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손 the guest’ 김재욱 “좋은 기억만 있었던 한 해…후회 없이 살고 싶어요”
[NI인터뷰] ‘손 the guest’ 김재욱 “좋은 기억만 있었던 한 해…후회 없이 살고 싶어요”
  • 승인 2018.11.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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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김재욱에게 바쁜 한 해 였다. 연극 ‘아마데우스’부터 영화 ‘나비잠’, OCN 드라마 ‘손 the guest’(손 더 게스트)까지 그는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과 만나며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노력 덕일까. 김재욱은 ‘손 the guest’를 통해 뜨거운 화제성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 수많은 이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 짓게 됐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6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5개월간의 대장정 끝에 종영을 맞이한 ‘손 the guest’. 그 중에서도 구마사제 최윤 역으로 열연을 펼친 김재욱은 뉴스인사이드와의 만남에서 “힘든 부분도 많았는데, 워낙 팀워크가 좋았던 현장이라 이대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쉬고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단어 그대로 시원섭섭하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김재욱이 ‘손 the guest’에 출연을 결심한 데에는 앞서 ‘보이스’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홍선 감독의 영향이 컸다. 대본을 건네며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김홍선 감독의 제안에 김재욱은 ‘이 대본을 김홍선 감독이 연출 한다면 아무 걱정 없다’라는 게 그려졌다고. 서로의 장점이나 작업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김홍선 감독이 어떤 식으로 대본을 영상화 시켜나가고, 어떤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인지 너무 잘 알았다는 그는 “꼭 최윤이라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함께하고 싶은 작품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손 the guest’는 OCN에서 내세운 첫 수목드라마.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한 그 첫 타자인 만큼 주연 배우에게 부담감이 주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김재욱은 “그런데서 딱히 부담감은 없다. 생각 자체를 안 한다”라고 일축했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현장에서 배우가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해야 장점을 살릴 지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라 현장의 분위기까지 다 그려졌고, 그 이상으로 좋은 현장이었다. 다 감독님의 힘”이라며 모든 공을 김홍선 감독에게 돌린 김재욱은 “감독님이 그렇게 얘기하라고 시키셨다. 모든 게 나의 힘이라고 말하라더라”라고 폭로해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구마 사제라는 생소한 역할인 만큼 그 준비 과정에는 수많은 노력이 뒤따랐다. 김재욱은 “전문적으로 공부해야하는 부분 많은 직업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최윤을 표현하는 데는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과거 신에서 아역들이 너무 잘 표현해줬다. 캐릭터만의 고유의 색이나 왜 그런 성격이 될 수밖에 없었느냐가 기본적으로 만들어진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서사에 도움 많이 받았다”라고 공을 돌렸다.

“최윤이 일반적으로는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인물임에도 현실감이나 리얼함을 살릴 수 있었던 건 배우와의 호흡이나 서사, 드라마 전체가 가진 것 안에서 표현됐기 때문이에요. 만약 다른 작품이었으면 그렇게 연기하기는 힘들었겠죠.”

특히 김재욱은 최윤 인물을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직접 성당을 드나들며 사제로서의 삶이나 그들이 존재하는 공간을 살폈다고. 동네 성당부터 유명한 성당까지 여기저기 다녔다는 그는 ‘무서워서 성당을 다녔다’라는 의혹에 대해 “그렇게 보셔도 이상하지 않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미사에 참석하기도 하고, 공부하고, 캐릭터적인 부분도 관찰했다. 얻은 것도 많다. 틈틈이 가긴 했는데 촬영이 본격적으로 바빠지면서는 못 갔다. 실제 신부님을 소개 받아서 인터뷰도 했다”라고 빈틈없는 노력을 알렸다.

“특정 직업군이 입는 그들만의 복장이 주는 힘이 있더라고요. 최윤일 때는 몸을 쓰는 것도 최윤 다운 움직임이 존재하잖아요. 처음에는 어느 정도 고민하고 디자인해서 최윤으로서 움직였지만, 의상이 주는 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사제복을 입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행동 양식이 정해지는 게 좋았어요. 로만칼라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텐션 자체가 많이 달라지거든요. 편하고 좋았죠.”

   
 

구마 사제 연기에 있어서 구마 신은 피해갈 수 없는 법. 그 중에서도 가장 처음 등장했던 김영수(전배수 분) 구마신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는 그는 “저뿐만 아니라 부마자, 카메라, 조명팀. 감독님조차도 처음으로 구마의식을 찍는 시퀀스지 않나. 긴장도 많이 하고 이야기나 준비도 많이 했고, 공들여서 오래 찍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도문 같은 경우에는 다 외워서 숙지를 하고 갔음에도 현장에서 직접 부마자와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서 운율이나 기도문에 실어야하는 악센트, 감정이 깨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모든 부마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기해줘서 그걸 눈앞에 두고 구마 기도를 하려니까 오히려 집중 되는 순간에는 (집중을) 안 할 때보다 더 흔들리더라고요. 신선한 경험을 극복해야하는 게 문제였고, 첫 촬영 이후에 더 준비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김재욱은 가장 기억에 남는 구마 장면을 묻는 질문에 “그때그때 마다 느껴지는 것들이 다 달랐다”라고 답했다. 그는 “정말 빙의된 부마자들이 다 만든 신이다. 최윤으로서 저는 리액션을 하는 거지 궁극적인 에너지는 그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주신 것”이라며 “너무 감사하고, 멋있었다. 중반까지 우리 드라마의 거의 반 이상의 힘은 다 부마자들의 연기였다”라고 그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김재욱은 “그 좋은 배우들을 잘 찾아주신 건 감독님의 능력이었다.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 이 배역에 누가 어울린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라며 ‘기승전’ 김홍선 감독의 칭찬으로 마무리 짓는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김재욱은 마지막 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수중 구마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촬영했다”라는 그는 “물속에 깊이 가라앉아서 그 각도를 유지하면서 연기해야 되는데, 포지션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더라. 수중촬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스쿠버를 좋아하진 않는데 동욱이가 전문가라 잘 리드 해줬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물에 떨어지려고 하는 화평이와 그걸 잡는 최윤의 각을 만들면서 미장센 적으로 예쁘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렸지만, 감정신은 워낙 그간 쌓아둔 에너지가 있어서 크게 힘들지 않았어요. 육체적인 피로도는 있었죠.(웃음) 물위 구마 신도 그렇고 그간 캐릭터를 잘 쌓아왔기 때문에 큰 상의나 대화 없이도 자연스럽게 나왔던 연기예요. 각 인물들이 가져왔던 걸 다 폭발시킬 수 있었던 신이라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아요.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어요. 동욱이는 몸에 새기는 분장 때문에 옷 안에 (추위를) 대비할 수 없었어요. 저나 은채는 안에 장치를 할 수 있어서 괜찮았는데 동욱이는 많이 추웠을 거예요.”

   
 

이렇듯 각고의 노력 끝에 무사히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 ‘손 the guest’. 그 대미를 장식했던 결말에 대해 김재욱은 “더없이 완벽하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비록 극중에서는 ‘박일도’라는 악령으로 표현했지만, 결국 드라마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던 건 인간이면 가질 수밖에 없는 악이라는 좋지 않은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고, 악령이 깃드는 사람은 결국 자기 마음의 틈을 내주면서 악령을 초대하는 개념인거죠. 그런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 해봐야하는 부분을 던진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악이라는 존재를 완벽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악을 모두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떻게 누르고 융합돼서 살아가느냐 하는 이야기인 거죠.”

기나긴 여정을 끝마친 김재욱은 이제 “쉬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싶다. 여행도 다닐 생각이다”라며 한층 후련해진 마음을 내비쳤다. 빠듯한 일정이었던 만큼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그는 “10월 한 달 동안 거의 감기를 달고 살았다. 아직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더라”라며 “저 뿐만 아니라 동욱이, 은채도 어디가 아프거나 여기저기 영광의 상처들도 있다. 그걸 그대로 안고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다들 건강상태가 좋지 않더라. 동욱이도 관리를 못해서 몸이 많이 쇠약해져 있다. 건강을 찾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드라마의 종영과 함께 쉼 없이 달려왔던 2018년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랐다. 김재욱은 올 한해를 되새기며 “쭉 작업 해 와서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한 해였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마데우스’도 무대긴 하지만 정통 연극은 처음인 만큼 다시 신인이 된 설렘으로 작업했고, ‘손 the guest’는 국내 드라마에서 시도되지 않은 작품을 충분히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버라이어티 함을 섞어서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라며 “‘나비잠’은 2016년 여름에 촬영했지만, 공들여 작업한 후에 개봉한 것에 대한 성취감도 있었다. 또 작은 영화긴 하지만 많이 사랑해줘서 기분 좋고 뿌듯했던 좋은 추억이다. 각기 다른 느낌으로 저한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작품만 있는 한 해라 나머지 두 달은 한 해를 돌아보고, 정리 하면서 살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차기작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결과물이나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을 크게 잘 안 한다”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살아보니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더라”라며 웃어 보인 그는 “얼마나 그 순간에 집중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알렸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고민해야 되는 게 더 많으니까요. 결과가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과정을 즐기고 후회 없이 충실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까지. 그가 꾸준히 다방면에서 연기활동을 이어온 것은 비단 올 한 해 만이 아니다. 이 같은 행보에 ‘연기 욕심이 상당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김재욱은 “호기심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해 보고 싶고, 환경이 허락되기 때문에 끊임없이 열일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내 욕심만으로 작품에 피해가 되겠다 싶으면 고민하고 스스로 되뇌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 안에서는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다”라며 여전히 식지 않는 열정을 내비쳤다.

예전에는 색 자체가 독특한 캐릭터에 매료 됐다는 김재욱. 하지만 지금은 어떤 인물을 해도 새롭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스타일대로 인물의 매력이나 특징, 입체적인 부분을 잘 만들어가고 싶다고. “저도 제가 아직 어떤 연기자인지 잘 모르겠다. 연기스타일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꺼낸 그는 배우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처럼만 하자”라고 소탈한 꿈을 전했다.

“원래 주연으로 연기를 시작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저만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저는 역할의 크기 보다는 작품 안에서 어떤 도움이 되고 어떤 새로운 시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렇게 가다보면 ‘손 the guest’처럼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도 드리고 개인적인 성취감도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늘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최대한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배우로 살아가고 싶어요. 그렇게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겠죠.(웃음)”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매니지먼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