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매드 솔 차일드, “대중예술은 ‘후크’를 가져야 한다”
[SS인터뷰] 매드 솔 차일드, “대중예술은 ‘후크’를 가져야 한다”
  • 승인 2009.05.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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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솔 차일드의 찬우(좌), 진실(우) ⓒ SSTV

[SSTV 배영수 기자] 얼마 전부터 우리 대중음악 신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신을 중심으로 ‘하우스 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 국내의 음악 필드에서 ‘하우스’라는 건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지닌 양면성의 음악이었다.

90년대 초반 ‘너에게 원한 건’으로 등장했던 노이즈가 제대로 된 하우스 뮤직의 형태를 담은 음악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그 이후 최근까지 ‘전자 음악 신’에서 선을 보였던 것들은 하우스와는 아예 거리가 멀거나 비슷하게 따라한 듯한 곡들이 잠깐씩 등장했을 뿐이었으며, 이따금씩 ‘하우스’라는 타이틀을 들고 나온 뮤지션들 상당수는 예전 신신애의 노래 가사처럼 ‘짜가가 판을 치는’ 형국이었다.

그 ‘오리지널리티한 하우스’에 대한 목마름이 어느 정도 해갈되었던 건 2007년 ‘하우스 룰즈’라는 팀이 등장하면서부터였고, 이후 마스코타 블루 등이 바톤을 이어받으면서 최근 다시 집중 관심을 받는 장르가 됐다. 이는 홈 레코딩 레벨의 시스템만 있어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저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고, 이 때문에 현재는 메인스트림과 인디 신을 막론하고 많은 전자음악 뮤지션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음악 팬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하우스 음악을 판단할 수 있는 귀가 어느 정도 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바닥도 소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닌 뮤지션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 이들, ‘매드 솔 차일드’의 음반 ‘라라라(Lalala)’의 포장을 뜯어 듣기 전까지만 해도, 기자는 그러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었다. 일단 미국의 흑인 뮤지션 뮤지크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와 비슷하게 들리는 이름 때문에 그다지 긍정적인 첫인상으로 기억되지 않았고, 돈 되는 광고 음악 혹은 상업적 작곡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정보를 먼저 접한 상태에서 이들의 가치를 폄하하고 있었던 것.

가만, 헌데 기자가 왜 조금은 비뚤어진 시각을 먼저 얘기 하고 있을까?

그렇다. 앨범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좁은 편견만을 갖고 이들을 ‘같잖게 봤던’ 개인적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성급히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앨범, 너무나 훌륭하다.

매드 솔 차일드는 세 명(양찬우, 박진실, 이 권)이 뭉친 팀이다(인터뷰 당시에는 이 권의 일본 출장 건으로 두 명의 멤버가 참여했음). 먼저 그룹의 남성 멤버들인 양찬우와 이 권은 서로 고등학교 동창 사이였지만, 재학 당시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한다.

이후 사회에 진출하며 어느 정도 친분을 쌓았다가 서로 취향도 코드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급속히 ‘절친’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에 양찬우가 강사로 있던 한 실용음악 고등학교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난 박진실이 합류하게 되면서 매드 솔 차일드의 완벽한 정형이 갖추어지게 됐다.

최근 조성모의 새 앨범을 프로듀스하며 주목받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가요 앨범 작업은 조성모 말고도 많다. 김종국, 나우, BMK, 제이 등과 함께 앨범 작업을 하기도 했고, 브라이언, 지오디, 신화, 박화요비 등에게 곡을 제공하기도 했던 일련의 경력들은 가요 신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광고 음악도 활발하게 맡고 있어 최근 ‘11번가’ 광고 음악으로 쓰인 ‘라라라’나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의 광고 BGM이었던 ‘V.I.P. Girl’ 등이 이번 EP 앨범에 모두 실렸다.

물론 이들이 ‘돈 되는 광고음악’에만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음악을 할 때는 충분히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결성 당시의 다짐이 부끄럽지 않도록, 외부에서 부탁 받은 작업이 있다면 그만큼 밤잠을 줄여가며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는 중이다.

   
매드 솔 차일드의 진실(좌), 찬우(우) ⓒ SSTV

이들이 추구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직이 국내 음악 신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생긴 나름의 영향력이라면, 바로 원 코드 형식에 가까운 ‘후크 송’의 형태를 갖고 나오는 가수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현재의 가요 신에서 물론 그 수가 너무 많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후크 송 자체를 수준 낮은 작업물로 보는 시선은 조금 곤란하다. 간단명료하면서도 깊이 각인될 수 있는 반복적인 멜로디를 만드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드 솔 차일드 역시 모든 음악들에 인상적인 ‘후크’를 담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11번가’에 쓰인 ‘Lalala’를 들었을 때, 정말 감이 떨어지는 감상자가 아니라면 박진실의 보이스를 업고 인트로에 등장하는 ‘랄랄라 랄라랄라라’ 하며 등장하는 반복적 멜로디(전문용어로 이를 ‘리프’라고도 한다)가 귀에 강하게 박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며, 이는 첫 트랙 ‘We Can Fly’나 또 하나의 광고음악이었던 ‘V.I.P. Girl’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 인터뷰 시 그룹의 음악적 브레인인 양찬우는 “모든 대중예술은 인상적인 후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음악을 만들 때 어떤 한 부분을 후크로 잡고 그것을 강조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며 "이제는 일부러 인위적인 후크를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문득 생각난 멜로디를 자연스럽게 작업한 부분에서 그런 분위기가 주조된다"고 말했다.

물론, "대가들이나 할 수 있는 레벨의, 느낌 자체에서 후크를 만드는 음악 작업이라면 더욱 의미 있는 결과물이 될 수 있으니 이를 위해서도 매일 연구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이기도.

실제 이들의 앨범을 들어 보면 하우스 뮤직에 기반을 두고 있음에도 음악 자체는 마치 인펙티드 머쉬룸(Infected Mushroom) 하드코어 트랜스를 듣는 듯한 강렬함이 반복적인 리프를 동반하여 감상자로 하여금 어떤 ‘엑스터시’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를 두고 그들은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파괴 본능 같은 것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서는 드럼 세탁기 안에 갇힌 ‘철심 박힌 마네킹’이라는 다소 섬뜩한 느낌의 캐릭터를 음반 재킷에 사용하여 보다 극대화시키기도 했다.

실제 강렬한 느낌의 일렉트로닉 뮤직을 선보이는 뮤지션들 대다수가 소싯적 록 음악을 했었거나 굉장한 록 마니아이거나 한 경우가 많다. 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전설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를 꼽는 양찬우는 전자 음악에 손을 대기 전 헤비 메탈과 하드 록 등 강성의 음악을 찾아 다니던 ‘광신도 마니아’내지 ‘메탈 키드’를 자처했었고, 차분하고 이지적인 보컬을 선사하는 박진실 역시 뷰욕, 너바나 등을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기도 했다.

특히 보컬 전공인 박진실의 경우에는 음악을 공부하면서 들었던 바흐, 라흐마니노프 등의 클래식과, 보컬을 연마하면서 들었던 머라이어 캐리나 휘트니 휴스턴 같은 디바 보컬 내지는 알앤비 뮤직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매드 솔 차일드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이라면, 바로 VJ를 겸하고 있는 이 권이 연출하는 영상과 양찬우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음악이 조화를 이루면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 보컬과 다른 악기들도 등장시키며 디제잉, 감각적인 영상, 그리고 라이브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를 펼치기도 한다.

지난 3월 있었던 자신들의 론칭 파티에서도 증명된 바 있는 감각적인 무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라고. 또한 "기본적인 감성은 그대로 갖고 가면서 여기에 다양한 음악적 소스를 집어넣은 작업들도 앞으로 계속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심장박동 소리를 연상시키는 하우스 음악은 다른 장르들과의 접합도 매우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힌 양찬우의 언급처럼, 음악 팬들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감성의 음악들을 선보이게 될 매드 솔 차일드의 행보를 주목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스포츠서울TV 새이름 SSTV|www.newsinsid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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