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무비-연말결산②] 충무로 여풍, 올해도 유의미한 한걸음…손예진·한지민·김혜수·전종서·김다미 등
[NI무비-연말결산②] 충무로 여풍, 올해도 유의미한 한걸음…손예진·한지민·김혜수·전종서·김다미 등
  • 승인 2018.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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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도 충무로에 따뜻한 여풍(女風)이 불며 유의미한 성과들을 남겼다. 페미니즘, 성평등, 남혐·여혐 등 다양한 이슈들이 충돌하고 자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지금, 충무로 역시 아직은 부족하지만 꾸준히 변화하며 대중의 요구의 응하고 있다. 어느덧 한국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전개를 위한 장치 역할이나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극의 무게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존 여배우들이 장르의 영역을 넓힌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것은 물론 신인 여배우를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이 흥행에도 성공한 한해였다.

■  손예진·한지민·김혜수, 충무로 중심에 선 배우들

올해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멜로 연기를 향한 갈증을 해소했다.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신비로운 모습부터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디테일한 감정 변화와 모성애까지 완벽하게 연기하며 웰메이드 멜로 가뭄을 겪고 있는 충무로에 단비를 내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6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봄 감성을 자극하던 손예진은 9월 추석시즌 개봉한 범죄 오락 영화 ‘협상’으로 또 다른 변신을 꾀했다. 최고의 협상가(손예진 분)와 사상 최악의 인질범(현빈 분)의 벌이는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린 ‘협상’에서 손예진은 현빈과 함께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오직 모니터만 사이에 두고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연기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드라마에 비해 아쉬운 필모그래피를 보이던 한지민은 올해 ‘그것만이 내 세상’, ‘허스토리’ 등에서 짧지만 진한 인상을 남겼다. 괄목할 성과라고 보기에 부족했던 차 지난 10월 개봉한 ‘미쓰백’을 통해 한지민은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한지민은 ‘미쓰백’에서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를 향해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강해보이지만 그 안에는 아픔과 연민이 담긴 캐릭터를 위해 한지민은 백상아의 삶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감정을 쌓아가고 인물 속으로 들어갔다. 극중 한지민은 담배를 피우고 거친 욕설을 내뱉는 등 좀처럼 상상할 수 없던 거침없는 연기로 그녀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도둑들’,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미옥’ 등 매 작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충무로에서 가장 진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로 1997년 IMF 외환위기, 아픔의 그날을 복기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김혜수는 국가적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연기했다. 김혜수는 극 중 영어를 포함, 전문적 지식이 담긴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끊임없이 암기하고 체화하며 그 안에 감정을 넣어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했다. 김혜수는 관료주의 사회에서 소신을 잃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통해 단순히 여성을 넘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물에 집중했다.

■ ‘버닝’ 전종서·‘마녀’ 김다미, 올해도 발견된 원석

지난해 ‘박열’로 최희서가 발견됐다면 올해는 전종서, 김다미라는 수확이 있었다.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8년만 신작 ‘버닝’에서 전종서는 유아인, 스티븐 연과 함께 호흡하며 극을 이끌었다. 데뷔작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전종서는 신선한 마스크와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창동 감독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전종서의 연기를 높게 평가했다. 

데뷔작으로 충무로의 신데렐라가 된 전종서는 뉴스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배우로서 방향성은 모르겠다. 고민은 할 수 있지만 정한다고 정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담담할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1월 전종서는 박신혜와 함께 영화 ‘콜’ 촬영에 들어간다. ‘콜’은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로 박신혜는 현재를 살고 있는 여자 서연을, 전종서는 과거를 살고 있는 여자 영숙으로 분한다.

‘신세계’, ‘브이아이피’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마녀’에서 김다미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됐다. ‘2017 동명이인 프로젝트’, ‘나를 기억해’ 두 편의 작품에서 짧게 얼굴을 알린 김다미는 미스터리 액션 ‘마녀’에서 순진무구한 고등학생의 모습부터 초월적 액션까지 극과 극의 모습을 오가며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월적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김다미는 촬영 3개월 전부터 훈련을 받아왔다. 

액션과 드라마 모든 면에서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김다미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좋은 평을 받으며 31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제27회 부일영화상, 제55회 대종상, 제2회 더 서울 어워즈, 제39회 청룡영화상 등 올해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 ‘리틀 포레스트’부터 ‘피의 연대기’까지

여배우들의 활약과 함께 여성 감독들도 상업 영화부터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더했다. 임순례 감독은 ‘리틀 포레스트’로 여러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며 삶의 휴식과 위로, 관계의 따뜻함을 전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를 연출한 이언희 감독은 차기작으로 ‘탐정: 리턴즈’를 선택, 전작과는 전혀 다른 톤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해 흥행에 성공했다. 김일란 감독은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을 통해 사안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과 주제의식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족구왕’, ‘범죄의 여왕’ 등을 만든 광화문시네마의 전고운 감독은 장편 데뷔작 ‘소공녀’로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미쓰백’으로 첫 장편 데뷔작을 선보인 이지원 감독은 아동학대를 소재로 두 여성의 유대를 그려내며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했다. 김보람 감독은 ‘피의 연대기’를 통해 여성의 생리와 관련된 다양한 담론을 펼치며 많은 지지를 받았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각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