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반짝반짝 빛나는 새로운 시작
[NI인터뷰] ‘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반짝반짝 빛나는 새로운 시작
  • 승인 2019.0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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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수가 환하게 웃으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캐릭터 ‘꼬부기’를 닮은 외모로 유명한 그녀인 만큼 자그마한 얼굴에 비해 유독 큰 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선 하연수는 미소만큼이나 시원하게 영화 이야기부터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털어놨다.

평범한 엄마 홍장미(유호정 분)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감추고 싶던 과거가 강제소환 당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하연수는 1970년대 홍장미를 연기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하연수는 만화 같은 외모에 딱 맞는 캐릭터를 맡아 반짝반짝 빛을 냈다.

“자책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막상 보니 그래도 우려했던 것보다 유호정 선배로 넘어가는 부분이 자연스러워 다행이에요. 이 작품을 찍으며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는 게 목표였어요. 제가 몸치이기도 하고 춤도 어려웠어요. 그런 부분도 생각보다는 괜찮았어요(웃음). 추운 날씨에 다 같이 고생하면서 찍어서 ‘드디어 우리 영화나 나왔구나’싶은 마음에 기분도 좋아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스태프들도 좋아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1970년대와 1990년대 두 시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그대 이름은 장미’는 두 편의 영화를 담은 듯 배우부터 촬영기법까지 모두 달리한다. 하연수는 1970년대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꿈 많은 모습부터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모습까지 극 초반부를 담당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야 했다. 유호정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중대한 책임을 떠안은 하연수는 단순히 유호정의 홍장미를 따라하는 대신 시대에 푹 빠져 자신만의 장미를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했다.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어설프게 선배님 말투를 따라할 수도 없었어요. 극 중에서 저는 이십대 초반이고 선배님은 엄마로 나오니까 말투나 행동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부담은 많이 됐지만 감독님께서 확실한 생각을 갖고 계셔서 감독님을 믿고 디렉션에 맞춰서 하려고 노력했어요. 부담이 되고 너무 무서웠지만 감독님을 믿고 원하는 연출과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는 게 저의 최대치였던 거 같아요. 통금 사이렌이 울리거나 스커트 길이를 단속하는 것들을 비롯해 겪지 못한 게 많아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이었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그런 사실들에 대한 건 나오지만 엄마에게 젊은 시절 사진을 달라고 해서 봤어요. 엄마의 젊은 시절이 약간 유호정 선배님을 닮아서 다행인가 싶은 생각도 하면서 습득했어요. 물론 그런 부분을 공부하고 습득해도 현장에선 걱정이 많이 되고 불안하잖아요. 감독님께 의지하고 제 자신을 믿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엄마 연기가 어려웠어요. 아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장난도 치면서 아이를 예뻐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극 초반 비주얼만큼이나 단연 눈길을 끄는 건 하연수의 노래 실력이다. 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를 재해석한 하연수는 수준급의 노래 실력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앞서 드라마 ‘몬스타’를 통해 가창력을 뽐낸 바 있는 하연수는 가수 데뷔를 앞둔 역할이니만큼 좀 더 다듬어진 목소리와 제스처로 신들을 완성시켜갔다.

“안무 선생님이 있었어요. 제 실력에 맞춰 짜주신 안무예요. 몽타주 신에 나오는 동작들도 다 만들어주셨어요. 채현원 안무가 선생님인데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웃음). ‘몬스타’를 할 때는 학생 역할이라 가수처럼 잘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는데 이번에는 가수를 꿈꾸는 친구라 너무 부담됐어요. 음악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앓는 소리를 했어요. 게다가 원곡이 민해경 선생님 곡이라 뭔가 보호구역을 해치는 사냥꾼이 된 느낌이었어요. 원곡을 망치면 너무 죄송하잖아요. 감독님이 꾀꼬리 같은 70년대 아이돌 느낌을 원하셔서 최대한 하이톤으로 노래했어요.”

하연수가 연기한 어린 홍장미를 더욱 빛나게 하는 데는 어린 명환 역의 이원근과 어린 순철 최우식의 역할이 컸다. 홍장미에게 첫눈에 반한 명환과 데뷔를 준비하며 남몰래 마음을 키워온 순철은 1970년대 풋풋한 감성을 더한다.

“우식이는 동갑인데 연기를 위해 태어난 친구 같아요. 촬영하다 중간에 ‘넌 어릴 때부터 연기한 거야?’라고 물으니 아니래요. 너무 대단한 거예요. 정말 어떤 장면이든 다 살리고 애드리브도 준비한 건지 본능인지 모르겠지만 툭툭 다 나와요. 저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친구라 고맙고 존경하고 배울 점이 많았죠. 원근이는 실제로 친구예요. 같은 회사였고 연기학원도 같이 다니고 햄버거도 먹던 사이였어요. 오랜만에 만나서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죠. 아는 사이인데 극중에서 데이트하고 키스신도 있으니 오히려 잘 안 살까봐 걱정했어요. 자연스럽게 잘 녹아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건 선생님, 선배님께 배우는 것과는 다른 배움이 있는 것 같아요.”

꿈을 접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연대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엄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를 촬영하며 엄마가 느꼈을 서운함을 알게 됐다는 하연수는 이번 작품이 엄마에게 정서적으로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살가운 딸도 아니고 무뚝뚝해요. 엄마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딸이에요. 영화를 보면 엄마의 젊은 시절도 나오고 엄마를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잖아요. 연기하면서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 후회도 되더라고요. 올해 제가 서른이 되었는데 저는 조금 머리가 크고 어른이 되어 가는데 엄마는 늙어가고 있잖아요. 제가 엄마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엄마와 시간을 맞춰서 유럽 여행도 가려고 해요. 여행을 다니면서 엄마의 어린 시절 꿈도 물어보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원래 엄마와 딸은 많이 부딪치잖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그 서운함을 알겠더라고요. 요즘은 순화해서 말하고 고치는 중이에요.”

   
 

데뷔 7년차 하연수는 올해 서른이 됐다. 배우로서도 인간 하연수로도 고민이 많을 시기.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그녀는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챙기며 소소한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서른이 되면서) 기분이 달라진 것 같아요. 원래 걱정이 많았어요. 작년에 정서적으로 힘들고 몸도 안 좋아져서 힘든 일이 무지개떡처럼 쌓이는 것 같았어요. 잘 살아온 게 맞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부터 시작해서 저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 연말이었어요. 친구들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인생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하나하나의 답변들을 정리하면서 제가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조금씩 확신을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연말에 기운이 좋아진 건지 조금씩 좋은 일도 생기고 있어요. 원래는 우울했는데 좋아지고 있어요.”

인터뷰 내내 하연수는 솔직한 자세로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는 그녀가 그동안 보여줬던 행보와도 다르지 않다. 배우로서 얼굴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는 동안 의도치 않은 오해와 실수들이 있었고 그로인해 질타를 받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상처를 주려고 하는 말에는 당연히 상처 받는다”고 고백한 하연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포장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드러내는 길을 택했다.

“사람이니까 상처받죠. 자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기도 하고. 예전에는 자살하라는 메시지도 받았어요. 엄마가 인터넷을 하셔서 다 보는데 너무 괴로운 거예요. 일련의 오해들과 사건이 많았지만 솔직하고 싶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가식적이어도 싫어하고 솔직해도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의 취향을 맞출 수는 없어요. 저는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일하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가면을 쓰고 연기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가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그걸 염원하는 건 아니에요. 각자의 자유고 몫이죠.” 

끝으로 하연수는 “‘그대 이름은 장미’는 저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 작품이다. 관객 분들도 저와 같은 의미의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 적어도 싸운 모녀가 다시 손잡고 나오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하연수의 스크린 주연작이자 서른의 시작점에 있는 작품이다. 올해 어머니와 여행을 다녀오고 영화를 한편 더 찍고 싶다는 하연수에게 ‘그대 이름은 장미’가 새로운 기운을 전해주는 작품이 되길 기원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