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붉은 달 푸른 해’ 이이경, 흔들림 없는 믿음과 자신감으로 그려낸 강지헌
[NI인터뷰] ‘붉은 달 푸른 해’ 이이경, 흔들림 없는 믿음과 자신감으로 그려낸 강지헌
  • 승인 2019.02.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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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각인돼 있던 코믹한 이이경의 이미지는 없었다. 앞서 ‘고백부부’의 고독재,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이준기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긴 바 있는 이이경. 하지만 ‘붉은 달 푸른 해’에서 강지헌 역으로 분한 그는 그간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에게 남아있던 ‘고독재’와 ‘이준기’의 잔해를 지웠다. 

“그전에 재밌는 캐릭터로 많이 웃어주셨다 보니 너무 반대되는 캐릭터를 하게 됐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와이키키’때도 감독님이 ‘시청자들은 너를 보면 웃을 준비를 먼저 할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붉은 달 푸른 해’는 그러면 안 되는 드라마잖아요. 어떤 습관을 어떻게 버려야할지, 시선처리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역시 처음에는 어색하다는 반응이 많이 보였는데,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감독님만 믿고 갔죠. (김)선아선배님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잘한 선택이야’라는 말을 해 주셔서 흔들림 없이 믿음과 자신감으로 연기했던 던 것 같아요. 시청률을 보면 시청자분들도 어느 순간부터 믿어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캐릭터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는 이이경. 습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강지헌을 만들어갔던 만큼 그를 향한 애착 역시 남달랐다. 그는 “다음 작품을 위해서는 (강지헌을) 떨쳐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제일 아쉽고 애정도 많이 가는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캐릭터 분석을 위해서 감독님과 얘기도 나누고, 따로 요청해서 작가님 뵀었어요. 선아선배님하고도 첫 만남 다음부터는 자주 만났죠. 선배님이 ‘지헌이는 이러면 어때?’하고 먼저 얘기도 해 주시고, 첫 단추를 잘 끼웠어요. 드라마에 대한 전체적인 얘기를 하다 보니 믿음도 쌓이고 서로 의지했죠. 촬영에 들어가면서도 감독님과 끊임없이 얘기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강지헌이) 편해진 부분도 있었고, 다 같이 만들어 간 거죠.”

이이경은 강지헌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감정으로 호소하지 않는 것’이라고 꼽았다. 시청자들이 사건에 대해 궁금하고 간지러워 하는 부분을 조사해야 하는 인물인 만큼, 오버해서 감정으로 호소하지 않고 경찰로서 전체적으로 사건 바라보고자 했다고.

“지헌이가 마이웨이의 면모가 있어요. 수사를 하더라도 혼자 판단하고, 취조할 때 ‘밀당’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취조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썼죠. 어떤 시청자 분들은 취조신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비밀을 가진 사람에게서 어떤 대답을 끌어내고자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대사가 다 물음표로 끝나거든요. 글로만 읽으면 똑같아요. 이 대사를 상대방을 보고 하느냐, 안 보고 하느냐, 그런 것들을 잘 정리하려고 했죠.”

   
 

‘붉은 달 푸른 해’에 임하면서 세웠던 이이경의 목표는 딱 한 가지였다. ‘진짜 형사’처럼 보이는 것. ‘드라마가 끝나기 전까지 진짜 형사처럼 보이자’라는 일념으로 노력을 이어갔던 이이경은 “뒤로 갈수록 그런 반응이 보였고, 마지막에 홍팀장과 대화하는 신을 찍고 나서는 스타일리스트가 ‘그냥 형사예요’라고 하더라. 뭉클했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붉은 달 푸른 해’에는 ‘아동학대’라는 사회 문제와 그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가 극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무게감 있는 이야기인 만큼 그에 임하는 배우들 역시도 책임감이 남달랐을 터. 이에 이이경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아동학대 문제가 끝까지 메시지를 이어갈 줄 몰랐다”라며 웃었다.

“보통 형사물이라고 하면 사건 하나를 해결하고 그 다음에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 형식이잖아요. 그런데 ‘붉은 달 푸른해’에서는 어떤 사건을 해결하지 않은 채 계속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한울센터라는 곳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더 아동학대 메시지에 대한 집중력을 갖게끔 하면서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아 선배님과 둘이서 시즌2에 대한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다음에는 아동이 아닌 청소년으로 올라가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했었어요. 또 시즌3은 가정폭력 이야기를 다뤄서 그 뿌리를 뽑으면 어떨까 싶었죠.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짚어나가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이경은 ‘붉은 달 푸른 해’에 대해 “작품이 집중도도 높고 메시지가 정확하다 보니까 대사만 읽어도 눈물이 나는 드라마”라고 털어놨다. 특히 윤태주(주석태 분)와 취조하는 신에서 가장 눈물이 많이 났다는 그는 “원래 제가 우는 게 아니었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나더라”라고 촬영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대사를 아무리 봐도 눈물이 너무 많이 나더라고요. 감독님이 느낌이 좋은데 잘못 보면 최면에 당한 것 같으니까 그 장면을 여러 번 따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각도에서 찍었는데 그 대사를 들을 때 마다 작품 자체에 몰입 돼서 눈물이 났어요. 눈물신에 대한 부담감도 없었고 제가 눈물을 흘릴 줄도 몰랐는데, 메시지가 확고하고 대본의 힘이 셌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드라마가 어렵게 느껴졌던 것일 수도 있겠죠.(웃음) 어떤 분이 ‘붉은 달 푸른 해’는 나중에라도 회자 될 거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분도 어떻게 보면 작품의 메시지를 잘 받아 가신 게 아닌가 싶어요.”

   
 

‘붉은 달 푸른 해’를 무사히 마친 이이경은 쉴 틈 없이 곧바로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2’ 촬영에 들어가게 됐다. 이번 작품에 임하기 위해 애써 벗어뒀던 ‘이준기’의 옷을 입어야 하게 된 이이경은 “빨리 지헌이를 보내고 준기를 입혀야 되는데 잘 안 들어오더라”라며 “감독님도 걱정 되셨는지 어제도 연락 왔다. 당장은 안 괴롭힐 거라더라. 좋은 분을 만나서 다행이다. 신뢰 있는 관계니까”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할지는 아직은 천천히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32살의 연기에 정해 둔 길은 없으니까요. 어제 로맨틱 코미디 얘기를 했는데 ‘와이키키’의 준기가 현실에서 볼 수 없지만 밝은 친구고, 지헌이는 강하다 보니 반대로 잔잔한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처럼 잔잔하고 인물간의 심리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작품이 있잖아요. 그런 걸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볼 수 없는 작품이긴 하지만, 그렇게 잔잔한 작품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죠.”

이이경은 자신을 ‘워커홀릭’이라고 칭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렇게 되다 보니 지인들도 제가 작품 할 때 연락을 안 하더라”라며 마지막까지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이 목표라는 그. 여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쉴 틈 없이 이어나갈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20대 때는 다양한 작품을 하고,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카메라 앞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죠. 빨리 습득해야 요령이 생기겠다 싶어서 독립영화든 뭐든 하고 싶었어요. 매번 다른 현장이잖아요. 몰랐는데 제 프로필을 보니 방송이 약 30개, 영화가 약 10개, 뮤직비디오랑 웹드라마까지 더하니 50개가 넘더라고요.(웃음) 선아선배님도 ‘네가 나보다 필모가 많더라’라고 하셨어요. 언젠가 돌이켜 봤을 때 이게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HB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