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연예-연말결산] ‘미투’부터 ‘빚투’까지…연예계 휩쓴 폭로
[NI연예-연말결산] ‘미투’부터 ‘빚투’까지…연예계 휩쓴 폭로
  • 승인 2018.1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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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연예계는 ‘미투’로 시작해 ‘빚투’로 끝났다. SNS 활동이 더욱 보편화되면서 기존에 묻혀있던 다양한 사건들이 수면위로 올라왔고 대중의 힘이 모였다. 그중에는 왜곡된 정보와 2차 가해 등으로 피해를 본 사례도 있지만 올바른 방향을 향한 용기 있는 한 걸음은 유의미한 결과들을 남겼다.

2017년 10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에서 출발한 미투 운동이 올해 대한민국 연예계 전반을 휩쓸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을 시작으로 배우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김기덕 감독, 방송인 김생민 등이 폭로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윤택 연출가는 1999년부터 20명에 가까운 피해자로부터 수십 건의 성추행 및 성폭행이 드러났다. 연기 지도를 빙자해 상습 성추행을 일삼았고 성폭행 후 임신을 시켜 낙태를 강요했다는 추가 폭로가 이어지며 충격을 안겼다. 이윤택은 공소시효가 적용돼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일부 혐의에 관해서 기소됐다. 지난 9월 1심 최종 공판에서 이윤택은 징역 6년,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 80시간과 10년 동안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과 이윤택 양측이 모두 항소해 현재 2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도 성폭행 가해자로 낙인 찍혔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뫼비우스’를 촬영 당시 여배우 A씨의 뺨을 때리고 베드신을 강요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후 ‘PD수첩’은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을 둘러싼 성폭력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이 영화 촬영장과 합숙소 등에서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이어졌으며 김기덕 감독은 개봉을 준비 중이던 작품을 중단했다. 김기덕 감독은 최근 카자흐스탄 유명 휴양지에서 영화를 촬영했다고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또한 조재현은 최근 미성년자 성폭행 관련 공판을 진행했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故 조민기는 재직 중이던 청주대학교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미투 제보가 잇따랐다. 피해자들은 조민기가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마시게 하고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민기가 혐의를 부인하자 청주대학교 연극학과는 “조민기는 명백한 가해자이며, 모든 증언은 사실”이라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조민기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과 함께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광진구 한 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실과 알뜰의 아이콘으로 새로이 전성기를 맞은 김생민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며 모든 방송에 하차했다. 김생민이 2008년 출연 중인 프로그램 회식 장소인 노래방에서 여자 스태프 A, B씨를 성추행했다고 밝혀졌다. 김생민은 오랜 기간 몸담았던 ‘연예가 중계’, ‘TV동물농장’, ‘출발! 비디오 여행’ 외에 새롭게 출연하거나 출연 예정인 방송에 모두 하차하며 “너무 많이 늦었다는 것을 알지만 직접 만나 뵙고 과거 부끄럽고, 부족했던 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 드렸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올 상반기 ‘미투 운동’에 이어 하반기에는 ‘빚투 운동’이 연예계를 덮쳤다. 스타들의 가족에게 사기를 당했던 이들이 공개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른바 ‘빚투’(빚 Too, 나도 떼였다) 논란으로 의도치 않은 스타들의 연이은 가정사가 공개되기도 했다. 

‘빚투’ 논란은 지난달 19일, 마이크로닷의 부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의 글에서 시작됐다. 20년 전 마이크로닷 가족이 충북 제천에 거주했던 당시,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주변인들에게 연대보증을 부탁해 막대한 빚을 대신 지게 만든 후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것.

당시 마이크로닷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지만, 연이어 드러나는 증거들과 실제로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과거 주변 사람들에게 수억 원을 편취, 잠적한 내용으로 피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마이크로닷은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뵙고 말씀을 듣겠다”라며 피해자들을 향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마이크로닷에 이어 빚투의 대상이 된 도끼는 자신의 어머니가 과거 천만 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천 만 원은 내 한 달 밥 값”이라는 경솔한 발언으로 여론의 비난을 샀다.

이후 비, 마동석, 휘인, 차예련, 이영자, 이상엽, 티파니 등 연달아 ‘빚투’ 폭로가 쏟아지며 논란의 규모는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휘인을 비롯해 한고은과 조여정이 ‘빚투’로 인해 원치 않은 가정사를 밝히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빚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휘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2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은 예기치 못한 빚에 시달리는 등 늘 위태로웠고, 이로 인해 부모님은 2012년 이혼하셨다”라며 “이혼 후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고, 지금까지 몇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 교류도 없었을 뿐더러 연락이 오간 적도 없다”라고 밝혔다.

한고은 측 역시 38년 전 부모가 지인에게 은행 대출을 위한 담보를 부탁하고 잠적,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의혹에 사과의 말과 함께 “아버지와 결혼식, 어머니 장례식 2차례 만남 외에 20여년 이상 연락조차 않고 살아왔다”라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산 상속 문제로 또 한 번 가정에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많은걸 또다시 포기하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의 삶을 살기로 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조여정은 부친이 과거 지인에게 3억에 이르는 금액을 요양원 설립 목적으로 빌렸으나 갚지 않았다는 주장에 “과거 아버지의 채무로 인해 부모님은 이혼하게 됐다. 이후 아버지와는 어떠한 교류나 연락이 되지 않았던 상황으로 이를 관련한 내용, 해결된 사항에 대하여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기점으로 대중들의 여론은 서서히 바뀌어갔다. 구태여 밝힐 필요가 없었던 아픈 가정사를 스스로 밝히고, 그럼에도 자식으로서의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세 사람의 모습에 응원의 물결이 이어진 것. 여기에 이영자의 ‘빚투’ 논란 역시 이미 해결된 사안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에 잠잠해졌다.

하지만 다시 ‘빚투’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은 다름 아닌 그 시초가 됐던 마이크로닷이었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라던 그가 잠적설에 휩싸였기 때문. 지난 11일 방송된 SBS ‘본격연예 한밤’에서는 ‘빚투’와 관련된 취재를 위해 방송을 통해 공개된 바 있던 마이크로닷의 집을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밤에 짐을 빼는 걸 봤다더라”라는 이웃의 말이었다. 그의 형인 산체스 역시 행방이 묘연해지며 잠적설에 힘이 실렸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김나연 기자/ 사진= 뉴스인사이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