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이동휘 “‘어린 의뢰인’의 절대적 주제는 ‘아동학대 근절’…경악 금치 못했다”
[NI인터뷰] 이동휘 “‘어린 의뢰인’의 절대적 주제는 ‘아동학대 근절’…경악 금치 못했다”
  • 승인 2019.05.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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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동휘/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배우 이동휘/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영화를 준비하고 지금 홍보를 하는 시기에도 계속해서 그런 기사를 접하고 있어요.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이런 일은 계속 있었잖아요. 영화보다 참담한 현실이 이어진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워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을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에 출연한 이동휘가 인터뷰 내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아동학대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2003년 계모가 의붓딸 A양을 폭행으로 숨지게 한 후 A양 언니에게 동생을 죽였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한 사건이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어린 의뢰인’에서 이동휘는 7살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하고 나선 10살 소녀를 마주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변호사 정엽 역을 맡았다. 이동휘는 사건의 방관자에서 잘못을 깨닫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정엽의 변화들을 섬세하게 그리며 배우 이동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동휘는 아이와 했던 사소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상황에 대한 정엽의 죄책감에 마음이 움직였고 출연을 결심했다. 또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반성과 진심을 담았다.

“감독님과 이야기한 건 우리의 절대적인 주제는 아동학대 근절이라는 것이었어요. 이 작품을 준비하고 수십 건의 사례를 접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우리가 조금 더 아이들의 귀를 기울이며 들여다보지 못한 것에 대한 제 스스로의 반성도 있었고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절대로 이런 일이 앞으로 벌어지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그 진정성을 담으려고 했어요.”

이전부터 아동학대에 관해 관심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이동휘는 “관심이 없을 수가 없는 게 계속 발생하는 게 보인다. 모든 사람이 모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큰 무언가 바꾸려고 하기보다 가까이 있는 것들부터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며 어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아동 학대 장면을 언급하며 불편하고 힘들지만 이를 통해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했다.

“영화 속에서 아동학대 장면은 마주 했을 때 어렵더라고요. 저도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어요. 이보다 슬픈 현실이 있다는 게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런 측면에서 저희 영화를 보고 사회를 투영하고 한 번씩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면 좋은 의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찍었어요.”

‘어린 의뢰인’에서 이동휘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역할을 맡은 반면 유선은 아이를 학대하는 계모로 분해 공분을 자아낸다. 유선은 실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를 학대하는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과감히 악역을 자처했다. 

“유선 선배의 선택을 존경해요. 실제로 선배님이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홍보대사를 하고 계시고 아이의 어머니로 살고 계신 분인데 선한 쪽에서 연기하는 게 아닌 악의 측을 대변했어요. 큰 용기를 내주셨고 사명감으로 역할을 맡아주셔서 이 작품이 완성됐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정엽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사명감과 함께 연기로 전달하고 싶었던 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이런 일은 우리가 사는 삶 속에 제가 될 수도 있고 친구나 동네 이웃에게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런 평범함을 통해 관객을 극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함께 질문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선택을 할지 공유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이동휘/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배우 이동휘/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유선은 아이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이동휘는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지점도 배우로서 잘 표현해야 좋은 작품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선배님의 선택부터 굉장히 존경스러웠고 치열하게 준비한 과정도 알아서 좋은 배움을 얻었다”며 유선을 향한 감사를 거듭 표현했다. 또한 어려운 연기를 소화한 아역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을 보며 느낀 게 많아요. ‘부라더’ 이후 작품을 쉬면서 저만의 시간을 보냈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초심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고 있었어요.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는데 ‘어린 의뢰인’에서 아역배우들이 현장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배운 게 있어요. 아이들이 느끼는 카메라 앞에서 설렘, 연기를 하면서 펼쳐지는 재미와 호기심을 지켜보며 저의 예전 모습을 돌아보게 됐어요. 그리고 영화에는 안 담겼는데 가끔 연기 중에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어보는 것들이 있어요.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는 모습들도 저에게 연기적으로 공부가 됐어요.”

비교적 늦은 나이인 29세에 ‘남쪽으로 튀어’(2013)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동휘.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그는 최근 ‘극한직업’(누적 관객수 1626만 명)으로 또 한 번 대중의 큰 지지를 받았다. ‘어린 의뢰인’으로 배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한 이동휘는 인기를 좇기보다는 흔들리지 않고 좋은 작품과 연기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저는 아직도 극장에 가면 어떤 배우가 어떻게 연기했을지 두근거리고 설레요. 잠을 줄여서라도 촬영 끝나고 조조영화로 보기도 해요. 최근에는 ‘바이스’의 크리스찬 베일이나 ‘더 페이버릿’의 엠마 스톤이 그랬어요. 그런 영화를 보면서 너무 설레고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있다니’ 싶은 기쁨이 있어요. 그분들에게 도달하기까지 너무나 먼 과정과 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죠. 자괴감에 빠지고 반성이 될 때도 있지만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설렘이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 좋은 작품과 좋은 연기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고 아직 못 만난 감독님과의 작업도 상상하면 그런 기다림이 설레고 저를 지치지 않게 만들어요.”

끝으로 이동휘는 본인이 그러했듯 관객들로 하여금 ‘어린 의뢰인’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작은 실천을 이끄는 작품이 되길 기원했다.

“이번에 영화 시사회를 마치고 아이를 키우는 지인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신의 훈육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봤다고 하더라고요.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물어봤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뭉클했어요. 영화를 보시고 관객 분들이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을 지니고 귀가한다면 저희 영화가 참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는 작은 바람을 갖게 됐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