내가 못나면 다 후져보여’라는 대사가 정말 공감됐어요. 자신이 작아진 상황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런 내 모습이 또 너무 싫지만 악순환이 이어지잖아요. 상처 줄까봐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어지고. 그런 모습들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배우 김고은/사진=BH엔터테인먼트
배우 김고은/사진=BH엔터테인먼트

‘은교’ 이후 영화 ‘몬스터’, ‘차이나타운’, ‘변산’,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도깨비’ 등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김고은은 극중 미수처럼 어느 순간 자신이 못나 보이고 흔들리는 시기를 겪었다. 지금은 슬럼프를 극복했다는 김고은은 “이전에는 매사 괜찮다면서 끝냈는데 그게 좋지 않은 방법이란 걸 느꼈다”며 “그땐 상황을 직시하지 않았던 거 같다. 어렵지만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극복하고 잘 지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극장가 유일한 멜로로 돌아온 김고은은 차기작으로 드라마 ‘더킹: 영원의 군주’, 영화 ‘영웅’ 등을 확정지었다.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김고은은 “두려움 없이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지금 저는 다작을 하고 싶어요. 매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 좋겠지만 두려움 없이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많은 이야기를 담는 게 제가 배우를 하는 이유인 것도 같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쉬운 순간은 참 많죠. 그렇지만 후회가 돼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은 없어요. 이런 마음으로 해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잘 버텨온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 마음을 간직하면서 한 작품, 한 작품 해나가고 싶어요.”

끝으로 김고은은 ‘유열의 음악앨범’이 두 남녀의 사랑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관객에게 추천했다.

“현대사회에 사는 모두가 자존감을 지키는 게 큰 숙제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평가하고 쉽게 단정하는 사회잖아요. 항상 무언가 증명해야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살아가는데 건강하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저는 ‘유열의 음악앨범’을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위로를 받았던 지점이 분명히 있어서 보시는 분들에게 전달됐으면 해요. 이 영화를 보며 털어낼 건 털어내고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