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명당’ 지성, 선한 마음이 만들어낸 좋은 사람·좋은 배우
[NI인터뷰] ‘명당’ 지성, 선한 마음이 만들어낸 좋은 사람·좋은 배우
  • 승인 2018.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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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킬미, 힐미’, ‘피고인’으로 2015 MBC 연기대상, 2017 SBS 연기대상에서 두 차례 대상을 수상한 지성. 모두가 사랑하고 인정하는 지성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 작품 ‘명당’에서 지성은 몰락한 왕족 흥선을 연기했다. 모두가 알고 있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려져 온 흥선군이 지성을 만나 가장 강력한 파동을 만들어내는 인물로 재탄생했다. 대의를 위해 굴욕을 견디며 목숨을 부지할 수밖에 없었던 흥선의 비참함과 열등감으로부터 접근한 지성은 캐릭터에 연민 어린 시선을 담았다. 

지성은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애착과 배우로서의 소신과 함께 ‘기승전가족사랑’으로 웃음과 부러움을 동시에 유발했다. 건강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은 좋은 사람을 만들었고 좋은 배우로 이어졌다.

Q.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기분은 어떤가.
A. 설레는 만큼 기분도 좋고 신기하기도 해요. 영화는 드라마보다 경험이 많지 않아서 개봉에 익숙지 않은 것 같아요. 개봉하는 날 새벽까지 ‘아는 와이프’ 촬영 마치고 아침에 아내와 ‘명당’을 보러 갔어요.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라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보영 씨와 일 이야기는 오히려 안하는 편이에요. 연기에 대한 지적은 안하고요. 물론 객관적으로 평가는 해주려고 하고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죠.

Q. 시나리오와 완성된 영화의 차이가 있다면.
A. 시나리오부터 재밌게 잘 봤어요. 아직 영화는 제가 연기를 해서 그런지 정확히 못 보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려고요. 일단 시나리오에 비해 보는 분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는 진중함이 덜어졌어요. 박재상의 초반 스토리들이 시나리오보다 재밌었어요. 저도 작품에 참여했지만 모든 촬영을 보진 못하잖아요. 언론 시사회 때 그 장면들을 처음 봤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봤어요. 

Q. 흥선이 상갓집 개 행세를 하며 떨어진 음식을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A. 흥선이 등장하는 장면이고 의미가 있죠.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있어요.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혀로 핥으면서 느낀 게 있어요. 당시 흥선의 위치나 처지를 새롭게 느꼈는데 그 장면이 첫 촬영이 아니어서 아쉬웠어요. 어느 누구도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혀로 핥으면서 먹는 경험은 없잖아요. 저도 상상은 했지만 실제로 하니까 느껴지는 감정들이 또 있더라고요. 가슴 아팠어요. 그런 상황을 당하는 게 속상한 게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는 흥선을 생각하니 그랬어요. 야사에 보면 ‘상갓집 개’로 생활하면서 목숨을 부지했다고 하잖아요. 처단당할 수도 있었던 왕족인데 그런 행동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게 가슴 아팠어요.

   
 

Q. 이전에도 드라마, 영화 등 흥선대원군을 다루는 작품들이 많았다. ‘명당’ 속 흥선은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며 새롭게 만들어 갔나.
A. 일단 기존 작품에 나온 흥선군을 참고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잘 알려진 시기가 아닌 젊은 시기여서 목숨을 부지하고자 했던 마음에 초점을 많이 뒀어요. 얼마나 위태로웠을까. 수년 간 쌓인 열등감과 굴욕감이 있었을 테고 세도정치로 인해 혼란한 시대에 자신이 할 일과 목적을 위해 노력했잖아요. 정치 세력 중에 흥선의 편은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를 따르는 백성도 있었을 테고 그가 이들을 이끌 수 있었던 리더십에 관해 고민했어요. 어려운 사람을 포용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요. 그런 흥선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접근하고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물론 영화가 흥선의 일대기를 다루는 건 아니라서 가치관과 세계관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고 전반적으로 녹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Q. 흥선의 광기가 폭발하는 가야사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영화의 전개와 캐릭터 상 중요한 장면이었다.
A. 그 신에 대해 특별하게 의미를 크게 두고 임하진 않았어요. 단지 막바지에 부딪히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했죠. 그리고 실제 절 앞에서 횃불을 들고 연기하는 데 편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들더라고요. 촬영 전에 꺼진 횃불을 들고 던지는 자세를 계속 연습했어요. 실제로 남성이 한 손으로 들기에 좀 무거워요. 광기에 휩싸여 막 휘두르다가 실제로 절에 불이 날까봐 걱정했죠. 그래서 혼자서 계속 자세를 반복했어요.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혹여나 너무 몰입해서 실제로 불이나면 문제가 생기잖아요(웃음). 그렇게 연습한 후에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제 생각을 담아낸 것 같아요. 실제로 가슴이 아팠어요. 그 후의 스토리를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

Q. 조승우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현장에서 배우 조승우는 어떤 사람인가.
A. 승우 씨야 더할 나위 없이 너무 잘하시는 분이고 제가 팬이기도 하고요. 와이프가 승우 씨가 나오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보러가자고 해서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유자재로 무대 위에서 지킬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인상 깊었고 매료됐고 자극받았어요.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조승우 씨의 영향이 없지 않아요. 그와 어떤 시너지를 낼까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작품이 나올지도 궁금했어요. 승우 씨에 대한 기대를 안고 촬영하면서 느낀 점은 승우 씨의 그릇이었어요. 그냥 형 동생 사이로 볼 때는 막내 같은 면도 있어요. 배우로서 볼 때는 스태프를 편하게 해주고 작품을 몰입하는 데 있어서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도 있어요. 

Q. ‘명당’은 땅을 다루는 영화다. 평소에 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관심 있어요. 러닝을 좋아해서 집 근처도 돌고 여행가서도 코스를 정하기 위해 지도를 많이 봐요. 여행가서 가족들이 자고 있는 5시에 나가면 2시간 동안 20km를 돌고 들어올 수 있어요. 프라하라고 하면 한 바퀴를 뛰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당일 갈 여행지를 알아보기도 하고, 그러면 함께 갈 때 아는 척도 할 수 있어요. 요즘은 거리를 줄이고 있어요. 배우인데 얼굴이 안 돼 보인다는 소리를 들어요(웃음). 

Q. 운동도 꾸준히 하고 술, 담배도 안한다.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이유는.
A. 제가 지유 아빠잖아요. 아빠가 건강해야죠. 술, 담배로 지치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요. 살다보면 동료들과 한 잔 하면서 피로를 풀기도 하는데 사실 그러다보면 시간을 점점 더 많이 차지하게 되잖아요. 지유 아빠로서 정신 차려야할 것 같더라고요. 제 일을 위해서 새벽에 일어나고 아이를 챙기고 저녁에 같이 일찍 자요.

   
 

Q. ‘명당’에서 애착이 가는 장면을 하나 꼽는다면.
A. 달려가는 장면이 애착이 가요. 초선을 향해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 가야사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 그 장면만큼 솔직한 게 없더라고요. 실제로 촬영할 때도 말을 타고 전력질주 했어요. 말을 타면서 감정 그대로 저도 몸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요. ‘명당’ 포스터 중에 말을 타는 모습이 있는데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때 긴장도 많이 했고 동료 배우, 대역 배우 분들 떨어지고 다쳐서 실려 가기도 했어요. 저도 직접하고 싶어서 하긴 했는데 아이도 아내도 있는 가장이니까 안 다치려고 정말 다리에 힘을 얼마나 줬는지 몰라요(웃음). 그래서 애착이 더 가고 캐릭터에 대한 책임감이 묻어나는 장면이에요.

Q. 아내와 딸에 대한 사랑이 인터뷰 내내 묻어난다.
A. 저는 제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어요. 아끼고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고 초라하고 속상한데 쓰다듬어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제 와이프가 처음으로 제 마음을 쓰다듬어줬어요. 그 위로가 생소하고 거칠게 느껴졌는데 큰 힘이 됐어요. 작년에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와이프와 대화를 나누다가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어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마치 영화 대사 같기도 한데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겠더라고요. 같이 울었죠. 아무 일도 없이 사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어릴 땐 열심히 살면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어려운지 결혼하고 더 깨닫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또 딸이 건강하게 태어나서 함께 하는 것도 행복해요.

Q. 행복을 전도하는 느낌이다.
A. 사랑받고 사랑하는 게 당연한 건데 안타까워요. 지금은 예전과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적응하기 어렵고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해요. 사실 제 연기관에 있어서 한 편으론 그냥 월트디즈니 같았으면 좋겠어요. 대중들에게 좋은 영화와 드라마로 대변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아픔도 함께하고 함께 행복했으면 해요. 행복해서 행복을 나누고 싶은 것보다 아픔을 아니까 다들 덜 아팠으면 좋겠다는 거죠. 

Q. 마지막으로 ‘명당’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가 되길 바라고 본인에겐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A. 저에게 중요한 시점에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많은 변화를 줄 것 같아요. 앞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목표도 생겼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역사도 생각해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 번쯤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