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극한직업’ 진선규, 좋은 연기 펼치는 좋은 배우·좋은 사람
[NI인터뷰] ‘극한직업’ 진선규, 좋은 연기 펼치는 좋은 배우·좋은 사람
  • 승인 2019.01.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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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도 너무 재밌었어요. 혼자 킥킥거리면서 봤고 대사들이 너무 웃겼어요. 그리고 독수리 오형제 같은 팀이 만들어져서 리딩에서도 너무 웃었어요.”

‘극한직업’으로 코미디에 도전한 진선규가 높은 타율의 웃음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2017년 ‘범죄도시’에서 조선족 위성락 캐릭터로 분해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이후 진선규의 삶은 크게 변했다. 연극, 뮤지컬 무대를 거쳐 영화, 드라마에 짧은 분량으로 얼굴을 비추던 진선규는 이전과는 다른 존재감으로 스크린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 ‘극한직업’에서 진선규는 마약반의 사고뭉치이자 절대미각을 지닌 마형사로 변신했다. ‘범죄도시’와 마찬가지로 완벽호흡을 자랑하는 팀을 꾸린 진선규는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관객을 맞이했다.

“‘범죄도시’ 때도 어떻게 되는 게 잘되는 건지 감이 없었어요. 그때와 비슷한 떨림이 있어요. 당시에도 세 명의 팀이 너무 열심히 재밌게 찍어서 관객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고 떨렸어요. 이번에도 저희는 정말 재밌게 찍었는데 그 재미가 저희만 재밌을지 관객도 똑같이 느낄지 떨렸어요. 좋은 팀이 함께 해서 굉장히 떨리고 설레요. 영화를 잘 안되려고 만드는 건 아니니까 잘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죠.”

악역으로 인지도를 얻었지만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내공을 쌓아온 그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전의 이미지를 완벽히 지운 채 새로운 진선규의 얼굴을 그려냈다.

“다양한 걸 해보고 싶었어요. ‘범죄도시’가 너무 좋지만 비슷한 걸 하면 비교될 것 같았어요. 악역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시간을 갖고 이전의 느낌이 없어져야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생각을 갖고 처음 선택한 게 ‘극한직업’인데 그냥 너무 재밌고 역할도 컸어요. 반전도 있고 마지막에 액션과 함께 ‘우리가 이런 사람이야’라는 걸 보여주는 것도 좋았어요. 일단 코미디가 너무 좋았죠. 그냥 코미디가 아니라 너무 웃겼어요.”

이병헌 감독과 진선규의 인연은 4년 전에 시작됐다. 이병헌 감독의 ‘스물’을 접하고 팬이 된 진선규는 우연한 기회에 감독과 술자리를 갖게 됐다. 이병헌 감독에게 차기작 오디션을 보겠다고 약속한 진선규는 그 사이 주조연급으로 성장하게 됐고 ‘극한직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개성 강한 캐릭터로 웃음을 주도할 수 있었다.

“캐스팅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요. 4년 전에 감독님과 만난 자리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거의 무명이었고 감독님은 ‘스물’ 이후 공백이 있을 때였는데 제가 말수가 많이 없어서 금방 정적이 흘렀어요(웃음). 감독님도 말이 별로 없어서 술 한 잔 하자고 한 게 낮부터 새벽까지 이어졌어요. 나중에 작품하시면 오디션 꼭 봐서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어요. 이후에 ‘범죄도시’를 찍고 상을 받으면서 감독님께서도 저에게 작품을 제안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있다고 느끼신 게 아닌가 생각하죠.”

   
 

이병헌 감독의 특유의 연출은 익숙함을 뒤트는데 있다. 예상된 리액션을 뛰어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극한직업’의 다양한 캐릭터 중에서도 진선규는 가장 독특한 역할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본격적인 코미디에 처음 도전한 진선규는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배우들과 호흡을 조율해가며 배우 진선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감독님의 디렉션이 정확히 있었어요. 일반적이고 일차원적인 반응을 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일반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툭 던질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거죠. 말투나 액션 등에 있어서 그런 주문이 있었어요. 저희가 현장에 가서 먼저 해보면 그걸 보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오형제의 롤이 정확히 있었어요. 엄마는 하늬, 아빠는 승룡이형, 저는 철없는 첫째 형 같은 거죠.” 

이병헌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감독의 매력에 더욱 빠진 진선규는 다음 작품 출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말의 느낌이 ‘스물’ 때처럼 엄청 살아있었어요. 되게 멋있었던 일이 있는데 촬영 중반정도에 현장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 편집본을 본 적이 있어요. 연결만 되어 있는 정도라 호흡도 늘어지고 그래서 ‘더 잘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감독님이 ‘저건 제가 편집한 게 아니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다르더라고요. 감독님 다음 작품에 카메오라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감독님만의 색을 저에게 묻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인터뷰 내내 선한 웃음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던 진선규는 자신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그가 속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 덕분이라며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저의 원동력이에요. 연기를 힘으로 따지자면 연기력인 거고. 극단 ‘간다’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친구 준호(민준호 감독), 지금은 영화배우로 잘나가는 희준이(이희준), 민재(김민재)나 오의식, 조현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순간적으로 훅 잘된 게 아니라 누가 하나가 잘 되면 축하해주고 희준이도 작품하면 같이 워크샵하면서 연기도 봐주고 그런 팀이라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어요. 저의 모든 밑거름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앞으로 좋은 작품과 동료를 만나겠지만 저의 원래 모습은 거기에 있고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간다 유치원’이라고 해요. 놀이터 가는 느낌, 유치원에서 놀 듯 만나요.” 

2019년을 ‘극한직업’으로 연 진선규는 ‘사바하’, ‘암전’, ‘퍼펙트 맨’, ‘롱리브더킹’ 등 굵직한 작품들에 참여하며 관객들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힘을 주는 동료들과 아내가 곁에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스크린을 벗어난 진선규에게는 선한 미소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친절함이 있었고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그의 주변에 좋은 동료가 있는 건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기가 재밌고 천직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했어요. 가장이 되고 쌀통에 쌀이 떨어지고 카드가 끊기는데 다운이 되기보다 오히려 ‘너 굶길 거야? 똑바로 안 할래’라며 상기가 되더라고요. 준호가 쌀도 가져다 줬어요. 동료가 있어서 그런 순간을 지나올 수 있었죠. 그리고 돈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게 있으면 안 되는 걸 많이 선택했어요. 와이프가 항상 ‘오빠가 원하는 걸 해’라고 해줬어요. 그런 기간이 6~7년이에요. 정말 적은 돈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 믿어줬어요. 아내가 가장 좋은 동료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