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염정아 “‘미성년’, 참여 자체로 좋았던 작품…김윤석 감독의 연출 잘 봐주길” 
[NI인터뷰] 염정아 “‘미성년’, 참여 자체로 좋았던 작품…김윤석 감독의 연출 잘 봐주길” 
  • 승인 2019.04.0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작품에 참여한 게 뿌듯하고 행복해요. 인물의 감정을 잘 잡아주는 것으로도 영화가 잘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영화 ‘완벽한 타인’, ‘뺑반’, 드라마 ‘SKY 캐슬’까지 최근 염정아의 행보가 밝게 빛나고 있다. 매 작품 색다른 캐릭터로 변신을 거듭하며 전성기를 되찾은 염정아가 이번에는 배우 김윤석의 감독으로서 첫 연출작 ‘미성년’의 주연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2014년부터 ‘미성년’을 준비한 김윤석은 염정아의 캐스팅으로 탄력을 받아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김윤석은 ‘미성년’의 최고 무기로 클로즈업 장면을 내세웠다. 신인감독 김윤석의 자신감은 염정아로부터 나왔다.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미성년’에서 염정아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아내 영주를 연기했다. 연기로는 정평이 난 김윤석이지만 연출력에 있어서는 검증된 바가 없기에 고민이 있을 법도 했지만 염정아는 시나리오를 받고 하루 만에 출연을 결심했다.

“김윤석 감독님의 첫 연출에 대한 우려는 없었어요. 잘 하실 것 같았어요. 연기를 그냥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디테일이 장난이 아니잖아요. 그런 분이면 연출도 그냥 하실 리 없다는 생각이 있었죠. 일단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배우 김윤석’의 이미지와 너무 맞지 않아서 깜짝 놀랐어요.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시구나. 그럼 연출은 어떻게 할까?’라는 궁금증도 있었고, 첫 번째로 김윤석 감독님의 첫 연출작을 제안해주시는 게 감사했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니 더 좋아요. 상상으로 그리던 시나리오의 빈 부분을 너무나 꼼꼼하게 채웠어요. 정말 섬세하세요.”

앞서 김윤석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오래 이야기될 수 있는 영화”라며 배우들의 연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윤석의 말처럼 영화는 극적인 전개 없이도 배우들의 연기와 섬세한 연출만으로 깊은 몰입을 이끈다. 염정아는 이에 대한 부담과 욕심을 안고 첫 촬영에 임했고,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다듬었다.

“배우의 연기 중심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걸 알아서 부담스러웠고 너무나 잘하고 싶었어요. 제 첫 촬영이 미희(김소진 분)가 있는 가게 문을 여는 거였어요. 당시 제가 해석한 영주와 감독님의 생각이 다를까봐 너무 떨었던 기억이 나요. 저에게 제안을 해주셨을 때 저에 관해 믿는 부분도 있을 테고 자꾸 칭찬을 해주셔서 실망할까봐 걱정했어요. 첫 촬영을 마치고 힘을 많이 얻었어요. 내가 연기에 관해 놓친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이 다 잡아주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주셨어요.”

 

영화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아내와 딸, 그리고 불륜 상대와 그녀의 딸, 네 사람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감독은 사건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각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연출해 관객들로 하여금 각 인물에 자신을 투영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염정아는 자존감 강하고 이성적인 영주를 표현하기 위해 감정을 최대한 누르고 적재적소에 터트리며 베테랑답게 극을 이끌었다.

“영화 속 사건은 어디서 볼듯한데 각자 해쳐나가는 방식이 달라요. 영주는 나름 어른스럽게 일을 해결하려고 해요. 워낙 자존감이 강한 여자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인정하면 그동안 함께 살아온 시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을 것 같아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미희를 밀치고 또 다른 사건이 이어지죠. 너무 보기 싫은 두 사람이라서 고해성사에서도 말했듯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들이 진짜 나쁜 사람들이었음 좋겠다고 고백하죠. 후반에 미희를 찾아갈 때도 복합적인 심정이었을 거예요. 그때마다 감정이 올라와서 공격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못하게 하시더라고요. 영주는 그렇게 푸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안쓰러웠어요.”

염정아와 김소진은 극중에서 많은 호흡을 맞추진 않았지만 주요 지점에서 함께 한다. 염정아는 “김소진은 매 작품 보여주는 모습이 어마어마하다. 에너지도 끝내주고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다”며 칭찬을 거듭했다. 이와 함께 신예 김혜준, 박세진에 관해서도 “요즘 어린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다. 현장에 이미 캐릭터가 돼서 온다”며 감탄했다.

충무로에 여성 중심의 작품이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이후 괄목할 작품들이 하나둘 탄생하고 있다. 염정아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연기하며 힘을 보탰고, 성과로 이어지며 어느 때보다 바쁘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전에 비해 많은 책을 받고 있어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거니까 행복하죠. 그리고 행사가면 응원해주는 팬들도 함께 움직여요. 처음 경험해서 어색하지만 많이 고마워요. 제안 받는 작품이 많아졌다고 해서 선택하는 기준의 변화는 없어요. 잘 쓰인 시나리오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캐릭터가 중요해요. 보면 딱 들어오는 게 있어요. 오래 읽고 고민하는 작품은 결국 안 하게 되더라고요.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하는 편이고 그동안 그렇게 해왔어요.”

전작들의 흥행으로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있는 염정아. 그녀에게 ‘미성년’은 촬영 내내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끝으로 염정아는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 재밌는 영화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전 작품들이 성공한 것에 대한 연장선상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감독님이 얼마나 연출을 잘하셨는지 확인해주시고 보셨으면 해요. 저 역시 작품 애정이 아주 많아요. 이 작품에 참여한 것 자체가 좋았어요. 그런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아티스트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