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왕이 된 남자’ 여진구, 그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 중’
[NI인터뷰] ‘왕이 된 남자’ 여진구, 그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 중’
  • 승인 2019.03.1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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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남자’는 제가 변화하고 성장하게 해 줬어요.”

어느덧 데뷔 15년차에 접어든 23세의 여진구는 길었던 연기 인생만큼이나 차분하고 진중했다. 배우로서 지내왔던 기간이 연기를 하지 않았던 기간을 훌쩍 넘긴 그였지만, 이번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요 몇 년간 연기를 하고, 보면서 느낀 답답함과 막막함을 많이 깰 수 있었다”라고 털어놓은 그는 “배우 여진구에게도, 인간 여진구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왜 답답한지를 몰라서 답답했어요.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제 연기가 마음에 안 들고 별로였어요.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찾아보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학교 진학도 했고, 여러 방도를 찾았어요. 그런데 결국 제가 연기를 대하는 방식이 문제였더라고요. 이번에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느꼈죠. 촬영을 할 때 모든 신을 리허설을 했어요. 그 때마다 감독님께서 ‘일단 한 번 해 봐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영향이 컸어요. 제가 제 캐릭터를 확실하게 해서 호흡해야 했고, 그게 아니면 감독님이 어떤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그런 방식이 처음에는 어렵고 막막했는데 좀 더 제 역할에 빠질 수 있게 해주고, 제 역할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주신 것 같아요.”

여진구가 ‘왕이 된 남자’를 촬영하면서 배운 것은 “고집을 부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었다. 앞으로도 막막하고 힘들 때,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최대한 풀어내려 하면서 고집을 부리는 게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그간 연기를 해 오면서 자신의 생각 보다는 주위의 의견을 따랐던 그에게 있어서 ‘왕이 된 남자’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가질수 있었던 계기로 남았다.

“역할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잖아요. 예전에는 선배님도 계시고, 감독님도 계시는데 거기에서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말을 현장에서 꺼내기가 힘들었어요. 저보다는 그들의 말이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주로 그렇게 주변사람들의 말을 듣고 최대한 제 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선배님도 감독님도 제가 원하는 걸 원했고 제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게 맞다고 해 주셨어요. 그리고 어떡해야지 좀 더 그런 것들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주셨죠. 그러다 보니 제가 제 작품을 볼 때 소름끼치거나 울컥하기도 했어요. 그런 적은 처음이다 보니 행복했죠.”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대하는 방법과, 역할을 스스로 짊어지는 법에 대해 배웠다는 그. 그렇다면 배우가 아닌 ‘인간 여진구’로서는 어땠을까. 그는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상경선배에게서 유쾌함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배웠다. 좋은 사람 돼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요즘 배우 여진구와 인간 여진구를 구분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연기를 해 가면서 인간 여진구도 많은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성숙해 지는 기분을 많이 받았어요. 인간 여진구로서의 직접적인 경험도 중요하지만, 연기 하면서 드는 감정이 깨달음을 줄때도 많고 성격을 확립시켜주는데 도움을 많이 줬죠.”

특히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를 비롯해 주로 사극 장르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해 와서 그런지 사극이 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라고 수긍한 그는 “캐릭터적으로도 작품적으로 사극이 저한테 행운의 작품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사극을 깨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린 나이에 벌써 많은 분들께 자신할 수 있는 작품이 생겼다는 게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를 보여드리고 시도 하다 보면 사극의 뒤를 이어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제가 생각해도 목소리가 낮은 톤이기 때문에 사극 톤에 어울린다고 생각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목소리를 어떻게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장르를 잘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목소리가 제 가장 큰 장점이자 앞으로 넘어야 하는 제 무기인거죠.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해요. 목소리 칭찬도 감사한데, 그것도 깨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장광 선배님과 촬영하면서 많이 배웠죠. 장광 선배님이 무거운 역할을 할 때는 목소리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따듯한 신에서는 따듯한 감정이 담기더라고요. ‘나도 목소리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줄 알아야겠구나’ ‘그래야 목소리를 최고의 강점으로 쓸 수 있겠구나’라는 걸 느꼈죠.”

 

   
 

15년이라는 짧지 않은 경력만큼, 여진구에게 찾아온 ‘터닝 포인트’는 이번 한 번만이 아니었다. 연기를 그저 재밌고 즐거워서 했던 어린 시절,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이 큰 터닝 포인트였다는 그는 “욕심이 생기니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는 게 당연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힘이 빠졌다. 연기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더라. 다행히 설명해주시는걸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잘 표현 돼서 칭찬을 받았지만 제 스스로 연기를 잘 이해한다거나 저만의 연기가 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했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번에 그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은 아니지만 큰 터닝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여진구는 “다시 연기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라는 질문에 “고등학교 때 작품이 많이 생각 난다”라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내 심장을 쏴라’부터 ‘서부전선’ ‘다시 만난 세계’ ‘대립군’ 등이 많이 생각났다는 그는 “지금처럼 제 연기에 자신감 있는 상황에서 다시 촬영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이 담겨질까 궁금하다. 그때 저는 최대한 변해보려고 그런 작품들을 선택했었다. 비록 다시 촬영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맡겨준다면 전 과는 다르게 오롯이 역할을 책임질 수 있는 모습으로 작품을 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작품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저는 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그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나 생각해요. 대본 안에 적힌 리액션이나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왜 이렇게 됐나’ ‘어떻게 자랐나’ 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인물에 대해 알게 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감정선을 유지해야 작품 안에서 변화를 겪었을 때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선이 생기더라고요. 그 작업 속에서 생긴 고민이 어려워서 그걸 감독님과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며 해소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고민을 좀 더 제가 이겨내게끔 감독님과 선배님이 훈련시켜 주셨죠. 아직까지도 모호한 상황이라 더 확실한 저만의 방법을 찾고 싶어서 계속 연기 하고 싶어요. 아직은 어리니까 그걸 인정하고 저만의 노하우와 연기스타일을 찾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기도 해야겠지만, 그 안에서 저만의 방법을 찾으려면 계속 연기 해야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다양한 작품들과 역할들이 찾아와줘서 꾸준히 연기 했으면 좋겠어요.”

 

   
 

여진구는 대세 배우로서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에 대해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15년간 꾸준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그는 “아직 성장해야 한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여진구는 “저도 사람인지라 지칠 때도 있는데, 생각지 못한 순간에 그리고 이른 시기에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난다”라면서도 “제가 원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려면 장르적으로 제한 없는 배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아직 한참 남았고, 극복해야하는 장르와 캐릭터가 많다”라고 여전히 끊임없는 갈증을 내비쳤다.

“스스로도 시행착오가 많겠죠. 제 생각과는 다른 작품이 나올 수도 있고,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실망을 안길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마음을 먹고 있어요. 흥행도 감사하긴 하지만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거든요.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고 보여드리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기대치를 높여 달라거나, 낮춰 달라거나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에 대한 기대치는 감사할 따름이죠. 언젠가 넘어설 때도, 못 미칠 때도 있는데, 그런 과정을 거쳐야 대중들과의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 싶어요. 스스로 계속해서 한계를 만들고, 깨는 성장 단계를 밟아야 나중에 더 큰 칭찬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