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다시, 봄’ 이청아 “지금 이청아의 계절은…봄을 기다리는 기분”
[NI인터뷰] ‘다시, 봄’ 이청아 “지금 이청아의 계절은…봄을 기다리는 기분”
  • 승인 2019.04.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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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아가 봄바람처럼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할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다시, 봄’(감독 정용주)은 딸을 잃은 여자가 중대한 결심을 한 그날, 어제로 하루씩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을 살게 되면서 인생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된 타임 리와인드 무비다. 영화는 지나쳤던 일상을 다시 살면서 소중함을 되찾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극중 어제로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는 은조 역을 맡은 이청아는 모성애를 비롯한 다채로운 감정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타임슬립 장르는 이전에도 드라마 등으로 많이 만들어져서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보니 주인공의 타임슬립이 갑자기 시작되고 미래를 바꿀 수도 없이 어제로만 가니까 거기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크다고 느꼈어요. 운명과 싸워야 하니까. 그리고 딸을 찾기 위한 시간여행인 것 같은데 계속해서 시간을 거꾸로 가고 딸을 다시 만나기 위해 극복할 것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들을 시나리오를 읽으며 크게 느꼈어요. 아이가 출산 전으로 돌아가는 건 정말 막막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거라면 어려운 숙제도 풀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어요. 영화는 완성본은 시사회로 보고 그전에 편집본을 봤는데 순서가 바뀐 부분이 있더라고요. 지금이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 된 것 같아서 열심히 알리려고 하고 있어요(웃음).”

딸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은조는 삶의 끈을 놓으려던 순간 하루씩 과거로 돌아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딸과 다시 만나지만 여전히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거꾸로만 흐른다. 아이는 물론 결혼도 하지 않은 이청아는 아이를 찾고 잃어가는 과정에서 진한 모성애를 표현해야 했고 실제로 그 과정 속에서 부모의 무게를 느꼈다.

“가장 큰 감정의 변화는 아이를 잃고 난 전후예요. 아이를 잃은 심정을 표현하는 게 너무 막연했어요. 제가 자식을 키워본 것도 아니라서 집 장면을 찍을 때 감독님께 아이가 없는 텅 빈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있는 장면을 먼저 촬영하고 아이가 없는 장면을 순서대로 찍었는데 미술팀이 잘 해주셨더라고요. 전날에는 분명 햇빛이 잘 드는 집이었는데 새파란 느낌이 나서 숨이 막히더라고요. 아이가 떠난 장면을 찍을 때는 매일 위경련이 왔어요. 그때 부모가 되는 게 무서워졌어요. 저희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 넘어져서 이마를 다친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때 손을 놓친 걸 이야기하세요. 아주 조금이지만 이번 영화로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다’라는 말이 느껴지더라고요. 부모라는 이름이 얼마나 무거운지 생각하게 됐어요.”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만약’이라는 선물을 건넨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도 같은 선택을 할까, 이청아 역시 은조를 연기하며 이 같은 상상을 했고 돌아온 답은 오늘을 소중히 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영화를 찍고 나서는 만약 시간을 거슬러 간다면 그냥 제 옆에 있는 분들 자주 보고 많이 나눌 것 같아요. 가끔 너무 지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만약 지금이 어제로 돌아온 거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 그냥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 안에서 최선을 찾으려고 하지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요. 오히려 인정할수록 빨리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저를 초연하게 만들었어요(웃음).” 

 

‘다시, 봄’에서 이청아는 홍종현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드라마 ‘달의 여인-보보경심려’, ‘왕은 사랑한다’ 등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던 홍종현은 한층 부드러운 결로 시간 여행의 키를 쥔 호민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이청아는 “편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성격”이라며 홍종현과의 호흡에 관해 언급했다.

“누굴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성격이라 편했어요. 침묵을 잘 견디는 사람과 못 견디는 사람이 만나면 정말 불편하잖아요. 저희는 둘 다 침묵을 견디는 사람이었어요(웃음). 리딩하고 차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해서 매니저님과 함께 앉아있었는데 오히려 매니저 분들이 어색해하고 저흰 괜찮았어요. 가만히 있다가 ‘이 부분 어때?’라면서 이야기 나누고, 또 한참 생각하고 다시 이야기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화려하고 수려한 외모와 달리 순수한 동심이 있는 분이에요. 노을 지는 장면에서 너무 풍경이 예뻐서 포즈 잡고 사진도 찍어주고. 나중에는 처음 보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너무 친해져서 농담으로 멀리하라고 할 정도였어요.”

영화 속 인물들은 선물 같은 시간여행을 통해 힘겨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한다. 최근 드라마, 영화는 물론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청아의 지금 계절은 어디쯤에 와있을까.

“요즘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봄을 기다리는 느낌이에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학창시절이나 20대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20대가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도 겪었고 그때 여러 상황들로 인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했어요. 그렇지만 기대만큼 일도 잘 안 됐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다행인건 점점 제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사실 저는 저에게 어느 정도 만족해요. 조금씩 노력해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외부의 이야기로 흔들리는 건 손해 같아요. 단단해질 필요가 있죠. 예전에 ‘늑대의 유혹’을 할 때는 무슨 상황이지 싶었어요. 그냥 ‘나는 준비가 안 된 배우이구나’ 싶은 마음에 도망만 쳤어요.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저를 믿어주시고 선택해준 분들을 저버린 것 같아요. 수많은 배우 중에서 절 선택해주신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스스로를 믿지 않고 부족하다고만 생각했죠. 어찌 보면 아까운 시간이에요.”

봄을 기다리는 이청아. 지치고 자책하던 20대를 지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그녀는 ‘다시, 봄’을 통해 “내가 끌고 가는 긴 호흡의 영화를 다시 하고 싶어졌다”며 앞으로의 여정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봄’을 통해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기분을 느꼈듯 관객도 함께 느끼길 바라고 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어두운 곳에 있다가 나왔는데 갑자기 날씨가 맑아지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잖아요. 영화를 보시고 그런 기분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오늘이 다시 사는 오늘 같은 기분이 든다면 우리의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전달된 게 아닐까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스마일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