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암수살인’ 주지훈, 긍정적 고민과 희망 사이
[NI인터뷰] ‘암수살인’ 주지훈, 긍정적 고민과 희망 사이
  • 승인 2018.09.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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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공작’의 흥행에 이어 개봉을 앞둔 ‘암수살인’과 촬영을 마친 드라마 ‘킹덤’, 출연을 확정한 드라마 ‘아이템’까지. 주지훈이 데뷔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 ‘암수살인’에서 주지훈은 살인범 강태오로 가장 강렬한 변신을 시도했다. 거친 부산 사투리와 삭발까지 감행한 주지훈은 손동작 하나까지 세밀하게 설계하며 신을 채워나갔다. 

데뷔 초 드라마 ‘궁’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후 한동안 시련의 시간을 겪었지만 차근차근 자신만의 스텝을 밟아왔다. 그리고 이제 그는 연기력만으로도 날이 선 긴장감을 조성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Q. 영화를 본 소감은.

A. 이 작품은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혼자 준비하기 보다는 감독님과 사투리 준비도 많이 했고 연극처럼 연습했어요. 사투리에 감정을 실어야 했는데 곽경택 감독님과 김태균 감독님을 믿고 준비했죠. 관객들을 만나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일단 영화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Q. 영화는 범인을 추격하는 기존 형사물과 달리 피해자를 찾는 과정이었다. 촬영하며 느낀 감정도 남다를 것 같다.

A. 암수살인이잖아요. 피해자는 있는데 수사도 이뤄지지 않고. 희생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요. 극 중에서 형민은 형사로서 본분을 하고도 더 좋은 일을 위해 애쓰고 결국 희생자들의 일들이 밝혀지잖아요. 우리가 항상 관심을 갖고 선을 위해 조금만 노력하면 변화들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어요.

Q. 강태오는 살인범에 극 중에서 ‘감정불가’라고 언급된 인물이다. 어떻게 접근하고 만들어갔나.

A. 캐릭터에 대해서는 심플하게 생각했어요.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치밀하고 철두철미하게 목적을 지니고 나쁜 짓을 한다면 레퍼런스가 필요했겠지만 ‘묻지마 살인’인 거잖아요. 이런 일이 매일 뉴스에도 나오고 참 무서운 일이죠. 그래서 오히려 심플하게 ‘정신적으로 잘못된 이런 놈도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어요. 슬픈 일이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Q. 강태오, 김형민 두 인물이 만들어가는 긴장감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A. 특히 이번에는 디테일하게 손발을 맞추고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만든 작품이었어요. 기존 형사물과 다르게 범인이 이미 잡혀있고 흔한 액션신 없이 두 시간을 끌고 가야 하잖아요. 약점일수도 있지만 새로운 재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강점이에요. 접견실이 여러 번 등장하고 거기서 영화의 핵심장면들이 만들어져요. 작은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게 공간도 그렇고 외관도 죄수복 하나로 변화가 없어요. 고된 작업이었어요. 연극하듯이 세밀하게 동작 하나하나 맞춰가며 촬영했어요. 같은 공간이 반복되니 메시지가 도달하기 전에 지칠 수도 있었어요. 형민과의 ‘밀당’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대본에 쓰인 생각과 감독님의 의도에 충실해서 오랜 시간을 투자하면서 디테일하게 만들어갔죠.

Q. 애착이 가는 장면을 꼽자면.

A. 형민과의 엔딩신이 애착이 가요. 태오의 과거가 나오잖아요. 악인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고 시스템적으로 그들의 고통을 미리 봐준다면 악마의 탄생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불필요한 희생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형민의 대사도 주옥같아요. 그 외에는 검사 취조실이 흐름상 반전도 있고 연기를 보는 맛이 있어요. 스릴러 장르로서의 재미가 있었던 장면이죠. 그리고 바닷가에서 현장 검증하는 것도 좋았어요. 실제로 실내에서만 찍다가 밖에 나와서 너무 좋았어요(웃음). 영화적으로도 실내만 나오다가 야외가 나오니 시원하더라고요.

Q. 강태오 캐릭터는 배우로서 연기하기에 굉장히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바닥을 드러낼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어려운 캐릭터를 소화한 소감은 어떤가.

A. 진심으로 선배들한테 감사해요. 오랜 연륜을 가진 분들과 작업하면 좋은 게 나도 모르게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는 걸 케어해주세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연기를 하면 함께 호흡을 주고받으니까. 연기는 서로에 대한 리액션이잖아요. 상대에 집중하게 이에 반응하는 거니 그런 가이드라인을 잘 잡아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처음에 당연히 선배니까 긴장된 순간도 있었지만 호흡이 좋았어요. 밀도 높은 신이 있었는데 윤석 선배가 칭찬해줘서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거구나’ 싶었죠. 초반이었는데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어요.

Q. 연기적인 쾌감이 있었을 것 같다.

A. 배우로서 정말 신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필드였죠. 이리 튀고 저리 튀어도 이상하지 않은 캐릭터잖아요. 그렇다고 막 하는 건 아니고 프로선수 같은 재미예요. 친구들과 농구하면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닌 약속된 작전대로. 하지만 그 작전 자체의 폭이 큰 느낌이 있었어요. 마구 뛰어 놀지만 그 자체가 의도된 작전 같은 거죠.

   
 

Q. ‘암수살인’에서 주지훈이 마음껏 뛰어놀았다면 그 뒤에는 중심을 잡아주는 김윤석이 있었다.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배 배우로서의 롤도 생각해봤을 것 같다.

A. 긍정적인 희망과 고민이 생겼어요. ‘신과함께’의 정우형이나 ‘공작’의 정민이형, 그들이 가장 많이 출연하고 고생하면서 영화를 관통하는데 어떻게 보면 시나리오 상에서 큰 진폭은 없잖아요. 그런 캐릭터는 정말 장인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잘못해도 티가 나잖아요. 원래 식당에 가도 기본 반찬을 먹으면 알 수 있잖아요. 그게 정말 잘하는 거죠. 선배들을 볼 때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선배가 되고 언젠가는 그런 포지셔닝을 할 텐데 선배들처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에 파이팅도 되고 있어요. 지금 선배들 덕분에 편하게 연기하고 불안함을 맡기고 있는데 저도 선배가 되면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됐으면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겨요.

Q. 좋은 선배들을 만나며 변화한 점이 있다면.

A. 이번에 윤석 선배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많은 선배들을 만나면서 한 사람으로서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변사람들이 체감할 정도예요. 좋은 방향으로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잖아요. 저는 선배들을 만나면서 배우로서도 마찬가지지만 인간으로서 방향이 변화했어요. 모든 것이 조금 편해졌어요. 돌이켜보면 누군가 미워하거나 질투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마음을 드러낼 때 형들이 ‘다 그럴 수 있다’면서 인간적인 이야기를 해줬어요. 나중에 혼자 생각해보니 관계는 상대적인 건데 내가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형들은 항상 좋게 이야기하고 결국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바르게 전달해요. 예를 들면 동생이 나태할 때 이를 두고 막 뭐라고 하면 제 걱정보다 짜증에 반응할 수 있잖아요. 대화를 주고받을 때 예민함이 줄어들고 부드러워지니 원래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행동도 변화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배우 주지훈의 계획은.

A. 큰 미래에 대한 건 솔직히 모르겠어요. 세상이 변하는데 사람도 변할 수밖에 없죠. 물론 나쁜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계절이 바뀌면 옷이 바뀌는 것과 같은 변화를 생각하는 거예요. 제가 배우 전체를 대변할 수 없지만 제 작업 안에서 말하자면 작업이 더욱 조각조각 세분화됐어요. CG나 편집 등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연기하는데도 새로운 요구들이 있어요. 많이 디테일해졌죠. ‘암수살인’도 피로도가 많이 쌓인 소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약점을 타파하는 노력이 필요했어요. 기술적인 부분과 맞물려서 배우가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하는 시기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